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호

“올해는 창사 이래 첫 매출 1조 원 시대 여는 원년”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m

    입력2024-01-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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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항 66년 김포의 승부수, 상하이·서울·오사카 비즈니스 셔틀

    • 20년째 2000㎞ 운항 제한에 발목 잡힌 김포 국제선

    • 청주, 대구, 무안 찍고 오사카? 엑스포 환승객 잡아라

    • 지방공항, KTX엔 밀렸지만 UAM으로 도약할 것

    • 페루 등 13개국에 공항 건설·운영 노하우 전수

    30여 년간 국가정보원에서 보안·대테러·사이버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한 윤형중 사장은 2022년부터 한국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다. [박해윤 기자]

    30여 년간 국가정보원에서 보안·대테러·사이버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한 윤형중 사장은 2022년부터 한국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다. [박해윤 기자]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안보학 석사학위를 받은 대테러, 사이버안전 분야 전문가이자, 국가정보원 해외 업무를 총괄하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협상력을 갖춘 비즈니스맨이다. 2년 전 그가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할 때도 이러한 업무 능력은 항공 분야 비전문가라는 단점을 덮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공항의 안전 강화와 해외 사업 수주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날아든 전년도 성적표는 처참했다. 매출 5801억 원, 영업이익 ―2782억 원(2021년). 2019년 매출 9711억 원, 영업이익 1285억 원을 찍으며 승승장구하던 한국공항공사는 매출 1조 원 시대 코앞에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주저앉았다. 특히 2019년 203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국제선 승객이 2021년 5만 명으로 쪼그라든 타격이 컸다. 팬데믹 기간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중 국제선을 운항하는 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양양·무안 등 7개 국제공항엔 인적이 사라졌다.

    “불 꺼진 지방 국제공항들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너무 초라했죠. 참담했습니다. 항공산업 생태계가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죠. 2020년 이래 4년간 누적 손실이 8000억 원이 넘었습니다. 더 암담했던 것은 이 바닥의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죠. 그럴수록 우리에겐 바닥을 짚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직원들을 격려했습니다. 5만 명으로 바닥을 찍은 국제선 승객이 2022년 100만 명을 넘겼고(최종 179만 명), 2023년 1000만 명(1280만 명)대를 회복하자 과감히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2019년 수준으로 회복이 아니라 공사 창립 이래 첫 1조 원 시대를 여는 도약을 선언한 것이죠.”

    1980년 한국공항공사의 전신인 국제공항관리공단이 설립됐고, 2002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으니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공사지만 팬데믹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회복이 아닌 도약’은 실질적 목표라기보다 선언적 의미에 가까워 보였다. 꾸준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23년 매출 8450억 원, 영업이익 ―738억 원.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87%, 국제여객 수송 실적은 63%에 머물렀다. 갈 길이 멀었다. 섣부른 기대라는 지적에도 “2024년 첫 1조 원 시대와 흑자 전환”이라는 카드를 조기에 꺼내 든 윤 사장의 복심은 무엇일까. 1월 4일 서울 강서구 하늘길에 있는 한국공항공사 본사에서 윤 사장을 만났다.

    14개 공항과 하늘길 관리, 바람 잘 날 없어

    올겨울 유난히 폭설이 잦아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2016년 1월 32년 만의 폭설(18㎝)로 제주공항이 폐쇄되고 8만 명의 시민이 발이 묶이는 사태를 겪은 것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이후 폭설 대응뿐만 아니라 체객 관리 시스템을 정비했다. 더 빨리 상황을 판단하고 더 빨리 승객들에게 알리고 더 빨리 대체편을 마련하는 등 공항과 항공사가 일체감 있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폭설 등 기상 악화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가 일시 폐쇄됐지만 2016년과 같은 혼란은 없었다. 전국 14개 공항과 하늘길을 관리하는 공항공사로서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새해 벽두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일어난 항공기 간 충돌과 화재 사고로 안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2003년 11월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 강화의 일환으로 양국 수도를 최단 시간, 최단 거리로 잇는 김포-하네다 노선이 개설된 이래 20년간 3000만 명을 수송한 만큼 하네다 공항 사고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사고 직후 우리 공사도 온콜(긴급대기) 상태였다. ‘90초 룰(비상 상황에서 모든 승객이 90초 이내에 탈출)’을 지킨 덕분에 항공기가 전소되는 대형 사고에도 승객 전원이 무사했다. 만약 우리 공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하고 돌발 상황을 상정해 특별훈련을 지시했다. 훈련은 반드시 해봐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안전 이슈의 승부처는 사전에 위험 요인을 찾아낼 수 있느냐, 그런 상황이 발생한 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위험 요인은 도처에 있다. 감염병, 기상이변, ‘버드 스트라이크’(항공기와 새 충돌 사고 연평균 100건 이상), 무인기 같은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까지 등장한 뉴노멀 시대를 살고 있다. 2년 전 취임사에서 ESG 경영에 안전(safety)을 더한 ESSG 경영을 제안한 것은 공항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 안전은 핵심가치이자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포국제공항 UAM 버티포트 조감도. [한국공항공사]

    김포국제공항 UAM 버티포트 조감도. [한국공항공사]

    김포-상하이는 되고 싱가포르·홍콩은 안 되는 이유

    지난해 김포공항 개항 65주년 세미나에서 동북아권 핵심 공항이 되려면 2000㎞ 운항 제한부터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58년 1월 30일 대통령령에 따라 정식 국제공항으로 지정됐으니 올해로 개항 66주년이 된다. 김포는 오랫동안 한국의 관문이었지만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국제선이 중단됐고, 2003년 김포-하네다 노선이 재개된 뒤 근거리 국제공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그때 만들어진 운항 제한 규정(반경 2000㎞ 이내만 취항)이다. 일본(하네다·간사이), 중국(홍차오·다싱·서우두), 대만(쑹산·가오슝) 3개국 7개 노선은 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은 안 되는 이유다.

    김포공항 국제선 여객 중 36%가 비즈니스 목적이다. 하네다 노선은 42%를 넘는다. 이들은 짧은 수속, 도심과의 근접성, 편리한 환승을 원한다. 김포공항은 서울 시청에서 16㎞ 거리에 있고 5개의 전철이 지난다. 김포를 이용하면 도쿄 2시간 37분, 상하이 1시간 42분의 단축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2300만 수도권 주민이 김포에서 바로 싱가포르나 홍콩까지는 갈 수 있도록 20년 넘은 규제의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안이 나올 때마다 소음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차라리 공항을 이전하자는 주장도 나오지 않나.

    “운항 편수의 총량을 유지하면서 국제선을 점차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항공사들이 공항에 지불하는 ‘착륙료’의 75%가 소음 대책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국제선 착륙료는 국내선의 4배다. 총량을 유지하면 소음은 늘지 않는데 소음 대책 비용은 4배가 늘어나는 셈이 된다. 이를 통해 주민들께 오히려 보상혜택을 더 드릴 수 있을 것이다.”

    ‘베세토’에 이은 ‘상세오’ 새로운 비즈니스 셔틀 구축

    한·중·일 3국 수도를 잇는 이른바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노선에 이어 3국 경제중심도시를 잇는 상세오(상하이-서울-오사카) 노선에 주력하는 이유는 뭔가.

    “김포·하네다 공항은 도심 안에 있고,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은 도심과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베세토’가 비즈니스 셔틀 1세대라면 ‘상세오’는 2세대 셔틀이다. 공항공사가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려면 관건은 중국이고, 상하이는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다. 지난달 상하이 푸둥·홍차오 공항 사장들과 만나 상세오 노선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이것이 완성되면 김포는 동북아 비지니스 셔틀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2025년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를 활용하는 전략을 강조해 왔다.

    “2025년 4월부터 10월까지 오사카 엑스포가 열린다. 전 세계에서 오사카로 가는 승객들이 한국을 경유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미 김포뿐만 아니라 제주·김해·청주·대구 국제공항도 오사카 간사이 공항과 연결돼 있어 운항 편수만 늘리면 된다. 부산·청주에서 K팝 공연을 보고 오사카로 가거나, 오사카에서 귀국길에 제주·서울을 방문해 즐길 수 있게 하는 ‘인바운드 유치·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K-컬처 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보이그룹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티켓파워에 놀란 적이 있다. 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해외 팬들만을 대상으로 티켓박스를 열었는데 20분 만에 매진됐다. 요즘 문화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오사카 엑스포 기간 동안 K팝 공연을 적극적으로 개최해 줄 것을 요청한다. 공항이 위치한 지자체장들에겐 K팝 공연을 할 수 있는 ‘아레나’를 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와 연계해 우리는 문화 엑스포, K팝 엑스포를 하면 된다.”

    산하 14개 공항 중 흑자인 곳은 김포·제주·김해·대구 공항 4군데뿐인데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지방공항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

    “먼저 청주공항의 잠재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국토 중간쯤에 있는 청주공항은 코로나 이전에 김포·제주 티켓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유커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항이었다. 엔데믹 이후 항공 수요가 크게 늘면서 청주공항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청주를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LCC)는 현재 항공기 5대에서 연말까지 10대로 증대할 계획이다. 오사카·클라크필드·타이베이 취항에 이어 삿포로·마닐라 등으로 국제선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삿포로 노선은 청주를 우선으로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항공산업이 도약하려면 지방발(發) 해외노선이 복원돼야 한다. 김해공항은 폴란드 바르샤바, 미국 LA, 튀르키예 이스탄불, 두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 등 중장거리 노선이 신설되고 제주공항은 일본·대만 노선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대구·청주·무안공항은 중국 노선 복원과 함께 몽골 노선을 추가로 개설하고 지속적인 항공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동남아 노선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전 세계 로컬과 로컬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는 글로컬 전략이다. 동남권 1300만 시민이 인천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 나가실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풍부한 해외 경험과 뛰어난 협상력으로 해외공항사업을 수주하고 있는 윤형중 사장. [박해윤 기자]

    풍부한 해외 경험과 뛰어난 협상력으로 해외공항사업을 수주하고 있는 윤형중 사장. [박해윤 기자]

    항공산업 게임체인저 UAM, 공항공사가 선도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이 항공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예측하는 근거는 뭔가.

    “UAM은 수직이착륙항공기다. 4~5명을 태우고 도심의 교통체증을 피해 트래픽 없는 공중으로 자율주행을 한다. 헬기와 같은 고도(300~600m)에서 이동하지만 소음은 헬기의 절반이고 속도는 더 빠르다. 현재 기술로 시속 350㎞로 240㎞까지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239㎞다. 헬기는 프로펠러가 한 개지만 UAM은 4~6개가 장착돼 더 안전하다.

    또 하나는 친환경 이슈다. 2년 전 프랑스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TGV로 150분 이내 거리는 여객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항공업계 반발로 무산됐지만 언젠가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안에서 서울-제주 말고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게 된다. 전기 또는 수소 배터리를 이용하는 UAM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 파리 하계올림픽이나 내년 오사카 엑스포에서도 UAM은 핫이슈일 것이다.”

    직접 기체를 개발하는 것도 아닌데 공항 사장이 왜 UAM 상용화에 앞장서나.

    “지방공항 14개를 지어놓고 KTX가 등장하는 바람에 공항이 타격을 받았다.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인 UAM에 주목하는 이유이며 오히려 지방공항이 UAM과 연계해 항공산업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애초 도심을 강조한 UAM(Urban Air Mobility)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RAM(Regionnal Air Mobility)으로, 다시 도시와 지역을 포함하는 AAM(Advanced Air Mobility)으로 빠르게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광주-대구 간 달빛 철도 노선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변화를 가져올 UAM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공항공사는 한화시스템,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 4개사와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25년 국내 최초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버티포트(수직이착륙항공기가 충전과 정비 등을 할 수 있는 터미널)’ 건설과 교통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항공사는 UAM 상용화를 위해 준비된 기업이고 무엇보다 지방공항은 고도제한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UAM은 응급의료, 택배, 관광, 군 작전용 등 다양한 쓰임새가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UAM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2007년 이래 13개국으로부터 20개 해외공항사업을 수주해 15개 사업을 완료했다. 해외공항사업은 공항 건설과 장기 운영권을 갖는 것, 비행기 이착륙을 돕는 항행시설과 장비 수출, 교육과 운영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페루 마추픽추의 관문이 될 친체로 신공항 건설, 라오스 루앙프라방 공항 운영권, 도미니카공화국 페데르날레스 관광단지 신공항 건설, 우크라이나 키이우 보리스필 수도공항 인프라 복원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 수주에서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국제공항부터 지방 중소 공항까지 다양한 규모의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강점이다. 덧붙여 한국의 스마트공항 시스템과 UAM 버티포트 조감도를 보여주면 그들의 눈이 열리고, K팝과 K컬처를 얘기하면 그들의 가슴이 열린다. 윤형중 사장이 귀띔한 공항 세일즈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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