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팩트(fact)’를 전하는 데 주력한 고승철(54)씨가 소설가로 변했다. “현실에서 규명하지 못한 ‘진실’을 소설에서 추구하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소설 ‘은빛 까마귀’(나남)는 2008년 출간한 데뷔작 ‘서재필 광야에 서다’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장편으로,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대통령과 그 음모를 파헤치는 신참 여기자의 ‘육탄(肉彈) 대결’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는 잔인한 내면을 숨긴 현직 대통령, 재력으로 대권을 노리는 도지사, 대필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 등 야욕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작가가 취재 현장에서 만난 숱한 취재원의 분신이기에 더없이 사실적이다.
작중 인물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은빛 까마귀’ 보기를 갈구한다는 것. 권력층은 기득권을 오래 지키기 위해, 이에 저항하는 민중세력은 현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절대자를 상징하는 전설의 새, 은빛 까마귀를 기다린다. 고 작가는 은빛 까마귀라는 모티프를 바탕으로 부패한 권력층을 풍자하며 동시에 마이너리티의 희망을 말한다. 그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어할까.
“많이 팔릴 소설보다는 오래 기억될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소설은 ‘가공(架空)의 진실’이라고 하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