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김정일, 문선명 리더십의 비밀은?

유기체 국가<북한> 유기체 종교<통일교> ‘리더십 X파일’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9-11-06 18:1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북한은 스탈린주의의 옷을 입고 출범한 국가인 반면 통일교는 기독교에서 갈라져 나온 종교다. 그런데 두 조직은 놀랄 만큼 닮은 구석이 많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유기체 리더십’의 비밀은?
    김정일, 문선명 리더십의 비밀은?
    10월14일 충남 아산시 선문대 잔디광장에서 ‘국제합동축복결혼식’이 열렸다. 주례는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

    문 총재가 “하나님의 창조 이상을 완성할 성숙한 선남선녀로서 영원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지상·천상천국 건설의 기본이 되는 이상 가정을 이룰 것을 약속하느냐”고 묻자 신랑·신부들은 “예”라고 큰 목소리로 답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알프레드 모이시유 전 알바니아 대통령, 알리에비치 후세이노프 전 아제르바이잔 총리, 로이드 에르스키네 산디포드 전 바베이도스 총리, 스타니슬라스 슈스케비치 전 벨로루시 대통령,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한국, 일본,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120개국에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통일교는 20세기 한국에서 탄생한 종교 중 가장 성공했다. 통일교는 종교이자 기업이다. 세계 각국에 수십 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해저터널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종교 문화 언론 교육 스포츠 분야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벌이면서 이단(異端) 시비를 줄이고 영향력을 키워왔다.



    現人神

    주류 기독교인은 상식으론 통일교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대표회장 최재우 목사)는 통일교를 ‘문 집단’이라고 부른다. 이 단체는 문 총재의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를 펴낸 K 출판사를 이렇게 비난했다.

    “K사는 문선명 교주의 책 출간과 관련해 ‘문 총재는 수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한국인으로 전세계적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라고 소개하기 전에 문 교주를 31년간 믿으면서 수많은 고통을 겪다가 죽어간 고(故) 박준철 목사의 저서 ‘빼앗긴 30년, 잃어버린 30년’을 먼저 읽어보기를 바란다.”

    주류 기독교계가 이단이라고 규정했는데도 창시한 지 반세기 만에 이토록 성장한 종교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통일교가 공격받으면서도 성장해온 까닭은 뭘까?

    북한은 문명사회의 상식으론 당최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다. 불량국가, 실패국가로 불리면서 주민을 굶겨 죽이고도 정권은 살아남았다. 폭정을 벌이는데도 적지 않은 주민이 지도자를 숭배한다. 지도자에겐 오류가 없다고까지 여긴다. 북한 같은 국가가 또 있을까 싶지만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는 북한을 닮은 체제를 체험해보았다고 한다.

    “북한체제란 현대문명사회의 상식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나라, 바로 부조리 자체다 싶은 나라다. 허나 1945년 북한에 김씨 세습독재체제가 들어서기 이전 이미 또 다른 부조리 그 자체의 나라, 현대 문명사회의 상식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나라를 체험해본 우리 세대에겐 다르다. 평양의 통치체제와 그 스타일은 우리에겐 아주 낯설지가 않고 괴이한 향수조차 불러일으키리만큼 데자뷔(예전에 익히 본 듯한) 세계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 빠져들어가 단말마의 증후군을 보인 덴노(天皇)제 군국주의 국가 일본이 그것이다. 일제 말기의 식량난과 배급제, 학교에서 공부하기보다 들에 나가 풀을 산더미처럼 베어 와선 오물을 퍼부어 퇴비를 만들고 그걸 운동장에 뿌려 밭을 일구어 고구마를 심던 나날, 책가방 대신 괭이를 들고 학교 대신 산에 가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자살폭격기 연료로 공급한다는 송근유(松根油)를 얻기 위해 솔뿌리를 캐던 나날, 그러한 나날들이 아직 기억의 밑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들에겐 오늘의 북한 실정이 낯설 수만은 없는 것이다.”(동아일보 10월6일자 ‘최정호 칼럼’ 중)

    군국주의 일본의 덴노는 사람으로 태어난 하느님이었다. 일제는 일왕의 생일을 천장절(天長節)이라고 불렀다. 김일성의 생일은 북한에서 태양절(太陽節)로 불린다. 북한의 실상은 현인신(現人神)을 숭배하던 군국주의 일본의 그것과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과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부조리한 정권이 지금껏 살아남은 건 일종의 미스터리다.

    유일체제 독재체제

    박후건 경남대 교수는 유일체제와 독재체제를 구분해 설명한다.

    김정일, 문선명 리더십의 비밀은?

    통일교에서 문선명 총재는 대가정의 참부모로 여겨진다.

    “유일체제와 독재체제는 다른 개념이다. 유일체제는 리더와 구성원의 유기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유일체제에서 조직은 리더와 구성원의 유기적 관계에서 형성되며 조직 안에서 리더와 구성원은 하나의 유기체다.”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김정일과 잭 웰치 전 GE 회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리더십이 일치단결한 유일체제로 조직을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본다.

    “리더십은 조직에서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 속에 이들이 하나로 묶여 ‘일치단결’의 힘이 나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유일체제 리더십에서 리더의 역할은 유일체제 리더십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먼저 조직을 장악하고, 다음 조직을 강화시키며, 그리고 조직이 재생산되게끔 하는 것이다.”(박후건 저, ‘유일체제 리더십’중)

    그의 설명대로라면 잭 웰치 전 회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성과를 거둔 것은 조직을 유일체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웰치 전 회장은 ‘조직 장악’ ‘조직 강화’ ‘조직 재생산’을 효과적으로 마친 리더로 꼽힌다.

    북한의 유일체제는 기업의 그것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북한의 유일체제 리더십은 오히려 종교 공동체를 닮았다. 북한은 김일성을 ‘어버이’로 부르는 대가정을 형성했다. 현재 북한의 국가체제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유기체를 지향한다.

    통일교는 종교의 영역에서 유기체를 구축했다. 통일교에선 문 총재를 ‘참부모’라고 부른다. 통일교가 미국에서 한때 신도수를 늘린 것은 개인주의화한 미국인들에게 공동체적 가치를 제공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국제연합(UN)에 가입한 국가인 반면 통일교는 기독교에서 갈라져 나온 종교다. 그런데 두 조직은 놀라울 만큼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조직이 모두 유기체 시스템을 구축한데다, 북한 체제가 유사종교적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유기체적 구조로 재구성한 리더십엔 공통점이 발견되게 마련이다.

    백두광명성

    문 총재는 1920년 평북 정주시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문 총재는 열다섯 살이던 1935년 4월17일 부활절 새벽 묘두산에서 기도하던 중 예수의 계시를 받았다.(1995년 8월26일자) 통일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만 실패한 메시아로 간주한다. 예수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하나님이 보낸 재림주가 문 총재다.

    문 총재는 광복 직후 ‘평양으로 가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문 총재가 거처를 옮겼을 때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기독교 교세가 강한 곳이었다.

    김일성은 1912년 평양 근교 평남 대동군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은 미션스쿨인 숭실중학을 졸업하고, 기독교 계통의 명신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과 함께 ‘조선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김일성의 생모 강반석은 장로로서 창덕학교 교장이던 강돈욱의 둘째딸로 죽을 때까지 기독교 신자였다. 반석(盤石)이라는 이름은 성경의 베드로를 가리킨다.

    북한은, 김일성이 열네 살 때(1926년) 결성했다는 타도제국주의동맹을 현대사의 출발로 본다. 이 조직은 존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설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우상화 작업을 지휘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획득했다. 그러곤 신화로 격상된 김일성의 위치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김정일도 종교 혹은 신화 수준의 상징을 가졌다. 1961년부터 북한에서 발견된다는 이른바 구호나무들엔 항일유격대 전사들이 일제강점기 때 새겼다고 선전되는 글귀(‘겨레여 백두산에 백두광명성 솟았다’ ‘백두광명성 삼천리를 비친다’ 등)가 적혀 있다.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 광명성 1,2호는 이 글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해석하고, 발전시키면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내놓았다. 이 이론은 사람의 생명은 육체적 생명, 정치적 생명으로 나뉘는데 사회정치적 생명은 육체적 생명보다 귀중하고,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나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당·대중이 통일체를 이루면 영생한다는 것이다. 수령은 거대한 유기체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뇌수다.

    민족의 태양

    북한에서 김일성은 ‘민족의 태양’이라고 불린다. 군국주의 일본의 덴노제에서 일왕은 일본의 건국신(神)인 아마테라스신(天照大神)의 재현이다. 일제도 일왕을 우상화할 때 욱일승천하는 태양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사회는 불가분성의 일심동체다. 김일성 개인숭배는 일왕숭배와 스탈린주의에 기독교적 요소, 유교의 가족주의가 결합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효(孝)라는 덕목은 개인숭배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다. 태양신의 이미지는 일본신이 북한식으로 변용됨으로써 ‘민족의 태양’이 됐다”고 밝혔다.

    사회학에서는 개인숭배는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상호되먹임(feedback)은 국가나 사회 조직이 가진 역사, 전통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북한에서 수령은 어버이면서 대가정의 가부장(家父長)이다. 김일성 가족은 경배하는 조상의 지위에 올랐으며 국가 제사의 대상으로 격상됐다. 북한의 가부장제는 모성적이기도 하다. 어버이란 단어엔 부성과 모성이 결합해 있다. 수령은 특별하게 성(性)을 구분할 때를 제외하곤 ‘아버지’가 아닌 ‘어버이’로 불린다. 이를 두고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김일성 민족’이라고 여긴다. 북한은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다. 김일성도 “민족주의를 하고자 공산주의자가 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북한에서 민족은 한민족이 아니라 ‘백두광명성’이 이끄는 김일성 민족을 가리킨다.

    ‘조선의 어머니’는 김일성 민족의 어머니다. 김일성의 생모 강반석,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조선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는 ‘어머니 조국’이라는 북한식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어머니로서 여성의 이미지, 즉 정숙한 여성을 숭상하는 것은 유교적 전통과 관계가 있다”고 암스트롱 교수는 분석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가족을 보듬는 유교적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북한의 문학,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은 하나같이 가정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인간도 개조가 가능하다면서 이뤄지는 북한의 자아비판은 종교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북한에서 실시되는 자아비판의 형식과 구조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간증을 닮았다. 김일성은 1989년 고(故) 문익환 목사를 만났을 때 “삼일예배날(수요일) 어머니와 함께 예배당에 갔다”고 말했다.

    어버이, 참부모

    국제합동축복결혼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인 박근령(55)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신동욱(41) 백석문화대 교수(겸임교원) 부부. 지난해 10월 열네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백년가약을 맺은 이들은 이날 문 총재의 주례 아래 한 번 더 결혼식을 올렸다.

    통일교는 “지상천국의 실현이 시작됐으며 우리의 혈통을 바꾼 참부모님 축복으로 결혼하는 게 구원의 길”이라고 가르친다.

    경기 가평군 천주청평수련원의 청심탑(높이 33m, 폭 11m)엔 9단계로 나뉜 문 총재의 일대기가 돋을새김으로 꾸며졌다. 첫 장면은 태어나는 모습이고 마지막 장면은 인류의 왕으로 즉위하는 것. 청심탑 내부엔 ‘아버지의 기도’가 적혀 있다.

    “참부모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알아야겠사옵니다.(중략) 그 참부모 사상을 몸에 지녀야 되겠사옵니다.”

    통일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명칭대로 참부모인 문 총재를 정점으로 한 ‘대가정’을 표방한다. 국제합동축복결혼식은 참생명의 씨, 참혈통의 씨를 접붙여 큰 축복을 전해주는 부활의 예식으로 간주된다. 초국가적 혈연관계를 맺음으로써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천주적 대가정주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문 총재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애언, 애인, 애가정을 중심으로 평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하늘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터전은 가정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황선조 평화대사전국협의회 공동회장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회장을 맡았을 때 ‘주간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목사는 우리의 메시아면서 참부모다. 그분 이후엔 그분과 같은 참부모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분을 따라 참가정을 이끄는 참부모가 될 것이다. 이로써 모든 사람이 참가정을 만든다면 만인이 메시아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주간동아 433호 참조)

    통일교에선 교인을 ‘식구’라고 부른다. 문 총재를 가리키는 참부모란 단어는 모성과 부성을 아우른다. 부인 한학자(66) 세계평화여성연합 총재와 구분할 때는 문 총재를 참아버님으로 부른다. 통일교 집회는 참부모 사진을 바라보면서 큰절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통일교 대가정

    통일교는 ‘참어머니’ 또한 강조한다. 통일교 ‘원리강론’에 따르면 참어머니는 성신(聖神)이면서 후(後)해와다. 참어머니는 문 총재의 부인인 한 총재.

    문 총재의 장모 홍순애(1915~1989)씨는‘대모님’으로 불린다. 문 총재의 어머니 김경계씨는 ‘충모(忠母)님’으로 추서됐다. 통일교 교재로 쓰인 ‘성약시대 청평역사와 축복가정의 길’엔 ‘앞으로 온 인류는 김경계 여사를 흠모할 것’이라는 문장이 있다.

    통일교는 정숙한 여성, 즉 순결을 강조한다. 선문대에 순결가정문화학과를 개설했으며, ‘세계일보’는 ‘순결과 참가정’이라는 제목의 섹션을 냈다. 황 회장은‘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저세상이 아닌 이세상에서 평화세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세상에서 평화를 이루려면 가정부터 편안해야 하고 가정이 평화로우려면 가족간에 참사랑이 있어야 한다. 가족의 근간은 부부인데, 부부가 참사랑을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순결한 사랑이다. 그래서 순결을 강조하고 바람기와 외도를 멀리하자는 것이다.”

    통일교는, 기독교에 뿌리를 뒀는데도 주류 기독교단과는 달리 효(孝)를 강조하는 유교 전통과 한국식 샤머니즘이 스며들어 있다. 조상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조상해원식, 조상축복식이 대표적이다. 천주교도 제사를 용인하지만 통일교는 조상의 해원과 축복을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선조의 혼, 하나님의 영이 항아리 도자기 도장 구슬 염주 등에 들었다’는 식의 접근도 한다. 기독교에 한국적 요소가 가미돼 세계로 퍼진 셈이다.

    통일교는 한국어로 언어가 통일되리라고 본다. 초국가적 혈연관계에 방점을 찍었지만, 한국어를 강조한다는 점은 민족주의적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

    통일교는 문 총재를 정점으로 한 유일체제다. 통일교에서 대신자(代身者)로 불린 곽정환 평화통일재단 이사장도 문 총재 앞에서 꼼짝 못한다고 한다.

    통일교 간부에게 기자가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있다.

    “통일그룹이 용평리조트를 인수한 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통일그룹이 여수에서 관광·위락단지 개발에 나서자 여수엑스포는 물론이고, 그 일대가 통째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그 간부의 답은 간단했다.

    “문 총재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조직(Organization)을 거대한 유기체로 재구성해 이끌어가는 리더십의 키워드는 앞서 인용했듯 ‘조직 장악’ ‘조직 강화’ ‘조직 재생산’이다. 황선조 회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통일교의 성장은 문 총재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 총재의 리더십에 의존해 성장, 발전했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 리더십의 근간은 첫째, 그분이 가르치는 진리의 말씀입니다. 둘째, 그분의 리더십은 철저하게 삶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셋째, 과학적인 범위를 넘어선 영적인 리더십이에요. 넷째, 역사를 보는 특별한 혜안입니다.”(‘신동아’ 2006년 9월호 참조)

    문 총재는 올해 한국 나이로 구순을 맞았는데도 통일교 간부를 대상으로 한 ‘훈독회’라는 새벽 종교행사를 주재한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을 만나 통일교 교리를 전파하는 일도 중단하지 않았다. 구순 나이에도 현장지도를 중단하지 않은 것이다. 리더가 구성원과 끝없이 상호작용하면 유기체 조직은 강화된다.

    북한은 확실히 유사종교적이다. 북한에서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뇌수인 수령은 오류가 없다고 가르친다. 북한은 대중의 유기체적 통일성, 수령의 절대적 무오류성을 강조한다. 수령, 당, 대중이 ‘혁명적 수령관’에 입각해 조직사상적으로 결속함으로써 영생하는 생명력을 지닌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우상화의 선봉을 자임하면서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당-국가조직을 장악했다. 또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등으로 주체사상을 구체화하고, 3대혁명소조운동 등을 벌이면서 조직을 튼튼하게 했다. 국가라는 조직을 자신을 중심으로 한 일치단결된 유기체로 만들어나간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분석대로 북한이 3대 세습에 나선 게 사실이라면 김정일의 유기체 리더십은 후계자를 육성해 조직을 재생산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통일부는 김정일의 현지지도 횟수가 증가세라고 밝힌다.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현지지도는 리더와 구성원이 실제로 상호작용하면서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유일체제 리더십론’에 따르면 리더와 구성원의 상호되먹임은 조직을 강화한다. 김정일이 지난해 와병설 이후 현지지도 횟수를 늘린 것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에서조차 북한식 표현으로 ‘통일체’를 강조한다. ‘150일 전투’를 비롯한 대중동원과 북한식 계획경제도 유기체적이다.

    부자세습은 가부장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북한 후계자론은 그동안 ▲성혜림의 아들 김정남설 ▲고영희의 아들 김정철-김정은(김정운)설 ▲김일성의 장녀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설 ▲집단지도체제설이 거론됐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본다.

    통일교의 유기체 리더십도 조직 재생산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총재의 장남은 공식 직함 없이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남인 국진(39)씨가 재단과 사업 쪽을, 7남인 형진(30)씨가 종교 분야를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얘기가 나돈다. 한때는 한동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3남 현진(40)씨가 후계자로 지목됐다. 또한 문 총재의 부인인 한 총재가 사실상 통일교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며, 후계구도를 놓고 분란이 생기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자로 불린 곽정환 회장은 현진씨의 장인이다. 문 총재와 곽 회장은 딸을 주고 며느리를 받는 겹사돈을 맺었다. 세계일보 사장을 지낸 박보희 유엔평화성전추모연합 회장, 홍성표 전 ㈜일화 사장도 문 총재와 겹사돈이다.

    역사가 짧은 종교는 창시자가 사망한 뒤 분열, 와해하는 경우가 많다. 문 총재의 리더십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지상낙원

    김일성은 지상낙원을 약속했으나 북한의 현실은 참담하다. 김정일은 국가를 유기체로 만들면서 주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 김정일 출생 70주년이 겹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정했다. 사상적·군사적으로는 ‘강국’이 됐으니 ‘먹는 문제’를 해결해 강성대국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4월 헌법개정 때 공산주의란 말을 빼고 선군사상을 적어 넣었다. ‘선대수령’의 주체사상과 ‘후대수령’의 선군사상이 짝을 이룬 것이다.

    “일제의 덴노 숭배가 북한에서 공명한다”고 주장한 암스트롱 교수는 식민지 경험, 조선의 유교적 전통, 민족주의 등이 북한의 스탈린주의를 옛 소련이나 동구의 그것과는 다른 형태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북한이 충직하게 소련을 모방했더라면 벌써 붕괴했겠지만 색다른 체제를 구축했기에 공산주의 국가의 도미노 붕괴, 경제위기, 기아(飢餓)에도 살아남았다고 설명한다.

    ‘최정호 칼럼’을 좀 더 읽어보자.

    “일제 치하에서 말이 나오는 대로 덴노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렸다가는 야단이 난다. 학교의 수업시간에도 그럴 경우 교사는 반드시 먼저 ‘차렷!’ 구령으로 학생들 자세를 바로 세운 뒤 ‘황공하옵게도 덴노 헤이카(陛下·폐하)께서는…’이라고 한 다음 ‘열중 쉬엇!’ 하고 얘기를 다시 계속했다. 과거 동유럽 공산국가의 북한대사가 주재국 외교부를 방문한 며칠 후 사색이 돼 다시 찾아왔다. 지난번 여기서 얼떨결에 김일성 수령의 얘기를 불손하게도 앉은 채로 했는데 그걸 절대 비밀에 부쳐두고 평양에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사정사정하더라는 것이다. 헝가리 공산당 국제국장 출신의 줄러 호른 전 외교장관이 회고록에 적은 얘기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의 고관에게도 기이하게 비친 이런 행태 역시 일제강점기를 체험한 우리에겐 익숙하기만 하다.”

    유사종교적 유기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제의 경제 시스템은 ‘전시(戰時) 공산주의’에 가까웠다. 일본 군국주의가 정점에 올랐을 때 한국인들은 일왕숭배를 강요당하면서 식량을 배급받았다. 1945~48년을 제외하면 북한 주민들은 새로운 세상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셈이다. 북한은 군국주의 일본이 그랬듯‘선군(先軍)’의 길을 표방한 모습이다. 김정일의 유사종교적 유기체 리더십은 잭 웰치 전 GE 회장이 기업에 적용한 유기체 리더십처럼 조직 재생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