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인터뷰

해외 가구에 한국의 삶을 녹이다

이희길 베쿰디자인 대표

  • 김지은|객원기자(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7-11-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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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째 가구사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구가 너무 좋고, 재미있습니다.” 

    고급 가구점이 즐비한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 지금은 내로라하는 국내외 가구 브랜드가 줄지어 들어서 있지만 베쿰디자인이 해외 가구를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한 20여 년 전만 해도 ‘오브제로서의 가구’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다. 이희길 베쿰디자인 대표가 해외 가구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1996년. 가구 주문생산업체를 운영하며 열악한 국내 가구 제작 환경에 한계를 느낀 그는 유럽의 선진화된 기술과 디자인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현지 공장과 직거래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그는 회사명을 엘림토탈퍼니처에서 베쿰디자인으로 바꾸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가구 브랜드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2009년 그의 뛰어난 안목과 열정을 알아본 펜디 까사가 베쿰디자인을 한국의 공식 판매처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벤틀리 홈, 폴 메튜, 콘스탄티니, 깔리가리스 등 해외 유수 업체들이 베쿰디자인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디자인과 실용성, 퀄리티 모두 만족… 공간 창조 예술

    베쿰디자인은 불황을 몰랐다. IMF 외환위기 때도 새벽까지 일할 정도로 주문이 몰렸다. 품질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그의 소신이 빛을 발한 것. 또한, 그의 가구는 다른 수입 제품과 달리 한국인의 주거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제품 구성과 디자인을 해외 유수 브랜드에 직접 의뢰해 디자인과 퀄리티,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켰다. AS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했다. 

    “해외 가구의 경우 디자인과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내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주거 환경부터가 다릅니다. 해외의 주택들은 대부분 1~2층의 낮은 건물에 창이 넓게 배치되어 완제품 가구를 실내로 쉽게 들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거 환경이 고층 아파트 등 가구를 실내로 들이기 어려운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수입 가구를 분해해 재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저희는 제가 직접 현지 공장에 가서 디자인에 관여하기 때문에 조립 직전의 가구를 실내로 들여와 완성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베쿰디자인만의 차별점이죠.” 



    이 대표는 가구가 가진 예술적 가치에도 눈을 떴다. 그는 지금도 유럽의 공장들을 수시로 방문해 디자인은 물론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해외 가구 페어는 물론, 건축과 디자인, 패션 등 문화예술 전반을 공부한다. 패션 브랜드 펜디처럼 가구란 단순히 물건을 수납하거나 올려두는 제품이 아닌 공간,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예술 장르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악성댓글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결성된 선플재단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긴 세월 그의 곁에서 경영을 도와온 아내와 함께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베쿰디자인의 아름다운 행보가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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