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유튜브 ‘현인’ 따라 투자했는데 결과가 왜 나쁘지”

[윤지호의 투자공방] 화려한 도표·현란한 수식이 주는 편안함 그러나…

  • 윤지호 경제평론가

    입력2025-04-0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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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시장 ‘먼데이 모닝 쿼터백’, 결과는 글쎄?

    • 손실 커지면 “시장이 왜 이리 안 끝나지” 울상

    • ‘주관적 시간’이 주는 압박감 이겨내야 돈 벌어

    • 투자 성과, 주어진 3초에 최선을 다하느냐로 갈려

    증권시장이 개장하면 장이 마감할 때까지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투자자마다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 Gettyimage

    증권시장이 개장하면 장이 마감할 때까지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투자자마다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 Gettyimage

    미국인에게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는 미식축구다. 월요일 아침 출근 후 커피타임은 지난 주말 펼쳐진 경기에 대한 수다가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마치 자신이 필드에서 팀을 이끄는 쿼터백처럼 “이랬어야 했다”며 뒷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결과가 나오기 전이 아닌, 경기가 끝난 다음에야 “나라면 그렇게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떠들곤 한다. 이처럼 사후 확신편향에 빠진 이들을 빗댄 표현이 있다. 바로 ‘먼데이 모닝 쿼터백(monday morning quarterback)’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도처에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 보인다. 주가가 하락하면 뒤늦게 화려한 도표와 현란한 수식을 들고 와 이유를 설명해 주는 이들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과거 자신의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들고 와 예측이 맞았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추종자는 이들을 ‘현인(賢人)’으로 믿고 따르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그들의 말은 다 맞는데 왜 따라 하면 잘 안 될까”라고 자책하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다. 타인의 시간은 나의 시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시간이 주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

    투자자마다 다르게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

    투자는 시간을 무대로 한다. 투자자는 ‘과거’를 살피고 ‘미래’를 예측한 다음 ‘현재’에 투자한다. 이때 시간은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증권시장이 개장하면 장이 마감할 때까지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투자자마다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체감한다. 손실이 커지고 있는 사람은 “시장이 왜 이리 안 끝나지”라며 힘들어하고, 뭉칫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오늘은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며 즐거워한다. 삶에서 기쁜 순간은 금방 지나가고, 힘든 시기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흘러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자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인생에서 기쁜 순간을 늘려가야 한다. 그래야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주어진 순간에 몰두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느 일처럼 투자 역시 몰두할 때 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 투자의 순간이 고통스럽기만 한다면 회피하고 싶을 것이고, 그 결과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간의 양이 아닌 질에 투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투자의 승패는 “시간을 나의 편으로 만들었는가”에 달렸다.

    흔히 “시간은 돈이다”고 말한다. 농민은 땀 흘리며 곡물을 수확하고, 노동자는 시간을 들여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만든다. 농민과 노동자에게 시간은 가치 창출의 출발점이다. 이렇게 창출한 가치가 쌓여 자본이 된다. 시간이 자본으로 변환되는 셈이다. 부를 이루려면 자본을 쌓고 잘 다뤄야 한다. 자본은 시간의 가치를 이자로 바꿔내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자와 이윤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본을 가진 이에게 이자는 이윤이 되지만, 자본이 없는 이에게 이자는 비용으로 다가온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이윤은 노동착취, 즉 노동자의 시간을 착취해 발생한다고 보지만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착취가 아닌, ‘미래를 위한 기다림’에서 이윤이 나온다고 여긴다. 당장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입고 싶은 것을 입지 않으며, 미래를 위해 돈을 아끼며 견디는 이에게만 이자가 이윤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역행해야 자본을 나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다림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1년 뒤 100만 원을 받기보다 당장 100만 원이 지갑 안에 있는 걸 원하다. 하지만 1년 뒤의 110만 원과 당장의 100만 원 가운데 선택해야 할 경우 문제가 까다로워진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성서가 등장한다. “미래에 발생할 소득 흐름은 ‘할인’을 통해 현재 시점의 뭉칫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어떤 금융자산이든 미래 현금흐름에 적절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현재의 가치를 구할 수 있다. 특정 자산을 매입했을 때 앞으로 나에게 들어올 현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 그 자산의 진정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채권(이자)과 주식(배당)은 물론 부동산(임대료)마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의 흐름을 자본으로 환원할 수 있다.

    현금흐름을 어떠한 할인율로 낚아챌 것인가

    금융자산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금흐름과 할인율에 따라 현재가치가 매겨진다. Gettyimage

    금융자산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금흐름과 할인율에 따라 현재가치가 매겨진다. Gettyimage

    하지만 금융자산의 가치 평가가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 미지수 때문이다. 바로 ‘현금흐름(CF)’과 ‘할인율(r)’이다. 현금흐름과 할인율은 시장 및 기업의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금융자산 투자의 관건은 “시간의 축 위에 놓여 있는 현금흐름을 어떠한 할인율로 낚아챌 것인가”다.

    채권은 현금흐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시기가 되면 이자를 지급받고,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을 받는다. 국채의 경우 국가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대부분 지급받는다. 회사채 역시 마찬가지다. 채권은 이자와 원금 상환이 보장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낮다. 특히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는 사실상 무위험 자산으로 간주되며, 할인율 혹은 요구수익률이 가장 낮다.

    반면 주식은 잔여청구권의 성격을 가진다. 채권자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를 투자자가 나눠 가지는 구조다. 회사가 잘되면 더 많은 몫을 챙겨가고, 회사가 위기에 처하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다. 채권과 달리 현금흐름이 ‘불확실성’을 강하게 띤다. 주식투자자는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만큼 채권투자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금융자산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결과며, 이때 적용되는 할인율은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큰 자산일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고, 이는 자산의 현재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위험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불확실성은 다양한 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