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을 하면서 겪는 난관은 사람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 낭떠러지에 몰린 지경에서 변호사를 찾는 클라이언트와 늘 매끄러운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하다.
“변호사 사무실엔 정서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찾아오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상담할 때 제 말을 절박한 자신의 처지에 비춰 받아들이죠. ‘될 수도 있겠다’는 ‘100% 된다’,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절대 안 된다’고 해석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나중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생기는 거고요.”
그러나 일하는 보람과 마음의 위안을 주는 대상 역시 사람이다. 진 변호사는 시골서 꼬깃꼬깃 간직해온 돈을 다림질해 검정 비닐봉투에 싸들고 와 “내 아들 좀 살려달라”던 할머니의 사연을 들려줬다.
“할머니의 아들은 1심에서 이미 낮은 형량을 선고받아 형량을 더 낮추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할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돈이 모자라서 그러냐’며 울음을 터뜨리셨죠. 사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더군요. 결국 강도상해죄를 폭행죄로 끌어내렸어요. 술 기운에 일어난 사건이었는데, 얼마 전 할머니의 아들이 ‘그 후 한 번도 술을 안 마셨다’며 편지를 보내왔어요. 가슴 뿌듯하더라고요.”
연수원 동기로 현재 인천지방법원 판사인 동갑내기 남편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땐 남편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상담도 하고 마음도 열어 보인다. 두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과는 퇴근이 늦은 주중엔 함께하지 못하지만, 주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온전히 함께 보내려 한다. 미술관으로 공연장으로 아이들 손을 이끌어 세상을 보여주려 애쓴다. 진 변호사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사는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진 변호사는 늘 꿈을 꾼다고 한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에 진학했고, 이후 외교관으로, 법조인으로 꿈을 바꿨다. 지금은 국제기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은 구상도 있고,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언젠가는 교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니 그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친구 같은 동갑내기 남편과의 티 타임은 언제나 즐겁다.(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떠난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