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SERI CEO 명연출자에서 헬스케어 CEO로 변신한 강신장

“이제는 마음을 만져주는 경영자가 되고 싶어요”

  • 안기석│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입력2010-07-01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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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 SERI CEO는 통찰력을 던져주는 온라인 강의와 1000명 이상의 CEO가 참석하는 조찬세미나 등으로 유명하다. SERI CEO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으로 명성을 날렸던 강신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만나 삼성을 떠나게 된 배경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SERI CEO 명연출자에서 헬스케어 CEO로 변신한 강신장
    CEO(최고경영자)를 위한 상상력 발전소’를 자임하는 SERI(삼성경제연구소) CEO의 온라인 강의는 유명하다. 촌철살인의 통찰력을 주는 짧은 동영상 강의가 2만개를 넘었으며, 연간 100만원의 회비를 내고 이 강의를 듣는 회원 수가 1만명이 넘는다.

    이런 동영상 강의를 기획, 제작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 강신장(52)씨다. 그는 CEO 사이에서 ‘창조 마스터’, ‘창조 교향곡의 지휘자’, ‘CEO 유혹의 달인’ 등으로 불릴 정도다. 특히 신라호텔과 국립대극장에서 1000명이 넘는 CEO가 참석하는 조찬세미나와 와인·미술·음악·사진 등의 특강을 하는 컬처아카데미는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명성을 날리던 그가 올해 1월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센터장(전무)을 그만두고 헬스기구를 만들어 수출하는 중소기업체인 ㈜세라젬의 사장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최근 SERI CEO 제작의 노하우를 압축한 ‘오리진이 되라’는 책을 내놓았다.

    6월9일 저녁 7시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강 사장을 만났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연한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세련된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첫인상은 영화 ‘라스베이가스를 떠나며’의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를 떠올리게 했다. 아름다운 석양 빛이 드리워진 창을 배경으로 강 사장이 자리에 앉자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 58년 개띠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많죠. 가수 마이클 잭슨이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영화배우 샤론 스톤이 모두 58년 개띠입니다. 국내에는 ‘광화문 연가’를 부른 이문세씨가 있죠. 그 밖에도 찾아보면 꽤 있을 겁니다.”

    국내 유명인사의 이름을 떠오르는 대로 계속 말할 것 같던 강 사장은 잠깐 생각한 뒤 반전을 꾀했다.

    “대리기사 중에 ‘58년 개띠 대리운전’을 브랜드 명으로 내건 경우도 봤어요. 그 대리기사가 실제로 1958년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그 문구를 사용한 거죠.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슬로건 옆에다 ‘개띠는 10% 할인’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어요. 고객이 개띠라고 한들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겠어요? 사람에게 다가서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죠.”

    강 사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58년 개띠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갔다.

    “특히 58년 개띠는 소심하면서도 분방한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다 보니 누구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시대를 살아왔어요.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한편으론 소심하고 치밀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대범하고 분방하게 살고 싶은 모순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봅니다. 이런 모순이 재미있는지, 1958년생이 아니면서 58년 개띠 행세를 하려는 사람도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 리더십은 하이 솔, 로 터치

    강 사장은 이 소재만으로도 인터뷰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제를 확 바꿔서 ‘돌발 퀴즈’를 냈다. 최근에 쓴 저서 ‘오리진이 되라’는 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해보라고 했다. 이 책에서는 무슨 일에서든 오리진(기원)이 되기 위해서는 9가지 열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꿈(Soul), 융합(Mix), 마음(Touch), 사랑(Love), 고통과 기쁨(Pain · Joy), 느림(Slow), 새로운 시간과 장소(Time · Place), 개념(Concept), 이야기(Story)다.

    SERI CEO 명연출자에서 헬스케어 CEO로 변신한 강신장
    ▼ 이 대통령이 오리진에 이르는 9가지 열쇠 중 가장 잘 사용한 열쇠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열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대통령은 현대그룹 출신답게 대담한 아이템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이 솔(High Soul)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청계천을 복원하거나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교통이 더 복잡해진다고 비판적이었는데 셈법이 달랐던 겁니다. 대운하도 마찬가진데, 반대가 심하니 접긴 했지만 다른 셈법을 한 거죠. 찬반 여부를 떠나서 그런 아이템을 꿈꾸는 자체는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아이템을 추진하는 데 힘은 있지만 추진 과정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디테일은 약했다고 봅니다. 하이 터치(High Touch)가 좀 부족했다고 할까요. 아무튼 주제넘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강 사장은 곤혹스러워하면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칭찬을 하자니 ‘아부’한다고 할 것 같고 비판하자니 ‘중소기업 사장 주제에’라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해외로 화제를 돌려 편한 문제를 냈다.

    ▼ ‘오리진’의 관점에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두 사람은 상대편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각자 갖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하이테크의 소유자라면 스티브 잡스는 그만의 미학을 갖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에너지이고 그 자체가 경쟁력입니다. 그것을 보는 것에도 단수가 있는데 스티브 잡스는 9단입니다. 미학의 내공이 있는 거죠. 그가 만들어낸 모든 것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또한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가치를 보는 힘이 있습니다.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링 능력이 앞서는 거죠. 디바이스를 구매하는 고객도 만족시키고 서비스에 참여하는 개발자도 만족시키는 ‘쌍피형 시장’을 만들었어요.

    따라서 스티브 잡스는 아름다움과 디바이스,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융합해내는 하이 믹스(High Mix)의 달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하이 믹스의 원천은 사람의 고통과 기쁨을 알아내는 뛰어난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경쟁자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시각과 들을 수 없는 것을 듣는 청각,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는 공감각의 소유자로서 하이 터치의 능력이 있는 거죠.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은 하이테크를 벤치마킹하면서 높은 경지에 올랐는데 이제 애플을 넘어서려면 하이 터치의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달변이었다. 강 사장은 맛있는 저녁식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쉴 새 없이 재미있는 말을 식탁에 얹어놓았다. SERI CEO 만찬세미나에서 강 사장이 ‘스타 강사’들보다 인기가 좋은 ‘코디네이터’였음을 엿보게 했다. 질문의 초점을 강 사장에게 맞췄다.

    ▼ 굴지의 삼성경제연구소를 떠나 중소기업체로 간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래 이번에 낸 책 제목을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고 하고 싶었어요. 책 내용이 경영 이외에 음악과 미술과 와인의 세계에서 놀아본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렇게 했는데 출판사에서 점잖지 못하다고 해서 바꾼 겁니다. 그런데 삼성에서 나온 것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나선 겁니다. 삼성에서 해볼 것은 다 해봤거든요. 삼성은 ‘월급쟁이의 천국’입니다.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현재 사장을 맡고 있는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옆구리를 찌르기에 ‘그래, 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 ‘월급쟁이 천국’에서 나온 뒤로 후회하지는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사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있는데 그야말로 콘셉트를 잡을 수 없는 겁니다. 이제는 제품 콘셉트를 잡아서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데,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닙니다.”

    CEO들 앞에서는 창조경영을 위해서는 하이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례까지 재미있게 소개한 강 사장도 자신이 정작 일을 맡자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 제품 콘셉트의 실마리는 어디서 얻었습니까.

    “몇 년 전 월악산에서 기수련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과묵하신 원장님이 한 말씀이 생각났어요. 현대인이 아픈 이유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인데 마음을 다잡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몸부터 먼저 귀하게 대접해주면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면 몸이 정신을 차리고, 마음도 그에 따라 절로 변하게 된다는 겁니다.”

    몸을 귀하게 대접하는 회사 만들고 싶다

    ▼ 자기 몸을 어떻게 귀하게 대접해줬습니까.

    “기체조, 온몸 마사지, 단식 등 세 가지로 간단했어요. 온몸 마사지를 하다 보니 그동안 제 몸을 너무 돌보지 않았다는 자각과 함께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제품 콘셉트를 고민할 때 이런 경험이 되살아나 그 속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몸을 귀하게 대접하는 솔루션을 주는 회사로 만들자는 생각이 든 겁니다.”

    강 사장이 맡고 있는 회사는 척추마사지기를 만드는 제조업체로 주로 해외 수출을 하는데 연간 매출액이 1200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 강 사장의 특기는 ‘머리’와 ‘입’에서 나오는데 ‘손’을 주로 사용하는 제조업체의 사장으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여러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불안하잖아요. 마음이 고독하고 우울하고 강박관념이 있는 사람에게 뭐가 가장 필요하겠어요. 두 개의 선물상자를 선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상자에는 휴식과 평안을 담고 다른 한 상자 에는 자기충전과 영감, 성찰을 담고 싶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없애기만 해도 좋겠지만, 뭔가 돌파할 영감이 있다면 얼마나 더 좋겠어요. 일종의 감성상품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 혹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해볼 것 다 해봤으니까 권태기에 빠져 이런 별난 시도를 하는 것 아닙니까.

    “사실 약간 불안하고 두려운 점이 있었어요. 제가 SERI CEO를 운영하면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오너, 전문경영인들과 가까워졌어요. 저녁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컬처아카데미에서 만난 CEO만 약 1000명이 됐죠. 그분들은 전부 저를 믿고 참여했거든요. 와인 공부 모임에 참여한 사람은 다시 미술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미술 공부 모임에 참여한 사람은 다시 음악 공부에 참여하는 식으로 ‘강신장이라는 상품’을 재구매해줬어요. 품질이 괜찮고 가격도 실비 수준이었으니까요. 일종의 서비스였어요. 한국의 리더들에게 그들이 만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준다는 생각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매번 새로운 것을 제공하려고 하니 너무 힘들었어요. 뭔가 외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줄타기를 잘했지만 언젠가는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잠재의식 속에 있어서 떨어지기 전에 내 발로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마침 그동안 제가 말로만 한 것을 도전해볼 기회가 생겼던 겁니다.”

    재미있는 지식의 피에로

    SERI CEO 명연출자에서 헬스케어 CEO로 변신한 강신장
    ▼ 삼성경제연구소는 나름대로 안정된 시스템이 있으니까 ‘강신장 시대’를 접고 새로운 변화도 모색할 수 있지만, 그동안 저녁 모임에 참석하던 CEO들은 아쉬움이 크지 않을까요.

    “늘 새로운 지식의 메뉴를 제공하던 공급책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누구하고 노나’라며 아쉬워하는 분도 계시지요.”

    컬처아카데미 참석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강 사장은 지식과 문화예술을 즐겁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피에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한다. 강 사장이 노트북을 켜고 보여주는 화면에는 100개 이상의 강의 소개용 ‘비품’이 담겨 있었다.

    ▼ 강 사장 주변에서는 ‘참 잘 노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삼성 출신답지 않게 유연하면서도 뭔가 튀는 구석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학생 때나 젊은 시절에 잘 노는 편이었습니까?

    “대학생 때는 또래들과 비슷했지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ROTC 출신이어서 규범적이고 막혀 있었어요. 제가 잘 논다는 것은 늘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겁니다. 유흥은 사실 노는 것이 아닙니다.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노는 것이지, 이미 알고 있는 세계에 안주하고 머무는건 노는 것이 아닙니다.”

    강 사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그룹에 들어가 26년 동안 인력개발연구원, 구조조정본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했다. 다양한 직업 경험이나 회사를 옮겨 다닌 적도 없었다.

    ▼ 어떻게 삼성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됐습니까.

    “ROTC 전역 전에 취업이 불안하니까 여러 군데에 입사원서를 냈는데 7군데에서 합격통보가 왔어요. 그래서 어디로 갈지 형에게 물었더니 삼성으로 가라고 찍어줘서 지원했습니다. 얼떨결에 들어가서 26년 동안 다닌 것은 좋은 선배들을 만나다 보니 회사 그만둘 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명품 강신장’을 만든 사람들

    오늘의 강 사장을 길러준 핵심적인 선배들은 누구인지 묻자 그는 이계하 삼성화재해상보험 부사장, 권기창 삼성의료원 부사장,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 현재 디자인학교인 사디의 학장을 하는 김수근 부사장, 이상대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을 거명했다.

    “이런 분들을 상사로 모시면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어요. 신입사원 때부터 훈련을 잘 받았습니다. 아 참, 중요한 분이 빠졌네요.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님, 허태학 전 사장님과 최근에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님께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분들에게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휴먼 스킬, 핵심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콘셉추얼 스킬 등을 배웠어요.”

    강 사장은 한 명이라도 빠질까봐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이 빠진 것 같았다.

    ▼ SERI CEO의 지휘자라는 명칭을 듣게 여건을 만들어준 사람은 누구입니까.

    “최우석 부회장님이죠. 저를 불러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시기에 얼떨결에 지식장사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때 마침 윤순봉 당시 전무님이 멀티미디어로 지식비즈니스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그때 멀티미디어 스튜디오를 만들고 인터넷방송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페이퍼로만 보고서를 냈어요. 처음에는 CEO 교육을 위한 동영상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잘될 줄은 몰랐어요. 당시 두 분은 제게 모든 것을 맡기고 전폭 지원해줬습니다. 그래서 SERI CEO를 구상하게 된 겁니다.”

    ▼ 처음에는 온라인 교육용 동영상을 주로 만들었는데 조찬세미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99.9%가 온라인 교육이었고 오프라인 교육은 그냥 모양새로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정도로 한 줄만 썼어요. 온라인 교육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찬세미나를 시작하게 됐어요. 조찬세미나 첫 강사가 윤순봉 부사장님이었는데 50명이 참석했어요. 제목이 하이 터치를 상징하는 ‘디지털 이즈 필링’(Digital is Feeling)이었어요. 사람들이 와 보니까 재미있거든요.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의 최신 연구결과를 가장 먼저 듣게되니 1년 이내에 참석자가 두 배로 늘어났어요. 나중에는 1800명까지 참석하게 됐어요. 이 많은 사람을 수용할 호텔이 없어 국립대극장을 설득해서 경영과 예술이 만나는 조찬세미나를 하자고 했어요. 지난해 7, 8, 9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아침 7시에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30분 동안 공연하고 세미나는 1시간을 했어요. 이런 조찬세미나는 세계에서 최초였을 겁니다.”

    여러 장르를 재미있게 버무려줬어요

    ▼ 다른 조찬세미나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좋은 콘텐츠를 줄 뿐 아니라 사람에게 위로도 주고 여러 장르를 버무려주니까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면 의외성도 있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거죠. 저는 지식은 약하지만 SERI CEO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해야 지식을 더 쉽고 맛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알게 됐어요. 콘텐츠 전문가는 삼성경제연구소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딜리버리(지식전달) 전문가로 나섰어요.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저녁의 컬처아카데미는 특히 인기가 높았는데 어떤 발상에서 시작했습니까.

    “CEO들은 모두 고수예요. 이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외면합니다. 그래서 이분들보다 반 발 앞서지 않으면 리더십이 없어져요. 그러면 지는 거죠. 뭘 제공할까 고민하는데 경영에서는 백전백패니까 이분들이 흥미는 있지만 경험이나 지식이 적은 문화예술이나 인문학 세계로 안내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전문가들을 미리 만나 반 발 앞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강 사장은 영화 강좌인 ‘무비 앤 컬처’를 예로 들었다.

    “영화비평가는 영화는 잘 알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이분들에게 맞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단 말입니다. 영화와 경영을 만나게 하는 프로듀서 역할을 맡아 다섯 번 강의로 영화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어요.‘영혼에 놓는 주사, 스토리’ 등. 다른 곳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2시간짜리 프로그램 한 편을 준비하는 데 영화평론가와 6주 동안 워크숍을 했어요. 매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모든 스태프를 동원해서 머리를 짜냈어요. 자막을 넣고 스토리를 넣어 촌철살인의 강의가 되도록 했지요. 이런 노력은 CEO들에게 뭔가 통찰력을 주려는 애절함 없이는 불가능하죠.”

    강 사장은 SERI CEO 스태프와 함께 ‘와인 앤 컬처’‘아트 앤 컬처’에서도 이런 노력을 기울였다.

    “제 선에서 완성도를 높이지 못하면 끝이라는 자세로 일했어요. 그렇게 분야별로 ‘단과반’을 섭렵하다 보니 ‘종합반’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겁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 읊는다고, 깊이는 없어도 그 세계에 뭐가 있는지는 좀 압니다.”

    5분짜리 동영상 강의 제작이 더 힘들었다

    ▼ 온라인 동영상 강의 제작은 오프라인에 비해 손쉬운 편이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5분짜리 강의 만드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2시간짜리 강의를 5분짜리 동영상 강의로 만들면 몇 편을 못 만들어요. 지식계 무림의 고수 중의 고수를 만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강의는 재미있게 하는지 따져봐서 5분짜리 동영상 강의를 만들었어요. 현재 동영상 강의 편수만 2만개 될 텐데, 걸작이라고들 해요. 주제가 다양하고 누적된 것이 많아서 이것들을 다운받아 조합하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것보다 값진 걸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버드대는 전문적인 단과반이고 여기는 누구나 생각만 있으면 미술, 경영, 철학을 융합할 수 있는 창조의 플랫폼입니다. 이런 가치를 아는 분이 많아요.”

    ▼ 강 사장이 직접 강의한 동영상도 있습니까.

    “저는 동영상 프로듀서로서 강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뭔가 보여줘야 하니까 1년에 한 번은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했어요. SERI CEO 회원 확보 차원에서 재미있는 강의를 해주고 한 달간 무료 이용권을 드리는 식으로 강의 마케팅을 한 거죠.”

    ▼ SERI CEO 동영상 강의 덕분에 스타가 된 사람도 있습니까.

    “많습니다. 특히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훌륭한 심리학 박사인데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으로 유명합니다. 김 교수는 재미는 창조라고 봅니다. 5년 전에 만났는데 그때는 우리 고객과 정서적으로 맞지 않아 이후 3년 동안 연락을 안 했어요. 보수적인 분위기로 볼 때 아직 등판시키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2년 전에 때가 된 것 같아 동영상 강의를 제안했더니 ‘왜 이제야 연락하느냐’고 하더군요. 연락이 없어서 상처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최고의 인기강사가 됐어요. 재미있다고 난리예요. 저는 타이밍을 본 거죠.”

    강 사장은 ‘지식장사꾼’을 자처했는데, 어떤 어려운 지식이나 문화예술의 용어도 유치할 정도로 쉬운 단어로 표현하는 데 장기가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다. 그런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창조는 연습이고 습관입니다. 미리 공부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특정기업에 갈 때 그 기업에 맞게 미리 준비해서 가죠. 강의 재료를 준비하고 연습까지 했으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겁니다. 그 기업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콘셉트나 모델을 얘기해줘야 우리 쪽으로 넘어올 것 아닙니까. 강의 마케팅을 위해 정말 수없이 준비해서 먹힐 만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업계에는 ‘비행시간’이란 게 있습니다. 비행기조종사도 비행시간이 1만 시간 넘으면 공중전의 달인이 되듯, 강사도 강의시간이 1만 시간 넘으면 무슨 주제로 이야기해도 실수하지 않습니다.”

    ▼ 혹시 강의를 나갔다가 분위기가 썰렁해서 실패한 적은 없습니까.

    “그동안 강의를 많이 나갔지만 한 번도 시원찮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은 하지 않습니다. 한번은 어느 대학교에 강의를 갔는데, 1000명이 참석했지만 학점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왔기 때문인지 들으려는 의지가 없었어요. 그 다음부터 대학에는 안 간다고 결심했어요.”

    ▼ 이제 SERI CEO를 떠난 입장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한 분야도 있습니까.

    “요리아카데미를 하고 싶었어요. 요리는 창작이고 융합의 결정체입니다. 그런데 못한 이유는 요리아카데미를 하려면 큰 주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을 구할 수 없었어요. 50인 이상이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푸드 앤 컬처’를 만들어 CEO들을 요리선수로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저녁 7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밤 10시가 지나 레스토랑 문을 닫을 때까지 끝날 줄 몰랐다. 인근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보여준 노트북 속에는 강 사장이 SERI CEO를 운영하면서 쌓아놓은 자료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호의 세계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느냐”고 한마디 던지자, 강 사장은 “그럴 생각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강 사장에게는 옛 추억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다만 옛 놀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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