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민주당, 다음엔 언론인 대통령 만들어주려 하나

[봉달호 편의점 칼럼]

  • 봉달호 편의점주

    입력2022-05-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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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과 동떨어진 ‘검수완박’

    • 무관심·복잡함 틈타 낸 사달

    • ‘주체성’ 외치더니 이럴 때만 외국 본받자?

    • 적폐청산 도구로 쓰다 정권 바뀌니 ‘검찰개혁’

    • 다 아는 걸 민주당만 몰라

    5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대폭 축소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5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대폭 축소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2020년 10월 2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런 말을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른바 ‘검찰개혁’ 문제를 놓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갈등이 첨예하던 때라 더 화제였다.

    발언이 있던 날 서울 어느 식당에서 옆 테이블 손님이 TV 뉴스 화면을 보면서 “저런 오만방자한…”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광경을 봤다. 법리를 잘 모르거나 발언 배경을 알지 못하면 분명 그렇게 들릴 법하다. 직제상 검찰청이 법무부 외청(外廳)이긴 하더라도 어쨌든 법무부 산하 기관인데, 어찌 그 기관의 수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무례하게 발언할 수 있느냐는 것. “저거 항명 아니야?”라고 화를 내는 사람까지 있었다.

    법이라는 게, 혹은 세상이라는 게 그렇다. 그 분야 전문가이거나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왜 저러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대목이 종종 있다. 일단 그 부분만 간단히 매듭짓자면 정부 조직상 검찰청이 법무부 산하에 있는 건 맞지만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하수인)가 아니다. 부하가 돼서도 안 된다. 법리상 그렇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검수완박’ 온전히 이해할 사람 얼마나 될까

    5월 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5월 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올해 5월 국회는 또다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동물 국회’가 됐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완결판이라고 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한쪽에서는 그것을 ‘검찰 정상화 법’이라고 부르면서 “국민을 위한 정상화가 이루어졌다”(민주당 대변인) 자찬했다. 반대편에선 “70년 사법체계를 8분 만에 무너뜨렸다”면서 “거대의석을 무기로 한 입법 폭거”(국민의힘 대변인)라고 비난했다.



    ‘검수완박’으로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일체 빼앗아야 한다 말한다. 다른 한쪽에선 수사와 기소가 기계적으로 분리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수사개시권이니 종결권이니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니 온갖 복잡한 말들이 오가는 데, 작은 의문이 생긴다. ‘이런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학에서 법학개론 정도 수강한 수준으로는 알 수 없는 대목이 많다. 혹여 공무원 시험 준비 등으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관련 원리와 배경을 뚜렷이 이해하고 자기 소견을 갖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일반인’의 삶과 멀리 떨어진 이야기다. 평생 검찰청사에 드나들 일이 생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운전면허증 찾으러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찰서에 들어갈 일마저 드물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 자기 삶에 피해가 왔다’ 혹은 ‘경찰에 자체적 수사권이 없어 우리 집안 형편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할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물론 직접적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나라 꼴’이 잘못되면 피해는 돌고 돌아 국민에게 닿는다. 정치인이 수억 원 뇌물을 받든 나와 직접적 상관은 없지만 사회가 부패하면 결국 피라미드 밑변에 있는 국민이 고통을 받으니 우리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세상사에 참여해야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대체로 이와 같으리라 본다.

    그래도 다른 이슈라면 뉴스 검색이라도 해서 생각을 정리해 보겠건만, 검찰 수사권 운운하는 작금의 대목은 ‘대체 무슨 말인지?’ 싶은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저 어디서 들은 말로 “우리나라 검찰이 너무 ‘센’ 것은 사실 아니야?”라거나 “정치인들이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 검찰 수사권을 없애려는 것 아니야?” 정도의 논쟁만 거듭할 따름이다. 어쩌면 정치인은 이러한 무관심과 복잡함으로 생긴 공백을 틈타 오늘의 사달을 일으켰는지 모른다. 어차피 이런 사안에 관심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고, 있다 해도 힘껏 밀어붙이면 별문제 없으리라 판단하면서.

    그래서 되도록 쉬운 용어로 정리해 보려 한다. 필자도 지식이 일천한 관계로 설명이 쉽진 않지만 평범한 시민 처지에서 ‘검수완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되짚어 보겠다.

    어쩌면 평생 모르는 게 나을지도

    글 앞부분 식당의 풍경으로 돌아가 보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하던 그때 “경찰청 수장은 경찰청장인데 왜 검찰청 수장은 총장이지?”라고 묻는 말이 들렸다. “검찰총장도 검찰청장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말하며 킥킥대는 사람도 있었다. 왜 검찰은 청장이 아니라 ‘총장’일까.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사실과 관련 있다.

    간단한 사례지만 이를 설명하려 해도 온전히 이해 못할 사람이 상당수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완벽히 설명하자면 ‘사법’의 개념부터 소개해야 할 것이고, 그에 앞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논점까지 되짚어야 할 수도 있다. 또 영미(英美)와 대륙의 법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형사소송의 개념과 절차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따로 정립해 왔는지, 한국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척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탄핵주의, 규문주의, 국가소추주의, 기소독점주의 같은 용어까지 등장하면 백기를 드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반적인 공무원은 소속 기관장의 지시를 받고 역할을 수행한다. 검사는 개개인이 ‘단독기관’이다.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또한 많다. 이해한다 하더라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까지 들어가면 설명이 더 복잡해진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검사가 근엄하게 법복(法服)을 입고 재판정에 등장한다. 그런데 미국 영화에선 양복을 입고 나온다. 사복 차림이다. 이를 눈여겨보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알아챘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일 듯하다.

    또 있다. 한국 법정에선 판사가 정면에 착석하고 왼쪽에 검사, 오른쪽에 변호인이 마주 앉는다. 피고인은 공판정 중앙에 죄인처럼 앉아 있다. 이 또한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미국에선 검사와 변호인이 나란히 앉는다. 피고인은 변호인 바로 옆에 앉는다. 재판 도중 변호사와 피고인이 소곤소곤 의견을 주고받는 광경을 영화·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미국은 좋고 우리는 나쁜 것일까. 한국은 인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그런 것일까.

    당사자대등주의에 따라 2008년부터 한국도 공판정에서 변호인과 피고인이 나란히 앉도록 바뀌었다. 또 앞서 한국 검사가 법복을 입는다고 썼지만 그것은 ‘공판검사’에 해당할 뿐 ‘수사검사’는 법복을 입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사실 검사가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로 나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알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다, 적어도 자신이 법정에 서기 전까지는. 어쩌면 평생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미국 따라 한다고 先進 아니다

    더 깊게 들어가 보자. 미국은 판사 옆에 배심원이 앉는다. 흔히 ‘배심원단’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전문 율사(律士)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다. 배심원단이 피고인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고 극적으로 무죄를 평결하는 할리우드 법정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면서 우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한국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긴 했지만 아직은 그런 풍경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은 ‘선진 민주주의 사법 시스템’이고, 우리는 법률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는 ‘구태의연 사법 시스템’일까.

    덧붙이자면 미국에선 기소(起訴) 결정도 시민이 한다. 법정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재판정에 앉아 있는 배심원은 소배심(petit jury)이다. 기소를 결정하는 대배심(grand jury)이 따로 있다. 대배심도 시민으로 구성되며 참여 인원은 소배심보다 더 많다. 즉,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 대개 재판이 성립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검사가 시민들에게 “기소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고, 이것이 수락돼야 비로소 재판이 열리는 구조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검사의 직접 기소가 허용된다. 시민에 의한 사법 통제 장치가 여러 겹 있는 것. 흑인 청년을 백인 경찰이 총으로 쏴 죽인 일같이 큰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관 기소 여부만 놓고도 대배심 결정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은 형사사건에 시민이 주체가 돼 소송을 제기하고 판결도 시민이 하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시민의 제반 권리 행사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모양새다. 이 대목에서 국가의 기능과 지위, 역할에 대한 인식에 국가 간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국가 성립 과정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미국은 국가(국왕)의 통제를 받기 싫어 신대륙으로 떠나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사람들로 출발한 국가 아니던가. 개인의 시민적 가치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태에서 출발한 국가가 미국이라면 한국은 근대적 시민 개념이 생겨날 겨를조차 없이 광복과 함께 벼락처럼 뚝딱 탄생한 국가다. 태생 자체가 민족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전쟁 이후로는 이념적 동질성까지 강조되는 나라였다. 한국인에겐 반세기 넘도록 개인의 권익보다 공동체의 안정을 중시하는 사고관이 사회적 유전자처럼 흐르고 있다. 좋든 싫든 그것이 역사적 과정이고 결과다. 때론 긍정, 때론 부정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70년 된 국가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무모함

    검수완박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이른바 ‘수사와 기소의 분리’ 주장이 거세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으니 권한이 남용된다는 것. 그래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면 된다고 말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처럼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리 쉽고 단순하기만 할까.

    한국 검찰이 다른 나라 검찰에 비해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며 세계 각국 검찰 비교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는 사람도 많다. 자료의 객관 타당성을 따지는 일은 차치하고, ‘다른 나라가 그러니까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문제에선 ‘주체성’을 맹렬히 추종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문제엔 외국 사례를 극구 앞세우는지 모르겠다.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고, 사법에서는 법체계가 다른 경우가 많다.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서와 인식 차이 또한 존재하는데 말이다.

    따질 일은 한국 검찰의 권한이 정말 그렇게 막강한지 여부에 앞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가 아닐까. 앞서 쓴 것처럼 검찰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은 극소수다. 물론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 또한 상식이다. 검찰 권력의 막강함이 그들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폐해일까.

    검찰에 소속된 ‘수사관’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문제가 맞다. 현직 검사가 2000여 명인데, 수사관이 약 6200명에 이른다. 수사를 보조하는 실무관 또한 약 1500명이다. 간단히 봐도 검사 1인당 4명 정도 수사 인력을 데리고 있는 셈이다. 이게 과연 정상일까.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만의 특수성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차제에 언급하자면 광복 직후 경찰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아 법률 전문가인 검찰에게 통제자 역할을 맡긴 것이 오늘에 이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경찰 수사가 완벽할 수는 없다. 공소 제기에 필요한 부분을 검사가 보강하라고 지시하거나 경찰의 역량이 미덥지 못한 사건을 검찰이 담당하는 건 존재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능력은 나날이 발전해 왔다. 일선 경찰관들의 법률 지식과 인권 의식, 경찰에 대한 국민의 감정 또한 예전에 비할 바 없이 나아졌다. 검찰의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점점 더 많은 부분을 경찰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찰의 수사 경험도 더 쌓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위임하는 방식의 개혁이라면 이는 한국 형사사법체계 발전을 위해서 얼마든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이익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작금의 ‘검수완박’은 이러한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다. 말 그대로 검찰이 아예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인데, 좋든 싫든 70년 동안 유지한 국가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 정치인에겐 시급하고 절박한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국민 처지에선 어리둥절한 일이다.

    민주당, 대체 무엇이 두렵기에

    5월 3일 ‘검수완박’ 법안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강행 의지로 94.25%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통과됐다. [뉴스1]

    5월 3일 ‘검수완박’ 법안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강행 의지로 94.25%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통과됐다. [뉴스1]

    사실 ‘검수완박’은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는 물론 감정의 골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서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한 게 아니다.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일선 경찰관들이 수사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수갑을 반납하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2020년에도 이와 유사한 집단행동이 벌어졌다. 검찰은 또 검찰대로 반발해 검찰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경찰 처지에선 경찰에게 자율권을 주는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는 불만을 표현한 것이고, 검찰로서는 기존의 권한을 가급적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서로 위치를 바꾼다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일 테다. 어떠한 조직이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 욕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풀 땐 현실적 이해관계를 살펴야 한다. 당사자들의 반발을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정치적 통합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또 갈등을 푸는 데 있어 무엇보다 고려할 사항은 ‘무엇을 위한 (혹은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의 문제다. 난잡한 싸움이 계속되다 보면 종국에는 ‘우리가 이 싸움을 왜 시작했지?’ 하면서 사건의 발단마저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검수완박이 꼭 그렇다. 마치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단언컨대 핵심은 국민이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또 피해를 보더라도 범죄자를 준엄히 단죄할 수 있도록 한국 형사사법체계를 공고히 하는 일이다. 검수완박은 과연 이에 부합하나.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 부분 제한됐다. 검찰은 이른바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만 담당했다. 나머지 범죄 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갔다. 경찰은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 있는 범죄를 맡고 아직 경찰의 능력이 닿지 않는 권력형 비리나 고도의 지능경제 범죄는 검찰이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검찰의 수사권을 서서히 경찰로 이양한다는 관점에선 일종의 과도기로서 제법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은 검찰이 그나마 갖고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까지 모두 빼앗겠다는 법률안을 갑작스레 내놓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시행한 지 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는 것일까.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먼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때 경찰 산하에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됐다. 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대안을 보여줘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번 검수완박은 어떤가. 검찰이 갖고 있던 중대범죄 수사권을 없앤다면 당연히 그 범죄는 앞으로 어디서 다룬다는 대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텐데, 민주당은 특별한 구상 없이 그저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것에만 몰두했다.

    5월 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의원들과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5월 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의원들과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집권 초기 땐 뭐 하다 이제야

    그렇다면 6대 범죄 수사권은 어디로 가느냐는 항간의 질문에 경찰 출신 민주당 의원(황운하)은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무책임한 태도다. 그러니 권력자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의 권한을 그토록 숨 가쁘게 ‘증발’시키려는 행위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진 않은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거다.

    문제가 또 있다. 6000여 명에 이르는 검찰 수사관은 향후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검수완박’을 단순히 논리로만 따져서도, 벼락 치듯 갑작스레 추진해서도 안 되는 ‘현실적’ 이유다. 물론 국가의 전반적 수사 역량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검찰 수사관들의 능력과 경험은 분명 어딘가에서 쓰일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민주당은 그저 ‘뺏는 것’에만 급급해 특정 직업군의 미래를 거칠게 유린했다. 검찰 수사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지금껏 일해 온 수사관으로서는 홀연 자기 직업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그러니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빼앗겼다”며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이 직업을 준비해 왔던 수험생들 또한 마찬가지고.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민주당은 왜 이렇게 매사에 문제를 투박하게 다룰까. 특히 검찰과 관련된 사안에선 적대적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아마 ‘권력화된 검찰이 우리를 위협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거대한 서사가 이성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트라우마다.

    제도가 잘못됐으면 고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순서가 있고 대안이 있어야 마땅하다. 지금 민주당의 태도는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권력화된 검찰’에 대해 개혁 의지가 진정 강하게 있었다면 집권 초기에 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나선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검찰을 앞세워 실컷 수사권을 이용해 놓고, 뒤늦게야 검찰을 모든 악의 근원처럼 몰아세우며 검찰을 해체하려는 듯 덤벼드니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정치 검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특수부의 규모를 더욱 키웠다.

    총체적으로 실패한 헛발질

    역사적으로 검찰 문제는 권력과 밀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 스스로가 초래한 점도 있지만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권력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어떤 원로 정치인의 말처럼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관심을 끊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겨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제도를 고치는 것인데, 작금의 검찰개혁은 ‘미운’ 검찰이 가졌던 권한을 뺏어 경찰에게 넘겨주는 것일 뿐 본질상 달라진 게 없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대로, 최고 권력자로서는 검찰보다 경찰이 훨씬 다루기 쉬운 존재 아닌가. 또 마음만 먹으면 검수완박 상황에서도 검찰을 활용할 방법 또한 얼마든 찾을 수 있다.

    검수완박은 총체적으로 실패한 헛발질이다. 그저 정권의 수명이 끝나가는 무렵 ‘검찰을 어떻게든 혼내 주고 가겠다’는 처량한 복수심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민주당의 ‘검찰 집착’이 오히려 헌정사 최초 검사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됐다. 이제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뒤이어 언론개혁을 하겠단다. 다음 번엔 언론인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주려는 것일까.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을 민주당만 모른다. 갈수록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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