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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최대 장애물은 ‘문명격차’ 통일 후 연방제로 가야”

북한 민주화 운동가 김영환

“통일 최대 장애물은 ‘문명격차’ 통일 후 연방제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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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최대 장애물은 ‘문명격차’ 통일 후 연방제로 가야”
그는 철학·사상형(型) 인간이다.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면 ‘이데올로그’로 남았을 것이다. 그의 저술을 읽지 않고, 그와 말 섞어 토론해보지 않으면 그를 오해하기 쉽다. 왼쪽 극단에서 오른쪽 극단으로 이동했다는 식의 ‘띄엄띄엄 인물평’이 대표적이다. 그는 사람됨을 갖춘 철학·사상가다.

김영환(53). 서울대 법대 82학번. 1986년 팸플릿 ‘강철서신’을 썼다. ‘주사파 대부.’ 운동권에 반미친북 분위기를 확산했다. 1991년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났다. 이듬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창당했다. 북한의 실제에 환멸을 느껴 1997년 민혁당을 해체했다. 지금껏 북한 민주화 및 인권 운동에 천착했다.

“신념에 반해 행동한 적 없다”

그는 30년 넘게 현장에서 평양을 들여다본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이따금 페이스북에 남기는 북한 현안 분석에 놀랄 때가 있다. 근거가 살아 있고 논리가 날카로운 데다 훗날 적확한 것으로 확인돼서다. 9월 9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그를 만났다.

▼ 1980년대 주사파의 상직 격인 인물입니다. 1990년대 말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변신한 것으로 압니다. 전향이다, 변절이다, 노선 전환이다, 말이 많은데요.



“기존에 가진 진보관이랄까, 역사 발전에 대한 생각이 사회주의 붕괴를 보면서 흔들렸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혁명가로 사는 게 옳으냐 하는 회의도 들었고요. 북한 인권 상황이 극단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다양한 경로로 확인, 재확인했습니다.

변절은 확실히 아닌 게, 신념에 반해 행동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 문제는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북한의 진실을 깨달은 것이고요. 민중의 자유와 평등, 해방을 위해 투쟁해온 이들이 민중의 인권을 짓밟는 북한을 지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죠”

▼ 북한의 주체사상과 황장엽(1923~2010) 씨의 ‘인간중심의 철학’은 다르다는 견해를 밝혔더군요.

“오랫동안 연구해본 결과, 북한 주체사상은 논리적 완결성을 갖지 못한 것 같아요. 김일성식 민족공산주의, 황장엽 선생의 주체철학, 수령론이 뒤섞였습니다. 예컨대 마르크스주의는 변증법적 유물론, 사적 유물론, 계급투쟁론이 연결고리에 따라 논리적으로 이어집니다.

민족공산주의, 주체철학, 수령론은 그렇지 못해요. 황장엽 선생이 만들어 놓은 뇌수론(수령은 사회의 뇌수) 등이 연결고리가 되기는 하는데, 억지로 끼워 넣었다고 하겠습니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인간의 정신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중세의 관념론을 배척하고자 일부러 그렇게 한 것입니다. 황장엽 선생의 주체철학은 과도한 유물론을 견제하고자 인적인 요소,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중요한 점은 북한에서 주체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요.”

▼ 황장엽 씨의 주체철학, 그러니까 인간중심의 철학이 본인의 철학·사상적 견해와 비슷합니까.

“기본적으로 거의 같다고 봅니다. 다만 황장엽 선생은 1940~50년대에 철학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셔서인지, 마르크스의 역사발전론에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습니다.

저는 마르크스의 계급론과 역사발전 5단계(원시공산사회-고대노예제사회-중세봉건사회-자본주의사회-공산주의사회)를 비판하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황장엽 선생과 생각이 다르기는 한데, 철학의 근본은 비슷합니다.”

“서구 분류표로는 ‘진보’인데…”

▼ 7월 31일 작고한 김수행 서울대 명예교수(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에 대한 진보 진영의 추모 분위기가 상당했습니다. 역사발전 5단계에 대해 현재는 어떤 견해를 가졌습니까. 보수, 진보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인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역사발전 5단계 주장에 굉장히 비판적입니다. 마르크스 이론이 그 나름의 성과가 있었고, 현실에서도 일부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는 하지만 인간 사회의 발전 과정을 올바르게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특히 동아시아 역사를 역사발전 5단계에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장황한 이론이 덧붙여지곤 했습니다. 원시공동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문명 이전의 원시 사회는 존재했다고 봅니다. 원시 사회와 문명 사회는 전근대와 근대로 나뉩니다. 저는 원시, 전근대, 근대 3단계로 문명 발전을 나눠요. 마르크스가 밝힌 봉건사회는 보편성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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