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이어 신당론이 불거진 4·24 재·보선 이후 중앙당과 지구당이 실시한 몇 차례의 여론조사로 화제를 옮겼다.
“바람직한 신당으로는 개혁신당의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온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당으로는 통합신당의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온다. 더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개혁신당의 지지도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 지역구를 가진 나로서도 배지를 다는 데는 통합신당이 유리한 것 아닌가.”
그는 특히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호남출신 유권자의 민심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호남출신 유권자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고, 따라서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수도권 의원들의 당락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엔 내년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멀리 갈 것도 없이 16대 총선결과만 봐도 수도권에서 호남출신 유권자의 막강한 영향력을 알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16대 총선만큼 치열한 선거는 일찍이 없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2000표 이내 근소한 차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구가 수두룩했다. 민주당의 표밭인 젊은층과 변함 없이 민주당을 밀어준 호남출신 유권자의 지지가 없었다면 더욱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2000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렸던 14곳의 승패를 따져보면 한나라당이 12곳에서 이겼고 민주당은 서울 용산과 인천 서구·강화을 두 곳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결국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근접전을 벌인 선거구에서 패함으로써 사실상 선거 전체 판세를 그르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미세한 표차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 정서상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을 버리는 이른바 탈(脫)호남 지향의 개혁신당을 만들 경우, 바람을 일으키고도 정작 당선자는 배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그런데다 노대통령과 개혁신당파가 지금까지 민주당을 외면해온 영남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전략과 전술로 나눠 설명하면 신당의 전략은 영남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술적으로는 호남민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개혁신당론이 통합신당론으로 돌아선 것은 신당이 추구하는 전략과 전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다. 그래서 신당 추진세력의 의견은 민주당의 대다수가 참여하는 통합신당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논리빈약 빗댄 이훈평의 ‘조약돌론’
2003년 4월28일 신주류측의 신당 추진 선언으로 시작된 민주당의 신당논의가 100일을 넘겼다. 그러나 신당논의는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신주류측은 100일이 넘도록 ‘개혁신당→개혁적 통합신당→국민참여 신당→분열 없는 통합신당→민주당 해체 없는 통합신당’ 등으로 명칭을 바꿔가며 한편으로는 구주류측을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달래는 양동작전을 펴왔으나, 구주류측은 일관되게 ‘리모델링’으로 가자며 꿈쩍도 안하고 있다. 결국 신주류측은 8월 초 ‘당 해체·인적청산·이념정당 불가’라는 3원칙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구주류측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조약돌론을 폈다. “바닷가에 나간 아이가 예쁜 조약돌을 주었다. 아이는 그 돌을 손에 쥐고 돌아가려다 욕심을 내본다. 좀더 예쁜 돌, 그보다 더 예쁜 돌을 골라본다. 해가 저물고, 집에 돌아가야 할 무렵 아이는 정말 예쁜 조약돌 한 개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조약돌은 맨 처음 손에 쥐었던 조약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