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타격 큰 서민층
김호기 최근 우리 경제의 최대 문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입니다. 먼저 저성장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요.
김광두 세계적인 추세죠. 금년 들어서 미국이 좀 활기를 띠는 정도예요. 현재 세계 전체가 과잉생산 체제에 들어와 있어요. 어느 나라이건 중복투자가 많고 생산시설이 과잉이에요. 과잉이다보니까 수요가 모자라는 거죠.
김호기 지난해 우리 경제는 3.3% 정도 성장했습니다.
김광두 현재 우리 잠재성장률은 3.5%예요.
김호기 문제는 국민의 시선입니다. 국민은 여전히 저성장이 아니라 중(中)성장 정도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4% 정도는 성장해야 국민이 만족할 것 같습니다.
김광두 과거에 우리가 고도성장을 해왔으니까 그것을 원하는 건데 여기에는 정부 잘못도 커요. 이명박 대통령이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내걸었잖아요. 국민에게 불가능한 얘기를 한 거죠.
김호기 저성장에 양극화가 결합돼 국민의 괴로움은 더욱 큰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두 3% 성장을 해도 대기업은 괜찮아요. 세계시장 경쟁력도 있고요. 문제는 중소 영세기업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들이에요. 이 사람들이 굉장히 어려워요.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임금격차가 우리의 경우는 약 4.7배예요.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2위예요. 미국이 1위이고요. 하위 임금을 받는 이들은 경제가 빨리빨리 돌아가서 생활이 윤택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김호기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나 됩니다.
김광두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별로 불만이 없어요. 고도성장이든 뭐든 자기들이 늘 주인공이었어요. 문제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지요. 지금 임금소득자의 절반이 월 2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어요. 서민계층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조금 높아져야 내 생활이 좋다, 이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거지요.
‘소득 주도 성장’과 우리 현실
김호기 2012년 대선 과정에서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관한 토론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담론에서 변화가 감지됩니다. 불평등과 경제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먼저 불평등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 실질임금은 정체돼 있고,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전체 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는 데 반해 가계소득은 줄어온 셈입니다.
이런 현실에 주목해 최근 양극화를 해소할 가계소득 증진 방법으로 소득 주도 성장이 제시됩니다. 소득 주도 성장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줘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면서 내수 기반의 성장동력을 활성화하자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 소득 주도 성장을 강력히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광두 기본 관점은 경제민주화와 같아요. 소득을 올려서 그것으로 소비를 하게 하고 내수를 진작해 성장을 하자는 거지요. 이렇게 성장시켜 다시 임금이 올라가는 선순환을 만들자는 게 소득 주도 성장론이에요.
그런데 맨 처음 임금을 올려주는 주체가 누구예요? 기업이에요. 일본에서 임금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줬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과연 법인세를 깎아줄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에요. 우리가 지금 누구하고 경쟁하고 있나요? 중국의 정책은 임금 먼저 올리고 생산성을 나중에 올리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먼저 올리고 임금을 나중에 올려주는 것이에요. 이렇게 중국이 임금에 앞서 생산성을 먼저 올리는데 우리가 생산성보다 임금을 먼저 올리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결국 중국에 시장을 많이 빼앗기게 돼요.
이 두 가지 문제를 봐도 임금을 올려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스타팅 포인트가 잘못돼 있어요. 더불어 생각해야 할 게 기술 변화예요. 지금 기술 변화를 못 따라가면 곧바로 세계시장에서 져요. 그런데 기술 변화를 하려면 R·D(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해야 되잖아요. 임금을 먼저 올려라, R·D 투자는 나중에 하자, 이렇게 되면 결국 다른 글로벌 기업한테 밀리는 거죠.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해야 해요.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의 핵심이에요.
김호기 소득 주도 성장의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중소기업에 주목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 최저임금제 강화,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 사회적 합의에 의한 생산성임금제 도입이 있습니다. 더불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원상회복,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를 통한 자본소득세 강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나아가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 구축, 대·중소기업 성과배분제도 개혁 등을 통한 공생의 산업 생태계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김광두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다시 말하자면, 문제의 핵심은 정책의 현실성에 있어요. 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요. 또 일자리가 있는 사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고요.
세계노동기구(ILO)에서 나온 보고서를 중심으로 제기된 게 소득 주도 성장론이에요. ILO의 시각이 강력하게 반영된 거지요. 그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현실에 맞게 토론해서 현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