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앞두고 한미 전문가 머리 맞댄 첫 전략 포럼
우크라이나 사태로 격랑 더해진 한반도
여야 막론 “한미동맹 강화 중요”
“전략적 모호성 해답 될 수 없어”
“한일관계 정상화로 新냉전 질서 대처해야”
4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첫 전략 포럼이다. 한반도 외교 전문가와 한미 국회의원이 참여해 차기 정부에 외교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드라마 ‘정도전’(2014)에서 조선 건국 초기, 조준(전현 분)이 정도전(조재현 분)의 ‘요동 정벌론’에 반대하며 뱉은 고언(苦言)이다. 이로부터 60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은 그때보다 더 나을 게 없다.
‘도둑떼(寇)’라고 부르며 하찮게 여겼던 ‘왜구(倭寇)’는 세계 경제 규모 3위의 일본이 됐다. ‘명’과 ‘청’을 거친 중국은 만주, 티베트 일대로 영토를 더 넓혔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만큼 강성하다.
자그마한 한반도는 그마저도 ‘북한’과 ‘한국’ 둘로 쪼개져 서로 총구를 맞대고 있다. 북한의 반복되는 무력시위, 격화되는 미‧중 패권경쟁, 약 2개월 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세계정세도 한반도를 격랑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에서 외교의 중요성이란 조선의 그것보다 적어도 덜하진 않음이 분명하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4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이 개최됐다. 내로라하는 한반도 외교 전문가와 한미 국회의원이 참여해 차기 정부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정책과 방향을 제시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첫 전략 포럼이다.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30분간 열렸다.
2016년 개최 이후 10회 차를 맞이하는 원코리아국제포럼은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글로벌피스재단, 원코리아재단, 미주통일연대 등이 공동 주최한다. 이날 행사는 세계 40개국에 온라인 생중계됐다. 한국에선 박종춘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사무총장, 미국 쪽에선 존 딕슨 글로벌피스재단 고문이 사회를 맡았다. 개회식, 한미 국회의원 회의, 특별연설, 기조연설, 전문가 포럼 순으로 진행됐다. 참여 인사들은 입을 모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고화를 촉구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에 참석한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왼쪽)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우크라이나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제임스 플린 글로벌피스재단 세계회장의 연설로 개회식이 시작됐다. 플린 회장은 “한반도 통일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최우선 과제”라며 “자유롭고 통일된 한국에 초점을 맞춰 정책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류재풍 원코리아재단 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에 갖는 시사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략을 개시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무시한 채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이 만나는 격동의 지역에서 한국 등 아시아의 작은 국가들이 자유로운 주권 국가로 자리할 수 있을까.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을 지속 및 개선하기 위해 조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걸 일깨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한미동맹의 절대적 강화를 견지하면서 중‧러 관계는 상황에 맞는 선택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북한의 극단적 공세 정책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병리를 초래하고 있다. 분단국가로서 한국은 통합의 방향으로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절대적 한미동맹 발전을 추구하되 중‧러와의 관계엔 선택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인정하는 중국의 위협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필요”
도널드 만즐로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은 “차기 정부가 한국 청년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만즐로 위원장은 “남북 분단으로 고통 받는 건 국민이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통일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관련 공직자와 시민사회의 모임을 지속시켜 한국의 청년들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K 버터필드 미국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혁신적 사고와 전략을 수립할 적기”라고 조언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믹스 의원 역시 시대 상황에 따른 한미동맹의 개선과 변화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시대에 따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와 자유로운 통일한국을 위해 협조하겠다. 윤석열 정부와 협력해 한미동맹을 심화할 수 있길 기대한다.”
미국 의원들의 의견 개진 후 한국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속한 정당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엔 평가가 엇갈렸지만 한미동맹 강화에 있어선 모두 뜻이 같았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론이 분열되면 어떤 외교 전략도 소용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협치’의 자세를 당부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한미 동맹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 판 마셜 플랜’을 통한 북한 개방화를 주장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제 타격을 외칠 때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강구할 때”라며 윤석열 정부에 ‘냉철한 이성’을 주문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꽃제비’ 출신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인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인권 정상화’를 촉구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한반도와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 대륙의 지정학적 완충지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골몰하며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외치기보단 한반도에서 평화 상태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꽃제비(북한에서 집 없이 떠돌며 구걸하는 어린 부랑자들)’ 출신인 지성호 의원은 “김정은 정권은 도발을 일삼던 2017년 시기로 회귀했다. 차기 정부는 이러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북한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및 규범과 관련된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 도구가 아니다”라며 ‘북한 인권 정상화’를 역설했다.
“美‧UN과 함께 ‘통일한국’ 전략 수립하라”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전략적 모호성은 버려야 할 외교적 자세”라고 말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창설자 겸 세계의장은 “한국이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통일 외교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통일 한국’은 미국, 유엔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분명하게 명시되고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는 한국 대북 정책의 최종 목표이자 북한과의 협상에서 틀이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직접 앞장설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정책적‧경제적 지원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대북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韓‧美‧日 공조로 新냉전 체제 돌파해야”
수 킴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한반도 안보에 다자 간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통일과국제평화센터장은 한반도 안보를 위해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왼쪽).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은 “안보 문제는 독립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대일 협력 관계 구축 필요성을 주장했다. [2022 원코리아국제포럼]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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