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길어진 채용 절차 줄이는 ATS
외부 유명 인재 노리려면 TRM 도입해야
좋은 인재 끌어들이면 회사는 절로 발전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건 기업의 흥망성쇠와 긴밀하게 연관이 있다. 유망한 인재들이 대거 경쟁사로 이직해 곤혹을 겪는 기업도 적잖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채용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스타트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모두 입을 모아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채용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세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직원 한 사람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난국을 타개하는 것처럼, 일 잘하는 좋은 인재를 찾아서 채용하는 일은 기업이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가 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KOTRA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 주관한 ‘2022 상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이 4월 21~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에서 열렸다. 한 취업지원자가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DB]
수시 채용, 오히려 좋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사회의 대표적 채용 체계인 공개 채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개 채용은 일정 기간마다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해 각 부서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방역 수칙 때문에 사람을 대규모로 모아 면접이나 시험 등으로 평가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공개 채용을 고수하던 대기업들도 점차 소규모로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뽑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이 시작한 수시 채용이었지만 각 기업의 반응은 좋았다. 공개 채용에 비해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 채용은 인력의 낭비가 심하다. 수많은 지원서를 검토하고 정리하는 데 꽤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채용 절차가 끝난 뒤에도 일이 남는다. 채용된 사람들의 경력과 능력을 다시 검토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수시 채용은 인력이 필요한 부서나 직군에서 소수의 사람을 뽑는 방식이다. 통상 헤드헌터나 업계 소문을 통해 유능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 이들의 지원을 받는다. 당연히 공개 채용에 비해 지원자의 수가 현저히 적다. 그만큼 각 지원자의 경력과 능력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채용 절차만 끝나면 해당 인력은 바로 현업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공개 채용 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공개 채용을 하지만, 경력직 공개 채용은 사실상 사라져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5개 대기업이 공개 채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경력직 공개 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없다. 다른 기업들은 올해도 수시 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공개 채용보다 수시 채용의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지원자 한명 한명의 이력과 능력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회사가 인재 눈치를 본다
어느 업계나 스타플레이어는 소수다. 기업들은 항상 스타플레이어들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의 채용 시장에서 선택권은 기업이 아니라 인재들이 가지고 있다. 모든 기업이 인재에 목말라 있으니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면 좋은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처우가 비슷하니 관심이 가는 산업이나 회사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많다.기업 인사 담당자는 기업의 성장 속도나 잠재력, 개방적 문화 등으로 인재의 마음을 사려 노력하지만 지원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영역이라 개선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인사 담당자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채용 업무를 진행하는 속도다. 최근의 경력직 수시 채용은 속도전의 양상이 두드러진다. 다양한 기업이 한 지원자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 많아서다. 그 와중에 채용 결정이 늦어지면 좋은 인재를 다른 회사에 뺏길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기업과 맞지 않는 인재들이 지원했다면 빠르게 탈락시켜야 한다. 탈락이 빠르면 채용 절차에도 속도가 붙는다. 다시 좋은 인재를 찾는 데 시간을 쏟을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부분 기업에서는 좋은 인재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시 채용임에도 공개 채용과 같은 방식으로 선발 업무를 진행해서다. 통상 지원서가 일정 규모 이상 모이면 실무자에게 이를 전달해 평가를 요청하고, 실재 채용 결정까지 한 달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지금 한국은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기업문화가 변하는 기간에는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시채용 문화가 지배적인 북미, 유럽 등 해외 사례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수시 채용 위주인 해외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여러 시스템을 활용한다. 대표적 예가 ATS(Applicant Tracking System)와 TRM(Talent Relationship Management)다.
쓸수록 채용 실력 느는 ATS
ATS는 수시 채용의 업무처리 방식에 알맞게 지원자별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채용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ATS를 이용하면 사람이 일일이 지원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 시스템이 지원서를 확인한다. 기업이 원하는 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이 단계에서 걸러진다.이후 실무자들에게 ATS를 통과한 지원서를 보낸다. 실무자가 지원자 평가를 마치고 점수를 입력하면, 이를 빠르게 계산해 임원 면접에 오를 사람을 선발한다. 일부 기업은 임원 면접을 생략하기도 한다. 결격 사유가 있는 지원자는 ATS를 통해 걸러냈고, 함께 일할 직원들이 능력을 확인했으니 임원 면접은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ATS는 기존 채용 방식에 비해 인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수시 채용에서 이 같은 장점이 두드러진다. 수시 채용은 지원자들마다 지원 일자가 다르고 평가 일정, 면접 일정도 제각각이다. 공개 채용만 해오던 기업은 일정 관리만으로도 난항을 겪게 된다.
ATS를 사용하면 각 지원자의 일정을 정리할 수 있다. 평가를 맡은 실무자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 각 지원자의 이력서나 경력 사항을 보고 언제든 자신이 편할 때 평가를 내릴 수 있어서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지원자들과 평가자들의 일정을 맞춰 자동으로 면접일자를 조정할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용 절차를 평가하는 기능도 있다. 경쟁률과 최종 선발자의 수를 넘어 서류 검토, 면접 심사 등 단계별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지 확인한다. 어떤 부분에서 시간이 지체됐는지, 그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도 제시한다. 채용 절차를 진행할수록 그 회사의 ATS는 진화한다. 말 그대로 ‘회사와 함께 크는 채용 시스템’인 셈이다.
현재 미국 종합경제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98%가 ATS를 사용 중이다. 한국에서도 발 빠른 일부 기업이 ATS를 도입하고 있다.
유망 인재 명단 TRM
세계 최대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은 이용자가 7억 명이 넘는다. [뉴시스]
한국에서도 각 기업 인사 담당자나 헤드헌터가 링크드인을 돌며 각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보다 이직이 잦은 외국계 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이 서비스를 사용할 정도다.
해외에서는 더 적극적이다. 인재를 찾는 기업들은 TRM을 이용해 링크드인에 올라오지 않은 잠재 지원자까지 찾아낸다. TRM은 링크드인은 물론 업계 동향, 직원 추천 등을 통해 관련 인재 데이터를 모아놓은 예비 인재 풀이다. 일부 업계에서 하마평을 타고 이뤄지던 스카우트도 원시적 형태의 TRM이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인재가 이직을 원한다는 소문이 돌면 먼저 회사가 직접 이들에게 접촉하기도 한다. 기업이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지원자를 영입하려 나서는 셈이다.
고령화도 인력난 부추겨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건 모든 기업의 소망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담은 ‘규칙 없음’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책은 좋은 인재를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주장한다. 유능한 사람이 많은 조직은 규칙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운영되며 발생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되고 조직 자체가 높은 회복탄력성을 지닌다. 좋은 인재를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도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특히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는 지금 채용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인력난이 코앞에 와 있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퇴직하면 일할 사람 자체가 줄어든다. 수십 년 후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당장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생도 빠르게 줄고 있다. 10여 년 내로 인력난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적잖다. 인원이 적은 만큼 인재는 더 적을 것이다.
모든 기업이 좋은 인재를 갈망하는 만큼 이제는 채용도 속도전이다. 채용 업무에 더 빠르게 속도를 내야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이태규
두들린(그리팅) 대표. 1995년생. 한국외대 중국어통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전공만 보면 IT업계와는 거리가 멀지만 군 전역 후 코딩에 빠졌다. 2020년 두들린을 창업해 이듬해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는 ‘포브스코리아’ 선정 2030 파워리더 20인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