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위해 전국에서 모인 1만5000여 명
“장동혁과 국민의힘 심판하러 왔다”
“한동훈, 대통령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
韓 “제풀에 꺾여 그만둘 거란 기대, 접으시라”
2·8토크콘서트는 ‘정치인 한동훈’ 홀로서기 첫 무대
‘사이비 교주 부흥회’ ‘정치쇼로 이미지 파는 어릿광대’ 혹평도

2월 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3층에서 본 ‘한동훈 토크콘서트 2026’ 행사장.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강추위에도 행사장 곳곳에는 시작 2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온라인으로 구입한 티켓을 교환하려는 사람, 책 ‘같이, 한컷’을 구매하려는 대기 줄, TV에 자주 얼굴을 비치던 정치인과 기념 촬영을 하려는 지지자. 그리고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포토 존에서 서로 인증숏을 찍어주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민의힘 아닌 ‘한동훈 지지’ 위해 입당?
1층 출입구 쪽에는 ‘당원 모집’이라고 적힌 부스에서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받고 있었고, 바로 옆에서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과연 당에서 제명된 ‘한동훈 토크콘서트’ 현장이 맞나 싶은 풍경의 연속이었다.입당 원서를 받고 있던 한 청년에게 “당에서 제명한 한동훈 전 대표가 주최하는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받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을 “우리는 배현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소속”이라고 소개하며 “우리 당을 알리고 입당을 원하는 분들께 지원서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책상에는 클립에 묶여 있는 두툼한 입당 원서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오신 분 가운데 입당하려는 분이 꽤 많은 모양이다”라고 하자 청년 당직자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올라온 분들이 자발적으로 입당 원서를 작성해 주고 계신다”라고 답했다.

한동훈 토크콘서트 행사장 입구에는 ‘국민의힘 당원 모집’을 위한 부스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온라인 입당을 알리는 전단지.
“그동안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하는 것을 보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입당을 결심했다. 한동훈이 처음에는 자기 멋에 사는 사람처럼 보여 거부감이 있었는데, 계엄 때 앞장서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 똑바로 박힌 제대로 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동훈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국민의힘에) 보여주려 입당했다.”
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한동훈 지지’를 보여주려 입당한다는 얘기가 생경하게 들렸다. 옆에 있던 함께 온 친구라는 인사가 말을 이어받았다.
“여기 온 사람 가운데 책임당원이 태반이다. 그런데 당이 지금 잘못 가고 있으니, 똑바로 하라고 경고하러 온 사람들이다.”
행사장 1층 무대 중앙 R석에서 만난 한 무리의 여성들은 “우리는 부산서 한동훈이 지킬라꼬 서울을 다섯 번째 올라왔어예”라며 열혈 한동훈 지지자임을 밝혔다. 이들 바로 옆자리에 앉은 한 여성은 “나는 춘천에서 자동차 타고 왔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한동훈 지지’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스스럼없이 주변 인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행사장 2층에서 만난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40대 임모 씨는 “장동혁에게 억수로 화가 나서 화풀이하러 왔다. 이번 지방선거 때 장동혁하고 국민의힘부터 확실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주 전 뇌수술을 받아 아직 이마에 밴드를 붙이고 있던 60대 박모 씨도 “우리들 뜻이 어데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려고 왔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온 부부는 “몇 초 차이로 R석 예매를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온라인 티켓 예매가 처음이라는 그는 “익숙하지 않아 자리를 고르다 보니 금세 R석이 매진돼 할 수 없이 S석을 예매했다. 여기 온 사람 중에 이런 콘서트 처음 와본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그렇지. 나도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3시간 남짓의 토크 콘서트를 보기 위해 왕복 교통비 4만 원(경북 구미 기준)에 S석 기준 7만 원(R석은 7만9000원, S석 6만9000원, A석 4만5000원) 가까운 돈을 써가며 티켓을 구매한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한동훈 지지’일까, 아니면 ‘한동훈 제명’을 결정한 당과 장동혁 대표에 대한 분노일까.

부산과 강원 춘천 등 전국에서 모여든 지지자들이 ‘한동훈’을 연호하고 있다.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 시작하자”
대전과 세종 등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온 지지자, 충북에서 SRT 타고 왔다는 팬클럽 회원, 서울 광진구에서 지하철로 왔다는 지지자,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온 부부, 그리고 경기 고양시 파주시에서 온 책임당원들까지. 행사 시작 전 1~3층을 오가며 만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찐 한동훈 지지자임’을 밝히는 동시에 ‘장동혁 대표 성토’에 열을 올렸다.한동훈 토크콘서트는 여느 정당 행사와는 크게 달랐다. 후보들이 동시에 여럿 출마하는 전당대회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나왔을 때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반면, 경쟁 후보가 나왔을 때는 침묵하기 때문에 혼연일체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에 비해 ‘한동훈 토크콘서트’는 오로지 한동훈 한 사람을 위해 1만500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는 점에서 그 열기가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아이돌 콘서트에는 10대부터 20~30대 젊은 층이 많은 반면, ‘한동훈 콘서트’에는 40대부터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요무대’를 즐겨 볼 것 같은 분들이 50대 초반 젊은 정치인의 토크 콘서트를 추위를 뚫고 편치 않은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행사장을 오가는 모습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토크 콘서트 1부는 한동훈 전 대표가 40분간 검사와 정치인으로 공적인 삶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헌법과 사실, 그리고 상식에 부합하는 좋은 정치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2부에서는 ‘계엄과 한국 정치’를 주제로 한 전 대표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40분간 대담했다. 한 전 대표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화학공업을 일으킨 애국적 판단을 대단히 존경한다”며 “그것이 대한민국이 지금 여기까지 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대담 말미에 “역사는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이뤄진다. 오늘 이 자리가 위대한 역사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위대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한동훈 토크콘서트에 대해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사이비 교주의 부흥회 같았다”고 혹평했고, 한 네티즌도 “한동훈은 정책은 없고 정치쇼로 이미지만 파는 어릿광대”라고 비판했다.

기자단석에서 바라본 한동훈 토크콘서트 2026 행사장 풍경.
가장 유력한 선택지, 지선 이후까지 잠행
‘제명’으로 타의에 의해 ‘홀로서기’에 나서게 된 한 전 대표에게 2월 8일 토크 콘서트는 지지자들이 보내는 ‘응원전’ 성격이 강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 전 대표는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걷게 될까. 그의 앞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토크 콘서트를 통해 팬덤을 확인한 한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서거나,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방법, 아니면 지방선거 이후 보수 재편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을 텐데, ‘곱게 자란’ 한 전 대표가 위험을 무릅쓰고 창당할 의지나 배짱이 있을지, 낙선에 대한 부담을 안고 대구시장 등에 출마를 결심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지방선거 이후까지 한동안 잠행하는 것이다. 이번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원하는 응원 세력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지방선거 이후 보수진영 재편을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의 성장은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입지(立志)에서 시작한다. 그는 토크 콘서트에서 ‘헌법, 사실, 상식’에 바탕을 둔 ‘좋은 정치’를 정치적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토크 콘서트를 통해 그에게 최소 1만5000명의 동원 가능한 열렬한 동지(同志)가 있음이 확인됐다.
행사장 곳곳에는 “1명이 10명을 모으면 100% 변화합니다” “당원 수가 적으면 말짱 꽝입니다”라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전단지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마치 행사장에 참석한 1만5000명이 각자 10명을 모아 15만 명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처럼 보였다.
2025년 8월 26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결선투표에서 장동혁 대표는 총 투표수 43만8237표 가운데 22만302표를 얻어 당선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1만5000명이 각자 10명 이상을 모으면 견주어볼 만한 세력으로 커질 수 있는 셈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끝까지 한동훈과 함께할 거다. 대통령이 되는 그날까지.”
행사장 곳곳에는 만화영화 ‘캔디’ 주제가를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한동훈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아.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한 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선택지는 6·3지방선거에 뛰어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악플’보다 ‘무플’을 더 두려워한다. 출마했다 낙선하면 동정 여론이 생겨 다음에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한번 대중의 뇌리에서 잊힌 정치인이 다시 재기의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긴 침묵을 선택하기보다 6·3지방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6·3선거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뿐 아니라 재판 결과로 공석이 된 지역구에서는 재선거와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역구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한 전 대표에게는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구 출마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구 출마 등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당선 불투명한데 국힘 패배하면 책임 떠안게 돼
대구와 경북 등에서 올라와 토크 콘서트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한 전 대표가 “대구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다음과 같이 희망했다.“이번 지방선거 때 (한 전 대표가)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으면 좋겠어예. 그기에 합리적인 사람들 억수로 많이 산다 아입니꺼. 한동훈이 지금 이 수모를 당하는 게 배지가 없어 그런다 아입니꺼.”
주호영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을 꼭 집어 거론한 것은 대구시장 후보로 주호영 의원을 유력하게 보기 때문. 기자가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둔 추경호 의원도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달성은 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 북구갑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하다는 점에서다. 만약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면 ‘한동훈 대 조국’ 빅매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에서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6·3보궐선거에 국회의원 후보로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당에서 제명당한 그가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 출마할 경우 ‘제명’을 둘러싼 ‘찬반 대결’ 구도로 선거가 흘러 전국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한동훈 대 국민의힘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사이 여권 지지층을 결집해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하게 되면 패배 책임이 한 전 대표로 향할 공산도 있다. 당선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패배 책임까지 떠안을 경우 정치적 재기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또는 재보선 출마는 위험부담이 큰 선택지라 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34%였고, ‘적절한 결정’이란 응답도 33%나 됐다. 나머지 33%는 응답을 유보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8토크콘서트에 모인 사람 대부분은 ‘제명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34%에 속한 이들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우리 국민,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도 상당수가 ‘제명이 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꼭 밝다고 볼 수만은 없다.
서울시장, 대구시장 등 광역단체장 무소속 출마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다만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점과 아직 6·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선거 직전까지 어떤 변수가 생겨나느냐에 따라 그의 출마 여부는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8 콘서트, ‘정치인 한동훈’ 새출발 신고식
세 번째 선택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한 전 대표와 정치적 견해와 입장이 같은 인사를 개별 지원하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전 대표를 제명한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동훈-오세훈 ‘반장(反張)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반장연대는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연합군 구실을 할 공산이 크다.2월 8일 토크 콘서트에서 한 전 대표는 “제가 제풀에 꺾여서 그만둘 거라는 기대를 가진 분들은 그 기대를 접으시라”고 강조했다.
제명 이후 2·8토크콘서트로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선 한 전 대표가 정치적 자생력을 확보해 다시 정치 전면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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