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新냉전에 삼성이 택한 그 사람, 평택서 바이든 수행한다

[Who’s Who] 주한 미국대사 지낸 마크 리퍼트 삼성전자 부사장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2-05-19 13: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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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13일(현지 시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현 삼성전자 부사장)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동아DB]

    2019년 9월 13일(현지 시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현 삼성전자 부사장)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동아D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날인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는다. 2019년 6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이동하다 “여태까지 본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것 중 하나였다. 도대체 저게 뭐야(What the hell is that?)”라고 언급한 바로 그곳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전체 부지 면적이 289만㎡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이다.

    바이든 대통령 수행을 위해 삼성전자에서는 마크 리퍼트 북미지역 대외업무 총괄부사장이 나선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그는 200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외교안보 보좌관을 지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농구를 함께 즐길 만큼 가깝다. 오바마 정부 때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를 거쳐 2014년 10월~2017년 1월 주한 미국대사로 일했다. 이후 미국 보잉,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유튜브에서 대관 업무를 맡았다.

    리퍼트 전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친한(親韓) 성향이 특히 강한 인물이다. 그는 2015년 3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찬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 얼굴을 80여 바늘 꿰맨 뒤 퇴원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2014년과 2016년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이름도 한국식으로 지었다. 대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워 자녀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그의 KBO 리그 사랑은 유명하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두산 베어스 경기를 시청하는 열혈 ‘두산 팬’이다. 4월 17일과 24일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구단 초청이 아니라 직접 좌석을 예매해 지인들과 동행했다고 한다.

    리퍼트 전 대사는 3월부터 삼성전자 소속이다. 신(新)냉전으로 불릴 만큼 첨예해지는 미·중 패권 경쟁 시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반도체 웨이퍼를 쥐고 흔들면서 “이런 것들이 모두 인프라”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안보 관점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자리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초청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업체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유수의 미국 기업이 삼성전자의 고객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내내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할 정책 대상이다. 삼성전자가 민주당 계열인 리퍼트 전 대사 영입에 공을 들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국내 한 중견기업 대관담당 임원은 “반도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안보 관점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가 미국 민주당 네트워크에 효과적으로 진입하게 해주는 카드”라고 말했다. 이어 “(리퍼트 전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의 의미가 작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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