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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체제변혁 세력 北 신흥자본가 껴안아라

남북경협이 흡수통일 지렛대

유일한 체제변혁 세력 北 신흥자본가 껴안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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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우크라이나化

군사적 해결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 1994년 4월 평안북도 영변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정밀공격(surgical strike) 계획을 세운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2009년 5월 다시 한 번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 외교안보 전문가 일부도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정밀공격 옵션을 북핵 문제 해결책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과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우리에겐 북핵 시설에 외과수술적 정밀공격을 단행할 무력수단이 없다. 그런 수단을 확보하더라도 실제로 단행하려면 전시작전권을 가진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군사공격이 가져올 후유증도 생각해야 한다. 북폭 옵션은 제2의 6 · 25로 확산될 수 있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F-117 스텔스기 등을 동원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정밀공격을 감행하려 하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막판에 이병태 국방장관을 통해 미국에 간청한 끝에 이를 저지할 수 있었다. 제2의 한반도 전쟁이 가져올 심각한 결과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는 미국과 타협해 쿠바 배치 미사일 철수를 지시한 소련 지도자 흐루시초프에게 항의하면서 미국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흐루시초프는 “쿠바에서 소 · 미 전쟁이 발발하면 소련인은 1000~2000명 사망하겠지만 쿠바인은 100만~200만 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답해 카스트로를 머쓱하게 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동원한 전면전이 발발하면 미국인은 3만~4만 명이 사망하겠지만 한국인은 1000만 명 가까이 희생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 재발은 한반도의 우크라이나화(전쟁터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 분쟁이 일어나면 중국과 일본 등 인근 강대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2014년 9월 9일 “미 · 일 당국자들이 북한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첨단무기를 일본 자위대에 공급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도 유사시 자위대의 북한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中, 현대판 조공체제 꿈꿔

중국은 지속적 발전에 암초가 될 수 있는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원하지 않는다.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때 “문 앞의 난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듯 동아시아를 혼란에 빠뜨릴 북한의 군사도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세계 9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한국군과 약 3만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이 있기에 북한이 전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3년 이후 한 · 중 관계가 괄목할 만하게 발전한 것은 중국의 대(對)북한 · 미국 · 일본 관계와 관련해 한국이 더 중요해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미 · 일 세력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전략에서 가능한 한 한국을 포용하려는 자세를 가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 미국, 일본, 독일 등이 보여준 것처럼 국력이 급격히 증강되는 국가는 무력 · 비무력적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근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경향을 보인다. 시진핑이 2014년 7월 초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이나 한중FTA에 적극적인 것도 공격적 현실주의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외교부 류전민 부부장은 “중국은 ‘동아시아 공동체(East Asian Community)’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판 ‘동아시아 조공체제’ 구축을 희망하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등 지경학(地經學)적 접근을 통해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신질서를 세우려 한다.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포위망 중 약한 고리인 남중국해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군사력 동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이 연 7% 정도인 중국의 국력 증강 속도에 비춰볼 때, 분단된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남북갈등이 격화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일본을 포함한 인근 강대국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북한 문제 해결 노력과 관련해 ‘살(경제협력)을 내주고 뼈(흡수통일)를 취하는’ 마키아벨리적 고육계(苦肉計)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주인이 주인다워야

한반도의 주인은 한국이다. 최빈(最貧) 왕정국가 북한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패국가(failed state) 북한은 이미 오래전 한반도의 주인 자격을 잃었다. 주인은 주인답게 행동해야 한다.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면 손님이 주인을 무시한다. 타국에 국가안보를 맡기고, 타국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려 해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꿨지만, 통일은 수사(修辭)로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각론, 즉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
대북 정책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극단적 분열은 차치하고 국제정세도 결코 통일에 유리하지 않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2대 주주인 미 · 중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갖는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미국은 친중국적인 통일한국을 받아들일 수 없고, 중국은 미국의 외교 · 군사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50년 발표된 애치슨 라인(미국의 동아시아 방어선에서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극단적인 경우 미국에 한국은 상실해도 어쩔 수 없는 정도의 비중을 가졌지만, 중국에 북한은 해양강국 일본이 버티고 있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활의 땅이다. 따라서 통일은 중국으로 하여금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게 만들고 난 다음에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 · 중의 관점이 서로 다르기에 통일의 돌파구를 열려면 우선 한반도 내부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 · 중의 이해 차이를 줄여가야 한다. 대북 경제협력은 남북 간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청일전쟁(1894~1895) 전후 처리와 관련, 일본의 무쓰 외상은 요동반도 반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국(다자)회의를 개최하면 일본에 대한 강대국들의 간섭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했다. 오늘날 6자회담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 크다.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국가의 수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6자회담 참가국인 미 · 중 · 일 · 러 모두 한반도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절대균형 상황에서 어느 한 나라가 발을 빼는 순간 그 나라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잃는 등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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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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