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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의식한 검찰, 정몽헌 벼랑 끝으로 내몰다!

정몽헌 자살과 비자금수사 내막

특검 의식한 검찰, 정몽헌 벼랑 끝으로 내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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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특검과 차별화해야 검찰이 산다”
  • ● “이익치의 역할을 주목하라”
  • ● 권노갑 비자금은 특검수사와 상관없는 것
  • ● 김영완, DJ 통치자금 관리했나
특검 의식한 검찰, 정몽헌 벼랑 끝으로 내몰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대북송금 특검은 일생일대의 시련이었다. 기업가로서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고 기업의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 그렇긴 해도 특검 수사는 그후의 검찰 수사에 비하면 견딜 만한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에 일조하고 통일의 초석을 놓았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당장은 손해지만 대북 사업이 미래에는 큰 이익을 안겨다줄 것이라는 장기 전략이 있었기에 그는 재기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에 이은 검찰 수사는 가슴 한구석에 초라하게 웅크리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을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같은 비자금이라도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150억원은 ‘정상회담 준비용’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 드러난 200억원의 비자금은 부도덕한 기업가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정경유착의 증표일 뿐이었다.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직후 검찰은 한 가지 거짓말을 했다. KBS가 “대검 중수부가 박지원씨와 관련된 150억원 이외에 별도의 현대 비자금 수사를 벌였고 정몽헌 회장을 추궁해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확인했다”고 보도하자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던 것.

하지만 이같은 부인은 검찰 수사가 정회장의 자살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검찰의 연막이었다. 8월11일 권노갑씨를 긴급체포하면서 현대 비자금 수사 사실을 공개한 대검 중수부는 정몽헌 회장을 세 차례 불러 이와 관련된 조사를 벌였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이익치 진술 앞에 무너진 듯



대검 중수부 수사상황을 알 만한 위치에 있는 검찰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직후 기자에게 “정회장의 자살은 검찰의 현대 비자금 수사에 대한 항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익치의 역할을 주목하라”고 귀띔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그것이 현대 비자금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는 얘기였다. 그는 “정회장도 이익치 진술 탓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비자금 관련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주변에 알아본 결과 이씨가 여러 차례 검찰에 비공식적으로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는 정황이 감지됐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검찰은 이씨가 현대 비자금 수사의 주요 참고인 자격으로 몇 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권노갑씨가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자 이씨를 불러 대질신문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이씨의 진술이 현대 비자금 수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미뤄보면 정몽헌 회장의 자살은 위 검찰 관계자의 말대로 대검 중수부의 현대 비자금 수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또 정회장이 비자금 관련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현대 비자금을 관리했던 이익치씨의 진술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검수사 과정에 관심을 끌었던 이익치씨와 현대가(家)의 악연이 검찰 수사에까지 이어진 셈이다.

강금실 장관 말 들었다면…

정몽헌 회장을 자살로 내몬 현대 비자금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던가. 애초 검찰의 수사 대상은 이것이 아니었다. 검찰 수사의 명분이 된 것은 특검팀이 추적하다 중단한, 이른바 150억원 비자금의혹사건이었다. 특검 수사 끝물에 포착된 이 부분을 두고 정치권은 특검수사기간 연장 공방을 벌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며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자 한나라당은 새로운 특검팀 구성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150억원 비자금에 국한된 것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나라당이 수사대상을 ‘(대북송금과 관련한) 청와대 국정원 금감원 등의 비리의혹사건’으로 확대하자 “대북송금 재수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재특검법은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검찰의 적극적 수사의지다. 대북송금 특검수사가 종료된 것은 6월29일. 바로 다음날 검찰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김재수 현대경영전략팀 사장,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 현대 관계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150억원 의혹에 대한 제2특검이 논의되고 있어 수사 주체가 정해질 때까지 신병 확보가 필요해 출금 조치한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때부터 현대 비자금 수사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7월6일 검찰은 송두환 특검팀에서 못다 밝힌 150억원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관련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재특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것이 7월9일이므로 검찰이 그 전에 계좌추적을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오버 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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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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