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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두려운 건 확성기보다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

남북 심리전 막전막후

北이 두려운 건 확성기보다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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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낙원으로 오라”

北이 두려운 건 확성기보다 전방위 동시다발 심리전

북한 노동신문은 8월 23일자 6면에서 ‘최후 결전의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남방송을 중단한 때는 1990년대 중반이다. 체제경쟁에서 열세를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잃었거나 국군에게 “입북하라”고 해봐야 의미 없는 울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대북방송은 더 공세적으로 변모했다. 북한은 군인과 주민이 대북방송을 못 듣게 하려고 ‘제압방송’에 전념했다. 제압방송으로 방해한 탓에 대북방송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압방송도 한계에 부닥친다. 경제난을 겪으면서 방송장비 노후화와 전력난 때문에 제압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상호 비방 중단에 합의했다. 2004년 장성급 군사회담 6·4합의(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DMZ에서 확성기가 꺼졌다.

2010년 이명박(MB)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철거한 확성기를 천안함 폭침에 대한 보복으로 다시 설치했다. 북한은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MB 참모들은 “확성기를 틀기에는 위험하다”면서 심리전 방송 재개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심리전은 독재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비수(匕首)지만 남북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가 날려 보내는 삐라에도 민감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DMZ 확성기 심리전 방송이 전가의 보도인 양 주장하는 말과 글이 난무하는데, 이 중엔 과장했거나 잘못된 내용도 적지 않다. ‘뻥튀기’ 수준의 주장도 나온다.

“웅~웅 소리만 들렸다”

남측 전방지역에서 확성기 출력을 높이면 낮에는 10㎞, 밤에는 24㎞ 떨어진 지역에서도 방송이 들린다는 게 심리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개성에서 북측 DMZ까지 8㎞, 군사분계선(MDL)까지는 10㎞이므로 그렇다면 개성 시내에서도 확성기 방송 내용이 들려야 한다.

개성 출신 탈북민은 “웅~웅~ 소리만 들렸을 뿐 내용은 알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DMZ에 인접한 개성시 판문군까지는 내려와야 아나운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요 프로그램인지, 대담 프로그램인지 알 수 있었으나 그마저 방송 내용을 알아듣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최장 24㎞ 내 북한군과 주민이 확성기 방송을 듣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확성기 방송의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DMZ 인접 지역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곳은 주민은 물론이고 군인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확성기 방송은 대략 4~6km 범위까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북방송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이들은 크게 세 부류다. 첫 번째는 MDL 북쪽 2km를 담당하는 북한군 민경(민사행정경찰) 대원, 두 번째는 한국의 GOP 부대에 해당하는 ‘1제대’ 군인이다. 1제대는 DMZ 바깥쪽 2km 안팎을 담당한다. 세 번째는 1제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이들은 거주지역 이외 곳으로의 이동이 차단된 채 DMZ 인근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한국의 민통선 이북 지역과 비슷하다.

‘당원 아들’만 DMZ 근무

민경 대원들은 북한에서 출신 성분이 좋은 이들로 구성된다. 입대 전부터 특수 병과에 선발돼 사상과 토대를 검증받는다. 또한 부모가 노동당원이어야 한다. 자식을 민경 대원으로 입대시키면 승진할 때 유리하다. 민경 대원은 북한군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제대 후 노동당 간부의 길을 걷는다.

‘1제대’ 소속 군인들도 계급적 토대가 좋은 집안의 자식들로만 선발한다. 민경 대원과 마찬가지로 경비와 수색을 담당하지만 ‘끗발’은 떨어진다. 민경 대원과는 대우에서도 차별이 있다.

민경 대원이든, 1제대에 속하든 심리전에는 똑같이 노출된다. 신병 훈련을 마치고 비무장지대에 배치되면 첫 두 달은 총은 지급하되, 실탄은 지급하지 않는다. 과거 확성기 방송을 난생처음 들은 신병이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확성기에 대고 총탄을 날려 지휘관을 당황스럽게 한 적도 있다. 13년의 군 복무 기간 내내 확성기를 비롯한 심리전에 노출된 고참 병사들은 대북방송에 무신경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확성기 방송을 통해 경기가 생중계됐고 한국 선수가 골을 넣으면 북한 군인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는 얘기가 나도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낭설일 뿐이다. 대북방송을 듣고 함성을 지른다? 총살감이다. 심리전에 노출된 지역의 군인과 주민을 상대로 사상교육과 통제도 이뤄졌다. ‘심리전의 검은 내막’ ‘전초선’ 같은 영상물을 이용해 동요를 차단했다.

1950년 6·25전쟁 이래 65년간 벌어진 심리전은 남북이 때로는 공격하고 때로는 방어한 역사다. 전방지역에서 대북 심리전은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전광판과 입간판을 이용한 선전이 주를 이뤘다. 북한의 전술도 같았다. 대남방송과 전단, 입간판을 통해 월북을 유도하면서 체제 우월을 선전했다.

대북방송을 듣고 수많은 북한 군인이 귀순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 2004년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기 전 10년 동안 휴전선을 통해 귀순한 군인이 대북방송 중단 후 10년간 귀순한 군인보다 숫자가 적다. 그렇더라도 확성기 심리전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만은 아니다. DMZ에서 근무한 한 탈북 군인은 이렇게 말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뿜어내는 유행가를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거나 화장실에서 노래 가사를 노트에 옮겨 적다가 적발된 군인들이 비무장지대 근무에서 제외되는 것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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