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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사로잡은 국가대표 배우 배두나

“베드신 대역 쓴 것 부끄럽다 그때 배우의 자세 배웠다”

할리우드 사로잡은 국가대표 배우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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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번 마음 열면 간, 쓸개 다 빼줘요”
  • ● 용돈 많이 벌려고 아르바이트로 연기 시작
  • ● “우등생은 아니어도 모범생이었죠”
  • ● ‘기술’에 익숙해지면 연기 안 늘어
  • ● 자상하고 존경심 드는 남자와 결혼하고파
할리우드 사로잡은 국가대표  배우 배두나
널찍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배두나(34) 앞에는 우유거품만 남은 머그잔이 놓여 있었다. 달콤한 거품 향기가 코끝에 닿자 정체가 궁금했다.

“캐러멜 마키야토예요. 달달한 걸 좋아하거든요.”

조금 전 대용량의 고열량 커피를 마시고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지 그는 한층 당도가 높은 초콜릿케이크를 시켰다. 이럴 때 여배우 열 중 아홉은 체중조절 차원에서 열량이 적은 메뉴를 고르는데, 예상을 깨는 ‘반전’이 어쩐지 그답다.

배두나는 1998년 모델로 데뷔할 때부터 개성이 넘친다는 평을 들어왔다. 기계로 찍어낸 듯 이목구비 생김새가 비슷비슷한 판박이 미인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연예계 안팎을 넘나들며 MC, 여행작가로 활동한 이력 또한 예사롭지 않다. 영화 속 그의 캐릭터도 매번 바뀐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찬욱 감독)과 ‘괴물’(2006, 봉준호 감독), ‘공기인형’(2009,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 놓고 보더라도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비범함이 할리우드에서도 통했다. 배두나는 제작비만 1억2000만 달러(한화 1300억 원)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연을 따냈다.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동양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19세기부터 24세기까지 500년에 걸쳐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6가지 이야기를 퍼즐 조각처럼 정교하게 엮은 SF 대서사시다. 배두나와 공동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수전 서랜든, 짐 스터지스 등은 6개의 에피소드에 모습을 바꿔가며 여러 배역으로 등장한다.



공동 연출자인 ‘매트릭스’의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향수’의 톰 티크베어 감독은 “500년 세월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인물”로 배두나가 연기한 손미451(이하 손미)을 지목했다. 배두나는 2144년 네오 서울에 사는 복제인간 손미, 백인, 멕시코 여인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1월 3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그를 인터뷰했다. 3일과 달리 7일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아픈 기색을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종 수준의 자유 용납 못해

▼ 프로필을 보니 별명이 ‘사오정’이더군요.

“옛날 별명이에요.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고…. 신인 때 인터뷰에서 한 얘기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올렸나봐요. 검색은 자주 하는데, 인터넷에 뭐가 올라와도 상관을 안 해요.”

▼ 좌우명이 ‘작은 찬사에 동요하지 말고 큰 비난에도 아파하지 말자’던데, 그것도 잘못된 건가요.

“그건 10여 년 전 제가 ‘아기 배우’일 때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에요. 연극배우시거든요. 연기 시작할 때부터 그 말을 마음에 새겼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하지만은 않잖아요. 내가 나를 지켜야 하는 순간도 많고요. 인기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항상 어딘가에 뿌리를 박고 서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 말씀 덕분에 늘 냉정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누가 나를 아무리 말도 안 되게 모함해도 ‘난 그런 사람 아니야, 난 괜찮은 사람이야’ 그래요. 칭찬을 들었을 때도 ‘난 그 정도로 칭찬받을 사람 아니야’ 그러고요. 마음을 쓰는 직업이라 그러지 않으면 우울증에 빠지기 쉬워요. 작은 비난이나 칭찬에도 흔들리기 쉬워서 늘 저를 냉정하게 평가하는데, 그게 편해요.”

▼ 소속사에서 하기 싫은 일을 시켜도 휘둘리지 않나요.

“소속사는 제게 많이 맞춰주는 편이에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독립적인 길을 걸어왔어요. 그것을 이해하는 기획사와 일해서 그런지 데뷔 후 줄곧 어떤 간섭이나 ‘교육’을 받지는 않았어요.”

형식이나 틀에 구애되지 않아서일까. 팬들은 그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일컫는다. 배두나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상을 놓고 즉석에서 ‘진실게임’을 해봤다.

▼ 자유분방하다?

“자유분방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보수적이기도 해요. 연예인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살지 않아서 버스도 곧잘 이용하고 공공장소에도 잘 가요. 다만 일상생활에서 방종 수준의 자유는 제 자신이 용납하지 못해요.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은 하지 않죠. 가풍이 보수적이에요. 학창시절에도 부모님이 친구 집에서 못 자게 하셨어요. 귀가도 늦어선 안 됐고요.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 고집이 세다?

“고집이 있긴 하지만 외골수는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조언을 새겨듣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편이에요. 근데 작품 결정할 때는 철저히 제 위주예요. 대신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든 남 탓하지 않죠. 그건 제가 책임질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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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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