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관피아 척결 보여주겠다”

<인터뷰> 차세대 지도자 3인방/ 남경필 경기도지사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4-06-16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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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연대 출신, 한국 정치의 전면에 솟아올라
    • 시·도지사 진출 통해 정치개혁 주역으로
    • 원희룡, 권영진, 김부겸, 김영춘, 안희정과 모임
    • 경기도 연립 정부…독일식 개헌의 시금석
    “관피아 척결 보여주겠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이상 새누리당), 안희정 충남도지사(새정치민주연합)는 6·4 지방선거 당선과 동시에 정치권의 블루칩(blue chip·꽤 매력적인 주식)으로 부상했다. 여러 언론은 이 세 명을 ‘차세대 지도자’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예측한다.

    “드라마틱한 승리 축하드려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측근에게 전화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남 지사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6월 12일 오전 국회로 일정이 잡혔다. 그런데 하루 전 남 지사 측이 연락을 해왔다. “야당과 연정(聯政)을 위한 첫 회의를 추진하는데 야당 인사들이 12일 오전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하니 인터뷰 일정을 바꿔줄 수 없겠느냐”는 거다. 흔쾌히 동의해줬다.

    ‘연정이 대단하긴 하네’

    잠시 뒤 “남 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경기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갖기로 했다”는 소식이 뜨기 시작했다. 기자가 인터뷰 일정 변경에 동의해 남 지사 측이 이 일정을 연정 회의 일정으로 바꾼 뒤 언론에 알리고, 언론이 일제히 기사로 써서 포털에 보내고, 포털이 이 기사들을 모바일용 기사들로 등재해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이 기사들을 접할 때까지 수십 분밖에 안 걸렸다. ‘연정이 대단하긴 하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는 다음 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광교테크노밸리 내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진행했다. 이 건물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으로 재임할 때 원장실로 쓴 곳이다. 안 대표는 여기를 베이스캠프 삼아 ‘청춘콘서트’ 강연을 다니며 ‘안철수 현상’을 전국에 퍼뜨렸다. 남 지사도 융합기술원 8층에 선거 캠프를 뒀다.



    남 지사가 쓰는 사무실은 다소 협소해 보였다. 남 지사는 “아주 덥지 않으면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서…”라며 선풍기를 켰다. 조그만 회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 지난해 10월 제게 ‘경기도지사 선거에 안 나간다’고 했잖아요.

    “그러게요. 그때 그랬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던 그는 기자에게 “혹시 경기지사 선거 출마 질문할 건지?”라고 먼저 물었고 기자는 “지금 (질문) 하죠”라고 하자 “그 선거에 출마할 생각 없어요. 원내대표가 돼 개헌을 추진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 왜 마음을 바꾼 건가요?

    “당 지도부에서 ‘당신 아니고는 답이 없다’고 여러 번 종용했어요. (당시 김문수 지사는 경기지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남 의원이 후보가 될 때 여당이 유일하게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병국이 형(정병국 의원)에게 미안했지만 소의를 위해 대의를 외면하기 힘들었어요. 또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중요한 상황 변화도 있었고요.”

    “안철수가 몸에 찬물 끼얹자…”

    ▼ 안철수-민주당의 합당과 남경필의 출마가 어떻게 연결되는 거죠?

    “저는 여당 원내대표가 되어 개헌에 헌신할 작정이었어요. ‘여야가 극단적으로 싸우는 후진 정치를 바꾸자, 여야 연정이 일상화한 독일식 권력구조 모델을 도입하자’ 이런 생각이었죠. 기득권 정치와 거리를 두어온 안철수 같은 인물들과도 힘을 합해 중간지대에서 이일을 해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가버린 거예요. 충격이 컸어요.”

    ▼ 어떤 의미의 충격….

    “기득권 정치에 스스로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된 거니까. 정치개혁에 대한 뜨거운 국민적 열망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인물이 스스로 자기 몸에 찬물을 끼얹어 그 열망을 꺼뜨려버린 셈이죠. 아, 우리 정치의 중간지대가 또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남 지사는 여야가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독일식 연정 모델’을 개헌의 큰 방향으로 보아왔다. 이러한 개헌 아이디어는 본인이 의정 행보를 접음으로써 유보됐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국가 단위’가 아닌 ‘광역단체 단위’에서 훨씬 빨리 현실화할 조짐이다.

    ▼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평소의 ‘독일식 연정 모델’ 개헌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해 경기도 연립정부 안을 낸 것인가요?

    “저의 내적 맥락을 이해하신 질문이고 사실과 일치해요.”

    ▼ 원희룡 제주지사도 공교롭게 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네요.

    “네.”

    ▼ 두 분이 사전에 짰나요?

    “그럴 리가요. (웃음) 희룡이 형과 오랫동안 미래연대 함께 했고, 그 결과 생각이나 지향점이 비슷해진 면이 있어요. 개혁은 어느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니까.”

    ▼ 경기도 연정은 부지사를 야당에 위임한다는 거죠?

    “시작은 그렇게 알려졌죠. 자리보다 정책이 우선이라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제의를 해왔어요. 저야 ‘땡큐’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인사(人事), 예산, 정책이 행정의 전부 아닙니까? 이 세 가지 모두 야당의 참여와 협의 속에 해볼 생각입니다.”

    ▼ 경기도 연정에 대해 사람들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또 도지사 관사를 시민 야외결혼식장으로 개방하기로 한 것도 화제더군요. 언론이 앞 다퉈 ‘남경필의 파격행보’라고 보도하고. 뿌듯하시겠어요.

    “이제 시작이고 난관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이겨낼 수 있어요. 많은 분이 정치에 절망해요. 너무 싸운다는 거죠. 경기도에서 잘해보고 싶어요. 경기도의 변화가 우리나라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말이죠.”

    ▼ 그러나 대체로 경기지사는 전국 단위 뉴스에 잘 보도되지 않는 경향이 있죠. 서울시장과 경기지사가 빅2로 여겨지지만, 이런 언론환경 탓에 정작 경기지사 출신 대통령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고요. 남 지사께서도 언젠가 자신이 언론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언론 환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동조중, 공중파, 종편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시민은 이들 매체 이외 모바일-인터넷 통로에서도 뉴스를 접하기 시작했어요. ‘서울이냐 지방이냐’라는 공간적 구분은 중요하지 않아요. 대신 ‘국민의 삶에 와 닿는 좋은 생각, 정책, 사업이냐’로 평가하죠. 제가 장담컨대, 앞으로 경기도가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어낼 거예요.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있을 겁니다.”

    ▼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이 하나로 묶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심 불만스럽지 않은지.

    “천만에요. 언론과 국민이 저희 세 사람을 하나의 단위로 봐주시는 건 고마운 일이죠. 조만간 제가 희룡이 형, 영진이 형, 부겸이 형, 영춘이 형과 안 지사님을 초대해 함께 모임을 가져보고자 해요.”

    “부겸이 형과 저녁하기로…”

    ▼ 그림이 괜찮아 보이는데요? 대화의 주제는 무엇으로….

    “그건 아직…. 만나면 자연스럽게 여러 이야기가 나오겠죠.”

    대화 도중 남 지사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옆에 있다보니, 남 지사가 상대방에게 “일요일에 부겸이 형과 식사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남 지사와 원 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 김영춘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후보는 2000년대 한나라당 내 소장파 정치인 모임인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멤버로 활동해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이들과 안희정 지사는 당적이 다르지만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젊고, 개혁적이며,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입후보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김부겸 전 후보와 김영춘 전 후보는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당으로 옮겼다.

    ▼ 사람들은 남경필·원희룡·안희정에게 무엇을 기대할까요?

    “여야는 지금까지 권력을 놓고 사생결단 식으로 싸워왔잖아요. 그 과정에서 상대와 화합이 안 될 정도로 감정의 골이 파이고. ‘얘들은 이렇게 안 싸운다, 선의의 경쟁 한다, 페어플레이 한다, 종북만 아니면 서로 협력할 줄도 안다’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남경필·원희룡·안희정에게 거는 것 아닐까요? 특히 미래연대 출신이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했어요. 수면 아래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솟아오르고 있어요. 앞으로 새 정치에 대한 기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봐요. 우리 사회가 개혁과 상생을 지향하는 미래연대의 정신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옛날 ‘3김 정치’를 연상시키는, 어떤 특별한 느낌을 주는 차세대 정치 조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 정치는 ‘□ 정치’라고 할 때 당사자로서 ‘□’를 어떻게 명명하고 싶으세요?

    “글쎄요. 아직 생각한 적 없어서….”

    때마침 한 측근이 방으로 들어오자 남 지사는 측근에게 “좋은 이름 있는지 한번 생각해줄래요?” 했다.

    “국물도 없다”

    ▼ 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의향은?’이라고 질문하면 ‘이번 선거의 득표율을 보면 반올림해서 경기도민의 절반이 저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경기도정에 전념할 겁니다’라고 대답하시겠죠?

    “어떻게 아시죠?”

    ▼ 조금 전 로비에서 진행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그렇게 답변하시는 걸 봤어요.

    “네에. 보셨군요.”

    ▼ 전 ‘3년쯤 뒤 여론조사에서 경기도민이 지금보다 더 지지하면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라고 묻고 싶어요.

    “아이고. 대선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그럴 때도 아니고요.”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40대 차세대 지도자로 촉망받았으나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후 시련을 겪었다. 이런 점을 잘 아는 젊은 도지사들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것은 때 이른 점이 있다. 박원순(서울시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남경필·원희룡·안희정 등은 차차기 주자로 보는 것이 합당한 판단이긴 하다. 그러나 선거는 때때로 이런 고정관념을 파괴해왔다. 고정관념대로만 흘러갔다면 40대의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는 절대로 대통령이나 총리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남경필·원희룡·안희정·권영진 등 젊은 도지사들은 ‘새로운 변화’를 주장한다. 여론은 이들의 메시지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의(民意)를 어떻게 보나요?

    “여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 야당에 대한 준엄한 주의….”

    ▼ 더 쉬운 말로 하면.

    “앞으로 안 바뀌면 ‘국물도 없다’는….”

    ▼ ‘박근혜를 살려달라’는 선거 캠페인이 당선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네. 경기도민이 박 대통령을 걱정해 건져내어 주었다고 봐요. 여기에 상당수 젊은 유권자는‘남경필은 좀 다르다’고 본 것 같기도 하고요.”

    “남사모 아세요?”

    “관피아 척결 보여주겠다”

    6·4 지방선거 당시 TV토론을 하는 남경필 경기지사.

    ▼ 관피아 척결이 국가적 의제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도지사로서 어떤 복안이 있나요?

    “제가 경기도청 산하에 어떤 기관들이 있는지 쭉 봤어요. 야당에‘이 여러 산하기관 중에 퇴직 공무원이 취업해도 되는 기관과 취업해선 안 되는 기관을 나눠달라’고 할 겁니다. 일부 기관은 공무원의 재취업을 인정해줄 필요도 있다고 봐요. 사전에 합의된 대로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경기도가 관피아 적폐를 어떻게 척결하는지 보여줄 겁니다.”

    ▼ 선거 캠프 출신이 공공기관의 장이나 감사, 임원으로 취업하는 것을 두고 한쪽에선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합니다. 반면 다른 쪽에선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쓰는 자연스러운 인사라고 말하기도 해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할 의향인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 캠프 출신을 경기도 산하기관으로 가급적 내려보내지 않을 작정입니다. 캠프 멤버들에게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이미 말했어요.”

    ▼ ‘너무 안 챙겨준다’는 원성이 나오지 않을까요?

    “다른 방법으로 보람을 찾을 수 있고. 문제가 없도록 잘할 겁니다.”

    얼마 전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자에게 “‘남사모’라고 있는데, 아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노사모가 연상돼 “남경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남경필 사람 만들기 모임!” 이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내에서 ‘남경필은 사실 진보다, 오렌지다’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 일부 관계자들이 남사모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경기지사 선거를 보고 남사모를 해산하기로 결의했죠. 선거 때 포퓰리즘에 꿋꿋이 맞선 점, 선거 후 야당과 경기도 연정을 추진하는 점을 보며 남경필을 다시 보게 됐어요.”

    남 지사의 프로필에 있는 존경하는 정치인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그 이유에 대해 남 지사는 “루스벨트는 가진 사람들의 것을 강제로 빼앗지 않고 합의를 통해 더 내어놓도록 했다. 대공황을 극복했고 이후 30년간 미국의 중산층은 사상 최대로 두터워졌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다.

    “관피아 척결 보여주겠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경기도의 변화가 나라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 그때 ‘수정자본주의’라는 유명한 이론이 나왔죠.

    “독일의 보수진영도 소수자인 동독 출신 여성 메르켈을 총리로 세웠어요. 그리고 진보적 가치의 상당부분을 국가정책으로 받아들여요. 그 결과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 있고 국민을 평안하게 해주고 있어요. 우리나라 보수진영도 진보진영과 화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새누리당 사람들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남경필 인물평을 해달라고 하면, 대체로 이렇게 답한다.

    “보통의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노무현, 친노, 종북, 포퓰리즘을 성토하는 ‘우국지사형’이거나 ‘비분강개형’입니다. 남경필은 보수 정당 소속이지만 이런 스타일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형이죠. 남경필은 화를 잘 내지 않을뿐더러 화를 내더라도 별로 위압적이지 않아요. 외모도 좀 그렇고요. 본인 스스로도 화날 때 하는 행동으로 ‘목소리 높아지고 금방 풀림’이라고 쓰고 있으니까. 전당대회 때 다른 후보들은 진중한 태도로 단상에 올라와서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한 자도 틀리게 말해선 안 된다는 듯이 연설합니다. 반면, 남경필은 빈손으로 졸졸졸 가벼운 걸음걸이로 올라옵니다.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환한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원고 없이 즉석 연설을 하고 다시 졸졸졸 내려갑니다. 그런데 고개 숙이고 있던 청중이 고개를 들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돼요. 한마디로, 남경필은 보수 정당 소속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가벼움과 유연함이 몸에 밴 정치인이죠.”

    ‘달변 도지사’의 앞길은?

    정치는 말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말이 곧 정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 중요하다. 사실 정치 개혁은 정치인이 쓰는 말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달성되는지도 모른다. 말에 관해 남 지사의 생각을 들어봤다.

    ▼ 대중 연설을 잘한다는 평을 듣는데요.

    “어떤 문제든 항상 상식에 입각해 말하는 편이죠. 그래서 실패나 말실수가 적은 것 같아요. 듣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요. 저는 높은 데서 말하지 않아요. 유세차도 없앴어요. 같은 눈높이에서 말해요. 아이들에게 말할 땐 항상 무릎을 꿇고요. 당원 분들에게, 시장 상인 분들에게, 기업인 분들에게 말할 때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합니다. 이분들의 관심사나 삶이 각기 다르니 거기에 맞게 말하도록 노력하는 거죠.”

    ▼ 원고 없이 말을 잘하는 편인데 특별한 준비 없이 즉석에서 말하는 건가요? 비결은 뭔가요?

    “머릿속에서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합니다. 10분, 30분, 1시간 이렇게 연설 시간을 채워줄 스토리라인과 에피소드들을 대략적으로나마 생각해둬야 해요. 내 연설에 가장 큰 영감을 준 두 분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장안 목사죠. 두 분은 자신이 경험한 일상의 작은 이야기에서 교훈을 끄집어내요.”

    기성의 정치 지도자는 원고를 보고 읽고, 엄숙주의에 익숙하며, 기자들 질문 받는 것을 싫어한다. 진보 성향 정치 지도자 중에 말 잘하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이들은 너무 나간 표현으로 편 가르기를 일삼는다. 이로 인해 우리 정치는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불통의 문제를 안고 산다. 정치가 말의 예술이라고 할 때 한국 정치는 아직 후진적이다.

    미래연대 출신들이 시도지사 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의 전면으로 솟아올랐다. 다른 한편으론 남경필·원희룡·권영진·안희정 같은 달변의 시도지사가 등장했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흥미로운 사건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 경기지사 남경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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