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7억 잭팟 KAIST에 기부한 안승필

  • 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2010-07-07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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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억 잭팟 KAIST에 기부한 안승필
    “행운을 좋은 일에 쓰게 돼 기분 좋습니다.” 5월15일 강원랜드에서 터뜨린 7억원대의 잭팟을 카이스트에 기부한 안승필(60)씨는 5월27일 강원랜드에서 거행된 기부금 전달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순흥 카이스트 부총장은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좋은 인재 양성에 기부금이 쓰여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아름다운 잭팟 기부금 전달식’을 기획한 강원랜드 최영 사장은 “안승필님의 기부로 행운이 전달되고 있다”며 “카이스트에 잭팟 행운이 전달됐고, 하이원에도 행운이 온 것으로 믿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안씨의 기부는 ‘카지노=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깨뜨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행운이 더 큰 행운으로 선순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1년에 한두 차례 카지노를 찾았다는 안씨는 “카지노를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지 말고 게임으로 여기고 즐겨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개인 규칙을 만들고 지켜야 즐길 수 있다”는 것.

    ▼ 7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기부하기로 마음먹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사업하면서 끌어 쓴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났다. 어렵게 사는 친인척에게 조금씩 나눠줄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희 박사님의 강의가 생각나 좋은 일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카이스트를 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가 더 잘살려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하는데, 카이스트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좋은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학교라고 생각해 기부하기로 했다.”

    ▼ 강원랜드에는 평소 자주 오는 편이었나.

    “1년에 한두 번 정도 왔다. 동해안으로 놀러 왔다가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잠시 들르곤 했다. 친구들과 여럿이 함께 와서 1시간 가량 즐기다 갔다.”

    ▼ 승률이라고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돈을 따는 때가 더 많았나.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는 안 본 것 같다. 한 번에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게임을 하는데, 다 잃었을 때도 있고, 한번은 140만원을 따간 적도 있다.”

    7억 잭팟 KAIST에 기부한 안승필

    5월27일 강원랜드에서 ‘아름다운 잭팟 기부금 전달식’이 거행됐다.

    ▼ 카지노를 즐기게 된 계기가 있나.

    “10년 전에 간암으로 절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는 허리도 좋지 않고, 무릎 관절도 안 좋아 잘 걷지도 못했다. 사업 스트레스에 몸도 좋지 않다보니 우울증 증세까지 왔다. 그럴 때 바람도 쐴 겸해서 카지노에서 가볍게 즐기면 기분전환이 됐다.”

    ▼ 카지노라는 것이 돈을 따면 더 큰돈을 딸 욕심에, 돈을 잃으면 본전 생각에 점점 깊이 빠져든다고들 하는데….

    “돈을 잃고 나서 기분이 나쁘면 안 된다. 그럴 것 같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게임을 즐긴다는 기분으로, 스스로 개인 규칙을 정해서 해야 한다. 돈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 큰 행운을 거머쥐었는데, 그것을 모두 기부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인척 등 가까운 주변에서 다른 생각을 가졌을 법도 한데….

    “집사람에게는 처음에 ‘큰돈을 주웠는데 어디에 쓸까’라고 얘기를 꺼냈다. 카지노 얘기는 안 하고. ‘어렵게 사는 누이나 여동생, 처남에게 조금씩 나눠줄까’ 하고 얘기해봤다. 그랬더니 ‘큰 도움도 못될 텐데, 주인에게 돌려주는 편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부 얘기를 했더니 ‘좋다’고 했다. 지난해 아들이 결혼했는데, 올 12월에 손자가 태어난다. 며느리가 기부하기로 한 소식을 듣고는 ‘배 속 아기가 아버님 닮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와 마음이 흐뭇했다. 누이와 여동생 등 친인척들도 전화를 걸어 ‘잘 결정했다’고 나를 응원해줘 마음 부담 없이 흔쾌히 기부할 수 있었다. 나를 이해해줘 모두에게 고맙다.”

    기부금 전달식이 끝나고 가진 티타임에서 안씨가 허리와 관절 등이 좋지 않아 고생했다는 얘기를 하자, 장 부총장이 카이스트에 거액을 기부한 뒤 한방진료시설을 갖춘 클리닉을 운영하는 류근철 박사의 얘기를 하며 카이스트를 방문해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고 했던가. 뜻밖의 행운을 아름다운 기부로 승화시킨 안승필씨는 잭팟을 카이스트에 기부함으로써 명예를 얻은 데 이어, 앞으로 건강까지 되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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