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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분주할수록 새로운 세상 탐해요”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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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진 변호사는 개인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펌 근무 당시 머릿속에 그린 5년, 10년 뒤 자신의 모습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전히 업무에 허덕이고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도 힘들고 지위 보장 여부도 불투명했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업무 경험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2001년부터 다니던 로펌을 3년6개월 만에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일을 하면서 겪는 난관은 사람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 낭떠러지에 몰린 지경에서 변호사를 찾는 클라이언트와 늘 매끄러운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하다.

“변호사 사무실엔 정서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찾아오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상담할 때 제 말을 절박한 자신의 처지에 비춰 받아들이죠. ‘될 수도 있겠다’는 ‘100% 된다’,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절대 안 된다’고 해석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나중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생기는 거고요.”

그러나 일하는 보람과 마음의 위안을 주는 대상 역시 사람이다. 진 변호사는 시골서 꼬깃꼬깃 간직해온 돈을 다림질해 검정 비닐봉투에 싸들고 와 “내 아들 좀 살려달라”던 할머니의 사연을 들려줬다.

“할머니의 아들은 1심에서 이미 낮은 형량을 선고받아 형량을 더 낮추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할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돈이 모자라서 그러냐’며 울음을 터뜨리셨죠. 사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더군요. 결국 강도상해죄를 폭행죄로 끌어내렸어요. 술 기운에 일어난 사건이었는데, 얼마 전 할머니의 아들이 ‘그 후 한 번도 술을 안 마셨다’며 편지를 보내왔어요. 가슴 뿌듯하더라고요.”



연수원 동기로 현재 인천지방법원 판사인 동갑내기 남편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땐 남편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상담도 하고 마음도 열어 보인다. 두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과는 퇴근이 늦은 주중엔 함께하지 못하지만, 주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온전히 함께 보내려 한다. 미술관으로 공연장으로 아이들 손을 이끌어 세상을 보여주려 애쓴다. 진 변호사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사는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진 변호사는 늘 꿈을 꾼다고 한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에 진학했고, 이후 외교관으로, 법조인으로 꿈을 바꿨다. 지금은 국제기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은 구상도 있고,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언젠가는 교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니 그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꿈꾸는 에너자이저’ 변호사 진형혜

친구 같은 동갑내기 남편과의 티 타임은 언제나 즐겁다.(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떠난다.(우)



신동아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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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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