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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의뭉 화법’

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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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딸은 언제 알았나?

만약 둘째딸이 알았다면, ‘아버지인 김 대표는 과연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불거질 수 있다. 둘째딸은 ‘30대 성인’이고 ‘대학교수’며 김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아주 모범적인 똑똑한 딸’이므로 상식적으로 볼 때 남편 될 사람의 변고를 아버지에게 알리는 게 딸 된 도리이고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해볼 수도 있다.

일부 언론은 둘째딸과 사위가 미국 유학 시절 자기들끼리 알게 돼 연애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해명 과정에서 “오래 교제한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했다.

‘채널A’는 자체 취재를 토대로 “2014년 8월 둘째딸과 사위가 맞선으로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만약 둘째딸이 선으로 사위를 만나 사귀다 사위의 구속 직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면, 선 자리로 자신을 이끈 부모에게도 알려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법원은 사위에게 선처를 해준 사유로 가족관계,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들었다. 사위는 재판받을 당시 30대 미혼남이어서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는데 어떤 가족관계가 형의 감경에 적용됐는지 의문이다. 수사에 협조한 점과 관련해, 검찰은 사위의 집에서 제3자의 DNA가 검출된 주사기가 나왔음에도 이 주사기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위가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법조계 인사는 “사실이라면 사위가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명에서 “요새 세상에 정치인 가족이라면 더 중형을 때리지 도와주는 판사 본 적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 말을 입증하는 객관적 사례나 통계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법조계에선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가 통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2014년 5월 대법관 출신 안대희 총리후보자가 고액 수임료 수수 논란으로 낙마한 사실은 이런 믿음을 뒷받침한다.

침묵 혹은 불분명

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고압적 태도와 말투로 자주 구설에 오르는 김무성 대표.

김 대표의 친인척과 관련된 ‘봐주기 수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 검찰은 수억 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김 대표의 누나인 김용문 용문학원 이사장을 벌금 2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은 까닭에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약식 기소된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고 검찰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대표는 9월 10일 당 공식회의 직후 매번 실시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비공식 브리핑)에 응하지 않겠다고 당직자를 통해 밝혔다. 사위의 마약 전과가 보도된 날이어서 그가 이를 의식해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다.

김 대표로선 자신의 해명에도 의혹이 가시지 않는 점이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정황에 비춰보면 봐주기 수사·재판 의혹이 제기될 만도 하다. 김 대표의 대학 강연 내용이 말 바꾸기 논란을 자초한 면도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언론의 질문에 적극 답해야 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공익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자신에게 제기된 도덕성 검증에 대해 불투명하게 대답하거나 침묵하는 경향성도 보였다. 총선시민연대는 2004년 김무성 당시 의원을 낙선운동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다음과 같은 문서를 돌렸다.

‘김무성: 96. 5. (주) 서울 T사 이○○ 회장으로부터 수도권지역사업자로 선정되게 이석채 정통부 장관에게 청탁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은 해 7월 말 현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 1000만 원, 추징 2000만 원.’

2014년 10월 기자는 이러한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김 대표 측은 분명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3년 8월 29일 새누리당 연찬회 자리에서의 여기자 성추행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가시나’라고 말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둘째딸이 S대 교수에 채용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대표 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진 않은 듯하다. 그러나 ‘김 대표의 둘째딸이 2013년 교수에 채용될 무렵 김 대표가 이 대학 이모 총장이 국회 증인에서 빠지도록 노력했다’는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한 방송에서 “그분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시 기자에게도 “김 대표가 국감 전 교문위원장실에 들어오는 것을 본 사람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당시 기자가 여러 차례 답변을 촉구하자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 총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 같은데, 사생활 문제로 부르려는 것 같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런 식으로 교문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듣는 사람 처지에선 빼달라는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이어지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면, 뭐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증인에서 빼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소 고압적으로 비치는 점도 김 대표의 화법 특성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주 반말로 대답해왔다. 이 때문에 그는 2014년 8월 20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기자들에게 왜 반말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반말, 제가 잘 알고 있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경상도 말투고, 청년 시절 포항에서 굉장히 거친 철강회사에서 공장장 생활 5년 해서 말이 거칠어졌다. (정치 입문 후) 기자들과 생활을 거의 같이 했고 친동생 같은 생각에 나온 것인데 듣기 싫다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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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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