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문화운동가
백 대표의 또 다른 직업은 ‘섹스문화운동가’다. 성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은 많아도 섹스문화운동가를 직업으로 내세운 건 그가 처음일 것이다. 인기 팟캐스트 ‘토크온섹스’를 운영하는 그는 최근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레드홀릭스를 오픈하기 전에도 성 관련 블로그와 ‘뷰티e넷’이란 성인 콘텐츠 사이트를 운영했다.
▼ 언제부터 성에 관심을 가졌나.
“청소년 때부터였다. 그렇다고 음란한 만화나 포르노를 탐닉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명작소설을 읽는데 성적인 부분이 많이 나왔다. 철학책에도 섹슈얼리티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성이 뭘까 생각했다. 청소년 시절에 주로 고민한 게 죽음과 섹스였다.”
▼ 혼자 고민하는 편이었나.
“성격이 외향적이고 직설적이라 처음 만난 사람과도 섹스를 화제로 꺼내곤 한다. 오해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섹스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화제를 그쪽으로 더 끌고 가곤 했다.”
▼ 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카사노바이거나, 성에 대한 어떤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던데.
“조루가 심한 편이긴 했지만 그걸 콤플렉스로 여기거나 거기에 매몰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걸 들춰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성 이야기를 풀어갔다.”
술자리에서, 혹은 아는 사람끼리 성을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04년 블로그를 만들어 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7년엔 유료 성인 콘텐츠 사이트인 ‘뷰티e넷’을 인수하기도 했다.
“원래는 아는 사람이 치과 홈페이지용으로 만든 사이트였다. 그런데 운영이 잘 안 되자 자기가 섹스 콘텐츠는 많이 갖고 있으니까 날더러 서비스 운영과 마케팅을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왔다. 그래서 처음엔 동업으로 하다 내가 맡아 하게 된 것이다. 2~3년 운영했는데, 그 기간 누적매출이 2억 원이 넘었고, 회원도 8만5000여 명이 모였다. 이게 성공하면서 유사한 사이트가 많이 생겨났다.”
‘조루마스터’
▼ 팟캐스트 ‘토크온섹스’를 하게 된 계기는.
“내 블로그가 섹스를 다룬다는 이유로 자꾸 차단당해 2008년부터 아예 토크온섹스란 사이트를 만들어 글을 올렸다. 그때 인터넷방송이 막 시작되었다.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2009년 5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다운로드 횟수가 100회도 안 됐다. 그러다 2010년엔 회당 15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피드 접속자가 200만 넘게 올라간 적도 있다. 올 3월 팟빵 팟캐스트에서는 전체 2위를 기록했다.”
▼ 주로 어떤 내용인가.
“섹스전문가가 출연하기도 하고, 일반인이 나와 섹스 체험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취지에 공감한 일반인의 참여 신청이 의외로 많이 들어온다. 성교육에 대한 토론도 하고, 성인용품 활용법 등 기성 방송에서 하기 힘든 이야기를 매회 풀어나갔다. 수위가 높긴 하지만 음란하거나 저질스러운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애플 측에서 한 번도 문제 제기한 적이 없었다.”
▼ 음란하다는 게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
“그렇긴 하다. 한번은 마케팅 커뮤니티 모임에 갔다가 한 사람이 술에 취해 이런 말을 해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내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데, 들으면서 자위를 했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젊은 여성들이 나와 자기 성경험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자극적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듣는 사람이 건강하게 듣길 바랄 뿐이다.”
▼ 지금까지 몇 회나 했나.
“레드홀릭스 오픈 준비하느라 너무 바빠서 약간 소홀해진 면이 있었다. 이번에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인기 있었던 에피소드만 추려 올렸다. 앞으로는 꾸준히 할 생각이다.”
▼ ‘조루마스터’와 ‘오르가즘마스터’란 스마트폰 앱도 만들었던데.
“성인 콘텐츠의 시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우리나라 남성의 70%가 조루로 고민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2011년 조루 극복을 돕는 앱을 개발했는데, 처음엔 아이폰 유료 앱스토어에서 하루 매출 8위까지 올랐다. 첫달에만 2000만 원 정도 팔렸고, 누적 매출이 5000만 원 정도 된다. 지금도 한 달에 20만~30만 원씩 판매대금이 들어온다. 내용이 조잡한 부분이 있어서 업그레이드해 다시 출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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