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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장 된 ‘객주’ 작가 김주영

“소설의 위기? 同시대인 공유한 생각 천착해 쓰면 잘만 팔린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장 된 ‘객주’ 작가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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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자넨 운문에 소질이 없어”…박목월 한마디에 낙향, 자원입대
  • ● 10년 동안 경리업무 반복하던 전매청 주사, 생활 변혁 시도하려 소설 쓰기 시작
  • ● 대표작 ‘객주’는 역사 보는 시선의 방향을 역으로 틀어놓은 것
  • ● 은희경, 김영하, 성석제 작품 즐겨 읽지만 흉내낼 필요 못 느껴
  • ● 섹스 욕구는 생명의 활력, 내 작품 속 정사(情事)는 천하지 않다
  • ● 일부 386 의원, 이상주의 지나치다
  • ● 작가가 정치적 발언하며 세상 일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장 된 ‘객주’ 작가 김주영
작가김주영(金周榮·66)은 우리 시대의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입담과 풍물 묘사는 판소리 사설처럼 투박하고 걸쭉하다. 이 인터뷰에서도 ‘화력이 센’ 이야기꾼의 면모가 드러났다(여기서 ‘화력’은 ‘話力’과 ‘火力’의 두 가지 뜻을 지닌다). 그의 화술은 듣는 사람을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3시간의 인터뷰와 이어진 2시간의 저녁 자리에서 그는 문학, 인간 그리고 시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서울살이 30여 년에도 경상도 억양이 살짝 남아 있다. 가끔 더듬거리고, 때로는 먼저 흥에 겨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작가로 등단하기 전에는 안동역 근처 중앙선 철로변에 있는 전매청 엽연초생산조합 사무실에서 10년 동안 주사로 근무했다. 단조로운 경리업무에 따르는 지겨움과 권태를 술로 이겨내던 전매청 주사는 1971년 서른셋의 나이에 ‘휴면기’란 작품을 들고 홀연 문단에 나타났다.

그는 등단 이후 ‘객주(客主)’ ‘활빈도’ ‘화척’ ‘야정’ ‘아라리 난장’ 같은 장편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조선 말기 보부상의 떠돌이 삶과 풍속사를 그린 대하소설 ‘객주’는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과 더불어 한국 역사소설사에서 당당한 봉우리로 자리잡았다. 근래에는 ‘홍어’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등 자전적 성장소설로 토속적 감수성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문학을 매개로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족문학작가회의에 참여했다. 지난해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을 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그가 ‘진보’나 ‘참여’ 쪽은 아니다. 일부 진보적 문인들이 심사대상에 오르는 것조차 기피하는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이다. 그는 진보, 보수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는 것을 싫어한다.



유명 작가 작품 90%는 고향 얘기

그는 얼마 전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1989년부터 고 전낙원(田樂園) 이사장 밑에서 상근이사 겸 사무국장을 하다가 전씨가 지난해 세상을 뜨고 나서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6월의 토요일 오후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 빌딩 문화재단 이사장실에서 작가를 만났다. 토요일이라 여직원이 나오지 않아 그가 손수 차를 내왔다.

김주영 문학세계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 보면 경북 청송 깊은 산골 고향 마을에 닿는다. 그는 청송군 진보장터에서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냈다. 진보는 서쪽으로 안동이 100리, 동쪽으로 영덕이 80리, 영양이 50여 리 떨어진 고장이다. 산골의 소읍이었지만 일찍부터 장시(場市)가 성해 각성바지들이 섞여 살았다.

-청송 분들이 보시면 기분 나쁠지 모르겠는데, 경북의 대표적인 오지라지요.

“고향에서 제일 가까운 기차역이 안동인데 40km 떨어져 있죠. 꼬박 하룻길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먹고 주왕산 자락의 큰 재 2개를 넘어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야 저녁 무렵에 안동에 도착합니다. 경상북도 공무원들이 좌천을 당해 유배를 가는 곳이 울릉도 다음으로 청송이었습니다. 울릉도는 섬이니까 내륙에서는 청송이 가장 오지였죠.

서울, 대구 같은 대처에서 태어난 것보다 청송 같은 산골에서 태어난 것이 어찌 보면 인생에 보탬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바깥세상으로 탈출하려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았으니까요.”

김주영은 청송군 진보면에서 중학교까지 다니고 대구농고 축산과에 진학하면서 처음 대처 땅을 밟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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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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