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한국 기업, CES 혁신상 인공지능 부문 57% 휩쓸어

[박원익의 유익한 IT] 온디바이스 AI 본격화… CES에서 발견한 2024 테크 트렌드

  • 박원익 더밀크뉴욕플래닛장

    wonick@themilk.com

    입력2024-01-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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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모두를 위한 AI’ 청사진 제시

    • LG이노텍, 모빌리티 핵심 부품 탑재한 차량 mockup 눈길

    • HD현대, 인류 지속가능성 위한 ‘육상 혁신 비전’ 공개

    • 디지털 헬스 부상… 모빌리티 혁신도 AI 기반

    [Gettyimage]

    [Gettyimage]

    2023년은 AI 챗봇 ‘챗GPT(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제품의 출현과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AI 기술이 주목받은 한 해였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2022년 11월 30일 공개 후 두 달 만인 2023년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했다. 2023년 3월 14일에는 고성능 대규모 언어 모델(LLM) ‘GPT-4’를 출시하며 AI 기술 및 제품 경쟁을 가속했다.

    중요한 건 이런 경향성이 2024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사실이다. 오픈AI가 2023년 11월 자체 개발자 콘퍼런스 ‘데브데이(OpenAI DevDay)’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챗GPT의 활성 사용자 수는 1억 명 이상이며 ‘포천’ 500대 기업 92%가 오픈AI 생성형 AI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1000억 달러 넘는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도 논의하고 있다.

    오픈AI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크 전문 헤지펀드 ‘코투(Coatue)’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여전히 AI 시대 초입에 있다(We’re at Day 1 of AI)”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AI 강자 구글은 2023년 12월 6일 GPT-4를 뛰어넘는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울트라(Gemini Ultra)’의 벤치마크(benchmark·성능 지표) 점수를 공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수학·물리학·역사·법률·의학·윤리 등 57개 과목을 조합해 지식, 문제 해결 능력을 테스트하는 ‘MMLU(대규모 다중 작업 언어 이해)’에서 90.0%의 점수를 획득해 ‘최초로 인간 전문가를 능가한 AI 모델’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CES AI부문 혁신상 신설

    2024년의 문을 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됐다. CES 주최 기관 CTA는 최초로 혁신상 부문에 AI를 추가했고, 게리 샤피로 CTA 회장 역시 이번 CES 2024의 최고 화두로 AI를 꼽았다. AI는 혁신상 부문에 새롭게 추가됐음에도 전체 출품작의 7%를 차지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보쉬의 AI기반 총기 감지 시스템. [보쉬]

    보쉬의 AI기반 총기 감지 시스템. [보쉬]

    CTA가 최고혁신상으로 선정, 주목한 보쉬의 총기 감지 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보쉬의 총기 감지 시스템은 비디오와 오디오 AI를 결합, 학교에서 총기 관련 사건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최초의 제품이다. 총기를 감지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금속탐지기와 달리 기존 CCTV 카메라와 유사한 형태로, 수업이나 학교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총기를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을 소지한 사람이 학교에 접근하면 이미지로 총기를 확인해 관련 직원에 즉시 경고하는 방식이다. AI 이미지 인식 기능을 활용하며 오디오로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추정할 수 있다. AI 처리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에서 수행,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하며 간단한 설치 및 통합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스튜디오랩의 생성형 AI솔루션 ‘셀러캔버스’. [스튜디오랩]

    스튜디오랩의 생성형 AI솔루션 ‘셀러캔버스’. [스튜디오랩]

    한국 스타트업 스튜디오랩(STUDIO LAB)도 AI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 CTA의 1차 수상작 발표 명단에 포함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수상작 ‘셀러캔버스(SellerCanvas)’는 상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세 페이지와 커머스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서비스다. 이미지를 인식하는 비전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 의류의 색상·스타일·특징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과 어울리는 디자인과 상품 설명이 있는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해 준다.

    스튜디오랩은 삼성전자 사내벤처(C랩) 스핀오프 기업이다. 서울 AI 허브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가치창출원으로부터 시제품 제작 지원 및 CES 부스 전시를 지원받아 CES에 참가했다.

    CES 2024 AI 부문 혁신상 수상작 28개 중 16개 수상작이 한국 기업 제품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AI 격전장’된 CES 2024

    CES 2024 주요 연설자로 나선 팻 겔싱어 인텔 CEO. [동아DB]

    CES 2024 주요 연설자로 나선 팻 겔싱어 인텔 CEO. [동아DB]

    인텔의 팻 겔싱어 CEO가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섰다는 대목도 의미가 깊다. AI 산업의 인프라로서 AI 반도체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인텔은 최근 메타, IBM 등 50여 개 기업과 ‘AI 동맹(AI Alliance)’ 결성을 발표한 관련 산업 대표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을 통해 인텔에 최대 4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겔싱어 CEO는 1월 9일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AI 기술 접근성을 높이고 강력한 컴퓨팅 파워(연산 능력) 제공, 현대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은 기조연설 전날인 8일 ‘인텔 오픈 하우스’를 개최, 최신 AI 칩 쇼케이스 및 시연을 진행했고, 1월 10일 반나절 동안 진행되는 콘퍼런스 트랙 ‘새로운 AI 시대의 개막’도 선보였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가 CES2024 기조연설을 맡은 퀄컴 역시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기기에 탑재된 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이 스마트폰, 차량 등 기기에 탑재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2024년에는 스마트폰, MR(혼합현실) 헤드셋,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 경량화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를 탑재,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열었다. 퀄컴의 저전력 고성능 칩 스냅드래곤은 온디바이스 AI 모델 구동을 위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스냅드래곤8 3세대 모바일 플랫폼은 CES 2024 AI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역시 GPU와 AI의 미래를 강조했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는 이런 트렌드를 가리켜 “AI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자체 개발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삼성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삼성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대표 기술 기업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갤럭시로 온디바이스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24 개막 하루 전인 1월 8일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천명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 부문장)이 대표 연사로 나서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이라는 주제로 삼성전자의 AI 청사진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3년 11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Samsung Gauss)’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 가우스는 텍스트 생성 모델(Samsung Gauss Language), 코드 생성 모델(Samsung Gauss Code), 이미지 생성 모델(Samsung Gauss Image) 3가지로 구성됐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가우스를 탑재,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랩톱, 이어폰(갤럭시 버즈), 가전(TV) 등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에도 단계적으로 AI를 탑재한다. 이미 삼성전자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에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갤럭시 북 4시리즈’를 출시했다.

    LG이노텍은 LVCC 웨스트홀(West Hall) 초입에 약331㎡(100평) 규모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2023년보다 2배 커진 규모로 AI, 모빌리티 관련 혁신 제품 및 기술을 선보였다. AI 대용량 데이터 분석 처리에 필요한 고부가 반도체용 기판 제품과 공정, 생산 과정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한 제조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핵심 부품을 탑재한 차량 목업(mockup·모형)도 전시했다.

    자체 LLM 기반으로 상용화 서비스에 나선 솔트룩스(Saltlux), 생성형 AI 포털을 지향하는 뤼튼 등 한국 기업 중 CES 2023 혁신상 수상 기업들의 활약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월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외벽에 CES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뉴스1]

    1월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외벽에 CES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뉴스1]

    화장품 회사 최초 기조연설 나선 로레알 대표

    AI와 함께 2024년에 주목할 기술 트렌드로는 뷰티테크와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가 꼽힌다. 특히 미용 산업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해 온 로레알(L’Ore′al)의 니콜라 이에로니무스(Nicolas Hieronimus) CEO가 화장품 회사 대표 최초로 CES 기조연설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디지털 헬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 분야 중 하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디지털 건강에는 모바일 건강, 건강 IT, 웨어러블(wearable·몸에 걸치는) 기기, 원격 건강 및 원격 의료, 맞춤형 의료 등이 포함된다. 의사의 임상 결정을 지원하는 모바일 의료 앱, 소프트웨어부터 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의료 분야의 혁명을 이끌어 왔다.

    CTA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건강 솔루션 사용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 4명 중 3명은 이런 솔루션이 전반적인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응답자 5명 중 2명 이상(42%)이 AI 기술 도구를 통해 의료 진단을 내리는 데 동의했다”며 기술 및 디지털 헬스 분야의 발전이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스홀에 부스를 마련한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 애보트(Abbott), 의료정보 분석업체 휴메트릭스(Humetrix), 스마트 헬스케어 업체 위딩스(Withings)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CTA 측 설명이다.

    모빌리티 혁신도 AI 기반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운송·모빌리티 산업은 CES 2024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LVCC 웨스트홀뿐 아니라 센트럴홀, 노스홀에서도 모빌리티 관련 전시가 진행됐다. 자율주행 등 AI 기술과 결합된 혁신이 많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롤랜드 부시(Roland Busch) 지멘스 AG 사장 겸 CEO는 기조연설을 맡아 운송·교통·인프라·자동차 공장 등에 적용된 지멘스의 기술을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과 똑같은 가상 환경을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잠재적 위험 등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앞세워 모빌리티 분야를 혁신하고 있다는 게 지멘스의 주장이다.

    HD현대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육상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CES 2024에서 선보였다.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은 안전과 안보, 공급망 구축,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이다. 바다에 이어 육상 인프라로 미래 비전을 확장, 지속 가능한 미래 구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게 HD현대의 목표다.

    약992㎡(300평)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한 HD현대는 퓨처 사이트(Future Xite), 트윈 사이트(Twin Xite), 제로 사이트(Zero Xite) 3가지 테마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퓨처 사이트에서는 HD현대의 첨단 무인·자동화 기술력을 활용한 차세대 건설 현장의 미래상을, 트윈 사이트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 관제 솔루션 및 원격 제어 기술을 소개했다. 제로 사이트에서는 그룹의 다양한 경험과 기술 역량이 담긴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공개했다.

    CES 2023에 불참했던 현대·기아차 역시 CES 2024에는 참여해 차세대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관련한 새 비전과 차세대 목적기반차량(PBV)을 세계 최초로 공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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