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가을, 낙엽을 즈려 밟고…

  • 사진/글 ·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kr.blog.yahoo.com/rainstorm4953

    입력2009-11-05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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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낙엽을 즈려 밟고…

    낙엽처럼 먼 길을 떠나는 천수만의 철새

    대지를 달구던 태양이 슬그머니 물러섰습니다. 청명한 하늘, 소슬한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가을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겨울 찬바람을 견디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무성하게 잎을 가꾼 나무들이 이제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긴 외출을 준비합니다. 만산홍엽이라지만 어디 산뿐인가요? 무더위에 지쳤던 도시의 거리도, 고요했던 산중의 사찰도 노랑 빨강으로 물들어 가슴 설레는 풍경을 연출합니다.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화려한 풍경입니다.

    가을비가 몰고 온 서늘한 바람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단풍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플라타너스, 감나무…나무란 나무는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색으로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옷가게 진열장 앞에도, 미술관 잔디밭에도, 무심코 거닐던 거리에도 함박눈처럼 수북하게 낙엽이 쌓였습니다. 낙엽 위에 앉아 가을을 날리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고, 마당을 쓰는 스님의 얼굴은 단풍처럼 발갛게 물들어갑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에 허공에서 맴돌며 장관을 연출하던 마지막 잎새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땅에 내려앉습니다. “나는 떠나요.” 다시 계절이 바뀌고 한 해가 갈 것을 알리는 전주곡입니다. 황홀하고 찬란한 이별입니다. 외투를 벗어던진 나무들이 늘어선 거리가 고독을 더합니다. 주머니 속 전화를 만지작거려봅니다. 문득 옛 친구가 그리워집니다.

    가을, 낙엽을 즈려 밟고…
    1 근심 걱정에 찌든 마음을 씻어내는 함양 용추계곡



    2 가을비를 마시는 강아지. 공주 갑사

    3 서울 도심의 울창한 숲에 쌓인 낙엽. 양재 시민의 숲

    4 청송 송소고택의 감이 익는 풍경

    5 감을 말리는 청도 운문사의 산중 암자

    가을, 낙엽을 즈려 밟고…
    1 은행나무길의 단란한 가족. 가평 남이섬

    2 단풍이 절정을 이룬 정읍 내장산 초입

    3 금강 상류에 위치한 송호국민관광지. 충북 영동

    4 서울의 명소로 떠오른 신사동 은행나무길. 노천카페와 의류매장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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