• 조희연의 제자가 尹에게 투표한 이유

• 10년 새 국민의힘 19.1%P↑, 민주 19.5%P↓

• 40대는 ‘갭 투자’ 세대, 30대는 임차인 세대

• “30대 중반부터 절벽 무너져 내리는 느낌”

• 盧, 80년대생의 反권위주의 레테르

• “우리 슬로건은 ‘한총련 NO, 뉴라이트 NO’”

• “北, 원수도 동포도 아닌 그냥 ‘못난 나라’”

• 官製 유행어 K, 선진국 콤플렉스 발로

두 명의 1984년생이 있다. 2019년 8월 박대근(38)은 오랜 관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조국 사태’의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튀던 때다. 그는 14년 전 민주정책연구원 산하 대학생 조직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진보성향 교수가 대거 포진한 성공회대를 졸업했다. 사회학·정치학을 전공했다. 신영복 교수와 조희연 교수(현 서울특별시 교육감), 정해구 교수(전 문재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의 수업에 특히 흥미를 느꼈다. 2012·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 10년간 책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일했다.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복기한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나이가 들어 보수화한 걸까. 사업을 하게 돼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변해 버렸을까. 여러 번 되새김질한다. 사소한 변화까지 억지로 더듬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아직 진보”라고 그는 되뇐다. “지금의 민주당이 대체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도 윤석열을 찍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서혜영(38·가명)이 주문처럼 읊조린다. ‘찍는 행위’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입가에 맴돈다. 넘어서는 안 될 또렷한 레드라인처럼 느껴진다. 서울시내 사립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대학 때부터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다. 페미니즘의 역사와 이론을 줄줄이 꿰고 있다. 내로라하는 페미니스트 교수들과 교유했다. 스스로 비주류라고 생각한다. 젠더 이슈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에 자주 낙담했고 때로 체념했다. 지금은 연구자다. 보수정당에 표를 주지 않는 것은 그에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재명에게 투표했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는다. 대신 “민주당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싫다”고 한다. 정의당 혹은 다른 군소정당을 택했거나,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만 짐작할 뿐이다.

해일이 밀어닥치기 전

이 글에는 11명의 취재원이 등장한다. 애초 11명 모두 실명으로 적시하겠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이버 혐오’가 횡행하는 탓에 노파심에 서혜영의 이름만 가명으로 적었다.



1980년대생은 변심했다. 10년의 시차를 두고 열린 18대 대선과 20대 대선을 비교하면 분명 그렇다. 18대 대선과 20대 대선은 마땅한 제3후보 없이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다자 구도가 짜였다.

KBS·MBC·SBS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대선 당시 30대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46.3%로 나타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현 대통령)는 48.1%를 얻었다. 20대, 40대, 50대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다. 30대 남성에서 윤 후보(52.8%)와 이 후보(42.6%) 간 격차가 컸다. 30대 여성의 경우 윤 후보(43.8%), 이 후보(49.7%)로 결과가 뒤집혔다. 다만 윤 후보는 20대 여성(33.8%)과 40대 여성(35.6%)에 비해 30대 여성 사이에서 눈에 띄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 30대의 절반 가까이는 민주당에 반감을 드러냈다.

2012년 방송 3사 출구조사 양상은 달랐다. 당시 20대(지금의 30대)의 65.8%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20대에서 33.7%를 얻었다. 격차가 두 배에 육박했다. 성별로는 20대 남성의 62.2%, 20대 여성의 69.0% 등 압도적 다수가 문 후보를 지지했다. 범(汎)1980년대생(1983~1992년생)에 한정하면 10년 사이에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는 19.1%포인트를 더 얻었다.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는 19.5%포인트를 까먹었다.

범1960년대생(1963~1972년생)과 범1970년대생(1973~1982년생)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40대 이상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잔류 성향이 강했다. 30대에서는 또렷한 이탈 성향이 엿보였다. 전 세대를 통틀어 30대의 변화 폭이 가장 컸다. 대선의 성패는 0.73%포인트 차로 갈렸다. 조금 과장해서 30대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20대(1993~2002년생)는 10년 전에 투표권이 없어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이 글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2012년 20대(1980년대생)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여기서 약 20%가 둥지 밖으로 나갔다. 2000년대에 대학에 다니고 201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에서 탈민주당 양상이 나타났다.

해일이 밀어닥치기 전까지 지식인과 언론은 애써 살피지 않았다. 세상의 눈이 86세대와 X세대, Z세대로 쏠린 사이 1980년대생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여당 대표가 1985년생인데 그의 세대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는 집단처럼 규정됐다. 보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대론은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적 공통점 등을 추출해 특정 세대를 틀 짓는다. 일리 있는 독해법이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는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미친 영향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역사·문화적 변수를 끌어온다.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바리케이드를 치려는 게 아니다. 그간 무시된 어떤 세대의 정서를 해석하기 위해 묻고 듣고 본 대로 기록할 뿐이다.

이 글에서는 1980년대생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부동산 자산 불평등, 결혼 불능, 비정규직, 노무현, 탈(脫)NL, 선진국 콤플렉스 해방, 반(半)디지털 네이티브 등 7가지를 제시한다.

“진보적으로 살지 못한다면 ‘진보팔이’”

금융사에 다니는 전명선(32)은 2012년에 문재인, 2022년에 윤석열을 택했다. 투표권이 생긴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커다란 결심일 듯싶었는데 “주변 지인의 다수가 윤 후보를 찍어 별다른 반응은 없다”고 했다. 정권교체의 필요성 때문에 ‘2번’을 찍었지만 자신은 무당파라고 했다. ‘10년 전에는 왜 문재인 후보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인권변호사 출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이라 답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지만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오늘날 30대에게 불어닥친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감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금수저’가 아닌 이상 주택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결혼을 하더라도 평생 집 한 채 못 살 것 같다. 1960~70년대생에 비하면 출발선부터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힘든 시기였겠지만, 그래도 일하며 주택을 구매하는 게 지금보다 쉬웠으니까.”

이동수(34)는 청년정치크루 대표다. 2015년에 단체를 결성한 뒤 주로 민주당과 협업했다. 스스로를 ‘범진보 계열’이라고 소개한다. 올해 2월 책 ‘캐스팅 보트’를 냈다. 부제는 ‘MZ세대는 어떻게 정치를 움직이는가’다. 그는 “1980년대 중후반 세대가 민주당에서 많이 이탈한 이유는 부동산 때문”이라고 했다.

“1980년대 중후반 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다. 돈도 어느 정도 모았을 때고 결혼을 생각할 시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기 30대를 보내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아예 집을 갖겠다는 꿈조차 못 갖게 된 거다. 30대 초중반 남성들의 경우 20대 남성과 통하는 구석도 있는데, 젠더 갈등 때문에 문재인 정부 페미니즘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1980년대생의 중위 값에 해당하는 1985년생은 문재인 정부 시기 32~37세였다. 군복무 기간 때문에 남녀 간 차이는 있겠으나, 이동수의 말처럼 “결혼을 생각할 시기”다. 결혼을 막는 장벽은 부동산이다. 30대는 월급을 모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한 세대다.

문화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1985년생 김아영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종료를 약 2주 앞두고 결혼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으로 돈 없는 사람이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보기에 이것은 세대 간 자산 불평등이다.

“1960~70년대생들은 지금보다 기회가 많았다. 주위에 있는 1960~70년대생들은 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나이가 들면 나도 그런 삶을 영위하게 될까 생각해 보는데, 내가 그때 갖고 있을 자산이 그들보다 훨씬 적을 것 같다. 그런 윗세대의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이를 어필하지만, 진보적으로 살지 못한다면 ‘진보팔이’일 뿐이다.”

2020년 10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바라만 보며 그래도 적게나마 월급을 모아 어떻게든 집을 사보려 노력했다”면서 “올해 중순 영끌을 해서라도 살 수 있던 서울 제일 끝자락 아파트마저 폭등해 아예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썼다.

서울 30대 55.5%, 尹을 택하다

막연한 인상 비평이 아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와 ‘전라디언의 굴레’를 쓴 조귀동은 경제학의 렌즈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그가 보기에 40대의 견고한 민주당 지지세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30대의 민주당 이탈은 부동산 자산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투표라는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다. 그는 4월 9일 ‘한겨레21’에 쓴 ‘민주당을 지지한 불혹의 이유들’에서 이런 통계를 소개했다. 조귀동은 1982년생 이하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는데, 이 글이 다루는 범1980년대생(1983~1992년생)과 겹친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가지고 출생연도에 따른 주거 상황을 분석했다. 자가 거주 비율이 1982년생(52.0%)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대신 월세 거주가 늘어났다. 1986년생의 경우 10분의 3이 월세 임차인이다. 다주택자 비율은 1980년생(9.9%)까지 10%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1983년생은 5.9%로 뚝 떨어졌다. 40대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 투자’를 비롯해 자산 증식 기회가 있었지만, 30대에게 근로소득으로 자가를 매입하기란 여간해서 어려워졌다.”

1986년생 소설가 장류진은 장편 ‘달까지 가자’에서 이름난 기업에 입사하고도 단칸방을 벗어날 수 없는 ‘흙수저 여성 3인방’을 묘사한다.

“이른바 분리형 원룸이나 투룸에 살 수 있기를 늘 바라왔다.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그런 곳에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 적도 있었고, 때로는 그날이 오긴 올까? 서른 될 때까지는 그른 것 같고 마흔쯤 되면 가능한 걸까? 하고 아득한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실은 그런 날이 더 많았다.”(72쪽)

지난해 9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 미혼자는 173만8000명으로 전체 30대 남성의 50.8%로 집계됐다. 2015년(44.2%)과 비교해 6.6%포인트 늘면서 사상 처음 50%를 돌파했다. 30대 여성 미혼자는 107만7000명으로 미혼율은 33.6%로 나타났다. 5년 전과 비교해 5.5%포인트 늘었다. 10년 전 등장한 ‘결혼불능세대’(김대호·윤범기)라는 낱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가 공개된 후 동아일보는 취업 사이트 잡코리아에 의뢰해 10월 12∼15일 30대 미혼 남녀 548명(남성 295명, 여성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복수 응답 가능) 결혼 계획이 없는 이유로 30대 남성의 54.1%는 “혼자가 편해서”라고 답했다. 바로 이어 “집값이 너무 올라서”(50.4%), “취업난 때문에”(40.7%)가 뒤를 이었다. 30대 여성에서는 70.5%가 “혼자가 편해서”라고 답했고, 이어 “배우자를 찾지 못해서”(42.4%), “집값이 너무 올라서”(36.0%) 순이었다.

이 조사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30대 남성이 경제적 제약 상황에 더 민감했다.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30대 남성(52.8%)은 30대 여성(43.8%)에 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높았는데, 그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설명해 주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자산 불평등, 결혼 불능 문제는 얽히고설켜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부동산 자산을 확보한 40대라면, 2017~2022년 사이의 부동산정책으로 혜택을 입었을 것이다. 부동산 자산을 확보할 준비를 하던 30대 사이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질 개연성이 높다.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진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지역별 30대 득표율을 보자. 윤석열 후보는 서울에서 55.5%를 얻어 39.6%에 그친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윤 후보가 서울의 30대에게서 얻은 55.5%는 대구의 30대(71.0%)와 경북의 30대(67.3%)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치러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18.32%포인트 차로 이겼다.

1980년대생은 보수화했나? 아니다. 잠시 ‘탈진보’ 혹은 ‘탈민주당’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을 잘 수행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말이다. 1980년대생은 국민의힘의 견고한 지지층이 아니다. 그들은 전략적으로 보수 정치세력을 활용했다. 이 문제를 주목해 온 조귀동과 나눈 문답이다.

“敗者로서 집중적으로 타격 입은 세대”

왜 30대의 20%가 이탈했다고 보나.

“30대가 딱히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일단 가장 큰 건 부동산이다. 1980년대 초반 출생부터 부동산 자가 거주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서 노동소득을 축적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었는데, 그 사다리가 완전히 붕괴됐다. 두 번째로 볼 대목이 결혼이다. 흔히 저출산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혼인율이다. 혼인율 저하는 굉장히 사회경제적인 이슈다. 돈이 없으니까 결혼을 못 하는 것인데, 특히 남자들의 경우가 심하다. 이런 현상들이 극대화한 게 문재인 정부 시기다. 그런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한편에서는 ‘조국 사태’ 같은 게 터진 거지. 거기서 40대와 30대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갈리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30대가 보수화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면 언제든지 지지를 거둬들이겠지. (다만) 1980년대생의 ‘라이프사이클’로 보면, 30대 중반 정도부터 뭔가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자산을 얻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랄까….

“그렇다. 전셋값도 오르고 결혼도 못 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 자체가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눠지는 경향을 띠었는데, 30대는 패자로서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문재인 정부 심판이라기보다는 불만 투표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과 민주당이 싫다기보다는, 문재인과 민주당이 추진한 정책의 결과물이 싫은 것이다.”

반면 40대는 유독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데.

“40대는 ‘갭투자’ 세대니까.”

경제적 변수를 하나 추가한다면 비정규직이다. 2007년 8월 우석훈과 박권일은 20대(1980년대생)의 상위 5%만이 한국전력·삼성전자·5급 사무관 이상의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 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썼다. 실제로 1980년대생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할 시점인 2000년대 중반부터 비정규직 규모가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2005년 548만 명, 2007년 570만 명, 2009년 575만 명 등 꾸준히 상승했다. 이어 2014년 607만 명으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1980년대생은 노동시장의 출발선부터 보편적 고용 형태의 하나로 비정규직을 경험한 첫 번째 세대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88만원 세대 8人의 비명’에는 서울대를 졸업한 1986년생 취재원이 건넨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정규직 전환 후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었는데’라고 격려해 주셨다. 부모님이 근로조건에 대해 걱정하고 계셨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대학원 지도교수님은 그해 송년회 축배사를 ‘박ㅇㅇ 정규직 전환 축하’로 해주셨다. 난 사실 이게 그렇게 축하받을 일인가 했거든? 연봉이 크게 오른 것도 아니고, 잘나가는 대기업에 입사한 것도 아니고, 그냥 18개월을 계약직으로 다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뿐이었는데. 이때 비로소 ‘정규직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회사 업종이 뭐든, 월급이 얼마든, 어떤 업무를 맡든 일단 ‘정규직이면 축하한다’는 거잖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가다

1980년대생 앞에는 일자리가 없던 게 아니다. 그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가 적었을 뿐이다. 201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보고서 ‘지난 10년간 4년제 대졸자 노동시장의 변화’를 보면 4년제 대졸자의 고용률은 4.6%포인트, 정규직 취업률은 10.6%포인트, 대기업 공기업 등 선망직장 취업률은 9.3%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고용률 감소치보다 정규직과 대기업·공기업 등 질 좋은 일자리 취업률 감소치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좋은 직장’을 두고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계급화됐다. 1990년대생보다 1980년대생이 먼저 겪은 일이다. 1985년생인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은 지난해 6월 10일 기자와 만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올라가다”라는 술어를 썼는데, 오늘날 1980~1990년대생의 정서를 대변하는 단어다.

“우리 윗세대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더 잘살기 위한 경쟁’을 했다. 처음에 취업할 때 연봉 5000만 원 회사에 가느냐, 3000만원 회사에 가느냐에 대한 경쟁이지. 지금은 ‘하느냐’냐 ‘마느냐’의 문제다. 과거라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배가 아플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내가 나빠지는 건 없거든. 그런데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나타나듯 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절대선으로 보지 않는다. 비정규직 공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올라가게 되면 내 공채 인원이 줄어드는 건 자명하니까. 약탈적 상황이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체시켜 놓은 경제 현실 속에서는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다.”

비정규직으로 직장에 들어갔고, ‘내 집’ 마련엔 실패했으며, 결혼은 포기했다. 통계상 1980년대생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문재인 정부 때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각도를 달리해 보면 다른 궁금증이 딸려온다. 그런데도 30대의 46.3%는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 정책과는 별개의 층위에 공통 코드가 있을지 모른다. 05학번인 기자는 그것이 노무현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2002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3년 2월부터 5년간 재임했다. 2009년 5월 서거했다. 2000년대 학번, 아니 학번 없는 1980년대생도 20대 때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했다.

1980년대생은 노무현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 게 아니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산업화 세대 부모(1950년대생)에 대한 뾰족한 반발심 같은 것이다. 노무현은 1980년대생에게 반(反)권위주의의 레테르다.

진보성향이 강할수록 노무현 정부 정책(한미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을 비판했다. 그런 이들조차 노무현을 “정치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라 칭했다. 05학번인 기자와 03학번인 박대근이 나눈 대화다.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

노무현 정부 시절에 논란도 많았는데.

“노무현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대해 데모도 했고 다른 정책에도 반대 많이 했다. 지지율도 낮았고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시끄러워서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뒤 인간적으로 평가할 대목이 있는 거지.”

우리 세대에는 노무현 개인에 대한 애증 같은 게 있던 것 같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해서도 큰 기억은 없지 않나. 광우병 촛불시위 정도만 기억나지. 우리 세대에 정치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분명 노무현이다. 정치 풍자도 유행했고, 2004년 탄핵 집회에도 한 번 씩은 참여하면서 정치참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봤고. 우리는 종합적인 의미에서 노무현 세대라고 생각한다.”

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 감정적·정서적으로 노무현 세대라는 인상도 들고.

“그렇다.”

2012년 문재인을 찍었던 것도 노무현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나.

“우리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감 같은 게 있었다. 민주당이 아무리 잘못해도 ‘한나라당보다는 낫지 않으냐’는 정서도 있었다. 다만 그 강도는 약했다. 우리 세대는 민주화가 이뤄진 뒤 학교를 다녔는데, 이것이 ‘한나라당은 수구독재 세력’이라는 프레임에 크게 중독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지. 다만 지금의 국민의힘이 과거 한나라당식 권위주의 정당에서 탈피했느냐고 누가 물으면 자신 있게 ‘예스’라고는 답을 못하겠다.”

여전히 진보를 자처한다면 지난 대선 때 심상정이라는 선택지도 있었는데.

“20대 때는 정치사회적 이슈 중심으로 진보를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사도 다니고 주식도 하고 집도 구해야 한다. 경제 영역에서 때로 보수적 정책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보수 정권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적절히 활용해 집값을 잡은 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북정책의 초점은 북한을 강력히 억제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정책이나 소수자 보호에서는 진보적 접근법을 선호한다. 그러니 정의당을 택할 만한 유인이 부족했고, 공약도 새로울 게 없다. 무엇보다 심상정 후보가 새롭지 않은 인물 아닌가.”

노무현의 민주당과 문재인의 민주당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친문이 중심인 민주당은 피아 식별, 선악 구분, 갈라치기, 진영 논리, 반대의견 묵살로 설명된다. 그런 생각을 뻔뻔하게 페이스북에 올린다. 노무현뿐 아니라 김대중의 민주당과도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의 유산은 탈권위주의인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참담하다. 투표에 꼭 참여해서 민주당에 경종을 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윤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것이 민주당을 강고하게 지지하는 40대나 국민의힘만 찍는 노년 세대와 우리의 차이다. 그들은 자기편이라 생각하면 설사 잘못해도 끝까지 옹호한다.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1970년대생도 노무현 세대다. 그들은 X세대로 불리며 화려하게 출현했다. 1990년대는 대중 소비문화가 개화한 시기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X세대의 아이콘이었다. 한편에서 이들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주역이기도 했다. 1993년 고려대에서 열린 한총련 출범식에는 10만 명이 모였다. 언젠가 칼럼니스트이자 편의점주인 봉달호에게 ‘1990년대에도 자주통일운동이 학생운동의 중추 아니었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1974년생으로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했다.(신동아 2021년 1월호 ‘‘한때 좌파’ 4人의 쾌도난마 문재인 시대 해부’)

냉전이 사라진 세계에서 성장하다

“1980년대 학생운동은 그나마 고민이 있던 것 같다. 1990년대 학생운동은 주입식이었다. 김정일이 쓴 ‘주체사상에 대하여’는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 정통을 따지면서 북한에서 나온 원서가 아니면 보지도 않았다. 1990년대 대학에는 상반되는 세력이 공존했다. 전체주의 문화를 가진 운동권이 있던 반면, 서태지와 아이들에 빠진 대학생들이 있었다.”

한총련으로 대표되는 NL(민족해방)은 1990년대 학생운동의 주류였다. 1996년 연세대 점거 농성을 계기로 헤게모니가 손상됐지만, 세기말까지 세(勢)가 이어졌다. 상황은 2000년부터 바뀌었다. 그해 전국 280개 대학에서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곳이 130여 개로, 한총련 주류인 NL 계열이 당선된 숫자(110여 개)를 처음으로 넘어섰다.(중앙일보 2001년 11월 21일 ‘총학생회장 선거전 ‘반운동권·반정치’ 바람’)

2000년대 중후반에는 실용적인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비운동권은 자주와 통일이 아니라 복지 확대와 취업 박람회 개최 공약을 내걸고 학생 표심을 자극했다. 1984년생 백경훈은 2006년 전북대 총학생회장을 했다. 그는 비운동권을 표방하면서 ‘여러분의 밥숟가락을 책임지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백경훈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원희룡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최근까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진으로 활동했다.

“총학생회장 때 취업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관심사가 일자리에 집중돼 관련 공약을 집중 개발했다. 1990년대 학번은 운동권 끝물에 있던 세대다. 2000년대 초·중반 학번은 달랐는데, 민주화 이후 19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영향도 있을 거다.”

1982년생 김병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변인이다. 그는 2007년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했다. 비운동권을 자처했다. 경희대는 서울대, 고려대와 함께 2000년대 중반까지 NL 운동권의 세가 강한 대학으로 꼽혔다. 당시 대학가에는 운동권도 싫고 보수 정치색을 앞세운 세력도 싫다는 기류가 흘렀다. 김병민은 ‘둘 다 싫다’는 점을 강조해 선거 전략을 짰다.

“비운동권을 찍는다고 보수를 지지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슬로건으로 ‘한총련 NO, 뉴라이트 NO’를 앞세웠다. 2000년대 학번은 비운동권 학생회를 보고 자란 체험을 갖고 있다. 그런 세대가 30대가 되고 나서 운동권 정부의 ‘내로남불’에 비판적인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해 7월 1일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은가”라고 했다. 전형적인 NL 운동권의 서사다. 냉전 해체 전후에 성인이 된 1970년대생의 상당수는 공감했을 지도 모르겠다. 소련이 사라진 후 학창 시절을 보낸 1980년대생에게는 딴 나라 서사다. 1983년생 노정태(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의 분석이다.

“1980년대생은 냉전이 사라진 세계에서 성장했다. 반미를 열심히 해야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게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인데 탈냉전 세대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1960년대생의 세계관, 그러니까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수구 보수와의 전쟁’ 담론이 1980년대생에 먹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 리그의 종주국

탈냉전의 세례를 받은 1980년대생은 통일에 무관심하다. 북한은 영토를 맞댄 다른 나라일 뿐이다. 2000년대에 NL 운동권이 대중성을 잃은 까닭은 동시대 주류와 코드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탈NL은 낭만적 대북관으로부터의 탈피다. 1980년대생에게 진보와 통일은 반드시 공존해야 할 가치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험한 말을 들으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게 이들의 눈에는 이해 못 할 현상이다. ‘북한을 때려잡자’는 철 지난 반북(反北)도 촌스럽다. 1988년생 이동수(청년정치크루 대표)가 말했다.

“1980년대생은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사이에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 저자세를 보였다는 인식이 있다. 과거에는 진보·보수를 나누는 기준 중 하나가 대북관이었다. 1940~50년대생은 북한을 쳐부숴야할 원수로 보고, 1960~70년대생은 북한을 동포로 보면서 ‘우리 민족끼리’를 외친다. 1980년대생은 북한을 원수도 동포도 아닌, 옆에 붙어 있는 ‘못난 나라’ 정도로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너무 적으로만 대하고, 문재인 정부는 너무 동포로만 대하니 공히 반감을 갖는 것이다. 1980년대생에게 북한은 관심 대상조차 아니다.”

‘K’는 문재인 정부 시기 관제(官製) 유행어다. K-방역, K-백신, K-드라마, K-푸드 등 K타령이 횡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코엑스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 6곳이 준비한 ‘2021 K-박람회’가 열렸다. 한류 콘텐츠와 유관 산업을 홍보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현장을 찾았다.

과장된 긍지는 콤플렉스의 발로다. 결핍이자 아웃사이더 의식이다. 선진국이라는 유토피아를 설정해 영원히 따라잡아야 할 것만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다. K의 유니버스에서 한국은 영원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다.

노정태는 “나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잘나간다는 말을 들어도 감동적이지 않다”고 했다. 놀라운 일이지만 처음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980년대생은 한국 문화도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일 수 있음을 어릴 적 깨달은 세대다. 그들에겐 선진국 콤플렉스가 없다. 노정태의 말이다.

“1980년대생에게 1990년대 대한민국은 후진국 티를 벗기 시작한 나라다. 1970년대생에게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대한민국은 북한과 별 차이가 없는 나라다. 그 윗세대는 (국가로부터) 반공 영화·반공 만화를 보라고 강요받았다. 멋지고 세련된 해외 문물에 대한 동경심 같은 게 컸다. 이들에게 한국 문화는 굉장히 촌스럽고 폭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1980년대생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들의 성장기에 스타크래프트와 스타 리그가 출현했다. 스타크래프는 블리자드가 만들었지만 스타 리그는 한국이 만들었다. 따라서 1980년대생은 외국의 무언가를 힐끔거리지 않고 우리가 종주국으로 즐길 수 있는 게 나왔다고 느낀 세대다. 이런 경험을 일찌감치 한 세대와 억눌렸다고 생각한 세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간파했듯 밀레니얼 시대의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가 지구상 국가를 이웃집처럼 연결했다. 1980년대생은 PC통신의 끝물과 인터넷의 첫물을 교차해 경험했다. 1970년대생은 성인이 돼 디지털에 입문했다. 1990년대생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갖고 놀았다. 1980년대생은 10대 시절 디지털의 영토로 스며들었다.

그리하여 1990년대생이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1980년대생은 반(半)디지털 네이티브다.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오프라인으로 전이한다. 1980년대생이 즐겼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아이러브스쿨은 온라인으로 학교 동문을 찾아주는 서비스였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는 1980년대생의 온·오프라인 횡단 능력이 공동체에서 활용된 결과다. 1980년대생은 1970년대생보다 개인을 강조하나, 1990년대생에 비해 공동체에 관심이 많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984년생이다. 그는 1980년대생을 “디지털 네이티브로 가는 과정을 겪은 세대”라고 정의했다.

“1980년대생은 온라인상의 친밀감과 오프라인상의 친밀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1980년대생은 필요할 경우 오프라인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연대하고 다시 흩어진다. 일종의 게릴라다. 1990년대생은 온라인상에서 가상적으로만 연대한다. 1980년대생은 집단주의에 반대해도 공동체에 대한 연대 감수성을 갖고 있다. 1990년대생은 더 개별적인 분자(分子)의 느낌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는 30대에서 가장 적은 격차(1.8%포인트)를 기록했다. 그간 우리가 공론장의 조연쯤으로 생각했던 이 독특한 세대는 일순간에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는 격전장이 됐다. 민주당이 구획한 구질서는 끝났으나 새로운 질서는 도래하지 않았다. ‘세대포위론’ 따위의 굉음이 들려오지만, 이 세대가 호락호락 격전장을 내어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이 공간을 설명하는 낱말은 ‘탈(脫)민주당-비(非)국민의힘’이다. 줄타기를 통해 미묘하기 짝이 없는 균형점을 찾아내는 세대. 다음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처지가 같은 동세대로서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