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HD현대重 vs 한화오션 KDDX 쟁탈戰 내막

1375조 원 시장 노리는 정기선·김동관 ‘미래 위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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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4-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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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조8000억 원 걸린 KDDX 두고 소송 불사 다툼

    • “도둑에게 국가안보 맡기다니” vs “이미 다 끝난 얘기”

    • 군사기밀 유출로 감점된 현대重, 경쟁입찰 시 승리 가능성↓

    • 경조사 챙길 만큼 친해도… “公은 公, 私는 私”

    • “세계시장 포석 위한 자존심 싸움”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업 양대 산맥 HD현대중공업(이하 HD현중)과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도둑”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소송도 불사하는 격전이다. 2009년부터 추진된 KDDX 사업은 기존 한국형 구축함(KDX)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2036년까지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7조8000억 원이다.

    각 사를 이끄는 이는 ‘오너 3세 경영인’ 정기선(42) HD 현대그룹 부회장과 김동관(41)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같은 세대로 서로 경조사를 챙길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둘이 친분과 상관없이 ‘진검 승부’를 벌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싸움이 KDDX 사업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향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사실상 차기 회장이나 마찬가지다. 향후 그룹을 책임져야 할 ‘프로 경영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군함 등 특수선 시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KDDX 사업이 실력을 입증할 기회임과 동시에 그룹의 ‘미래 사업’이기도 한 만큼 사적 교분은 잊고 양보 없이 다툴 것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한화그룹, HD현대그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한화그룹, HD현대그룹]

    군사기밀 유출 HD현중 직원 9명 전원 유죄, 방사청 특혜 의혹도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4단계로 나뉜다. 각 단계마다 경쟁입찰을 하지만 결격사유가 없는 한 ‘3단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업성 저하를 막기 위함이다.

    시작은 한화오션이 앞서갔다. 개념설계 단계에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HD현중을 누르고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작업을 완료했다. 싸움의 발단은 2020년 12월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이다. 당시 HD현중이 0.056점 차이로 신승(辛勝)을 거뒀는데, 이 과정에서 2018년 국군방첩사령부(당시 국군기무사령부)에 의해 HD현중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그해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HD현중 직원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수차례 방문해 한화오션이 수행한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기밀을 빼돌려 내부 서버에 공유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KDDX 관련 비밀 2건과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 비밀 1건, 다목적 훈련 지원정 비밀 1건, 훈련함 비밀 1건 등 26건을 빼돌린 것으로 봤다. 방첩사는 연루된 HD현중 직원 9명을 울산지검에 송치했고, 울산지검은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이들 모두에 대해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에 따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 각각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2022년 11월부터 3년간 입찰에서 보안 감점(1.8점)을 부과하기도 했다.

    2020년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에서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있다. 근소한 차이로 HD현중이 이길 수 있도록 ‘룰’을 바꾼 것. 왕정홍 당시 방사청장은 기본설계 입찰 공고 8개월 전에 보안 사고에 따른 감점 규정을 고쳐 기밀 유출로 인한 감점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왕 전 청장은 현재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 B씨는 “한화오션으로선 억울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KDDX 사업은 국책사업이다. 당시 대주주로서 한화오션을 관리하던 산업은행은 국가 주요 사업에 큰 잡음이 나는 것을 꺼려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 대신 법원, 방사청이 향후 이에 대해 HD현중에 입찰을 제한하면 향후 단계를 한화오션이 따내면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당시 대주주가 지금과 같이 한화그룹이었다면 조용히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조직적 개입” vs “억측”

    3월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고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3월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고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산업은행의 계산은 빗나갔다. 올해 2월 27일 방사청이 HD현중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것이다. 행정지도 처분은 입찰은 허용하되 감점만 받게끔 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관행상 KDDX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중이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가능성이 생겼다.

    한화오션은 강경 대처에 나섰다. 3월 4일 HD현중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HD현중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임원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최장 5년간 해군 군함 사업 입찰 제한을 받게 돼서다. 또 방사청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이 아닌 복수 방산업체 지정으로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경쟁입찰이 되면 0.1점 수준으로 승부가 갈리는 터라 사실상 HD현중이 승리할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 지난해 7월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자 선정에서 불과 0.1422점 차이로 HD현중을 꺾은 바 있다. 감점으로 승패가 엇갈린 셈이다.

    3월 5일엔 설명회를 열고 HD현중의 군사기밀 유출 건에 대한 판결문을 조목조목 짚으며 맹공(猛攻)을 가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중은 도둑”이라며 “임원급 이상 지시 없이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외부 서버에 저장, 공유까지 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 싸움이 입찰을 앞둔 경쟁사 간 밥그룻 싸움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국가안보가 걸린 일”이라고 덧붙였다.

    HD현중은 ‘억측’이라는 태도다. HD현중 관계자는 “임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2년 반에 걸친 검찰과 방첩사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안을 짜맞추기식 주장과 근거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염두에 둔 싸움”

    업계에선 “어느 한쪽이 크게 실익을 보진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 B씨는 “KDDX에 8조 원 가까운 돈이 걸려 있다고 해도 국책사업 특성상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며 “서로 분쟁이 격화돼 ‘치킨 게임’이 되는 정도까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씨는 “사실상 두 회사의 기술 수준은 대동소이한데, 우리나라에서 군함을 만들 수 있는 회사도 여기 둘뿐”이라며 “방사청으로선 어느 한쪽이 사업을 독점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결국 총 6대 물량을 반반씩 나눠 갖는 결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세계 특수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선 제압’으로 강경히 대립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근거는 1000조 원이 넘는 특수선 시장규모다.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의 ‘2022~2031 제인스(JANES)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 특수선 시장규모가 약 1조 달러(137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HD현중과 한화오션 모두 특수선 사업을 키우는 데 진력하고 있다. HD현중은 올해 특수선 부문 수주 목표치를 9억8800만 달러로 책정했다. 지난해 추정 실적보다 약 615% 높은 수치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매출에서 전체 매출 가운데 특수선 매출 비중이 25.1%를 기록했다. 2022년(14.5%) 대비 약 73% 성장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권 국립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사실 글로벌 기준 HD현중과 한화오션은 LNG선 등 상선 부문에선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방산 부문인 특수선에선 뒤처진다”며 “KDDX 사업을 따내는 기업이 특수선 기술에 우위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두 오너가 단순히 현재 사업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세계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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