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쩌랴. 이 영주는 세상을 피해 몸을 숨긴 망명객인 것을. 서재란 그저, 상처를 주는 바깥세셰는 물론 크로 작은 일로 부대끼는 가족들로 부터 자신을 격리 시키는 ’도피처’에 불과한 것을. 밤샘 작업을 끝내고 방문을 나서는 순간 영주는 다시 권력을 잃고 숨가쁜 삶을 만나야 하는 것을.
오랜 셋방살이 끝에 내집을 갖자마자 골방 서재부터 마련하던 1963년 어느날부터, 집 안 곳곳에 그 동안 써온 빛 바랜 원고가 쌓인 지금까지, 나에게 서재는 영주 아닌 영주를 기다리는 작은 도피처다.
아무리 새 책이 늘어도 치열한 고민을 안겨주는 것은 젊은 시절 함께했던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