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입력2009-11-04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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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 라운드해보면 개성도 알 수 있고 인간성도 알 수 있다. 골프는 흥미진진한 18회 드라마다. 필드에서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나면 한없이 행복하고 또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반(反)매력적인 사람은 다음부터 안 만나면 그만이다. 남이 뭐라고 하든, 이것이 내가 TV드라마보다 골프를 더 좋아하는 이유다.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타이거 우즈는 중요한 대회에서는 검은색 바지에 붉은색 셔츠를 입는다. 심리적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타이거의 전략이다.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다. 원래 어원적 의미는 도깨비 매(魅)자에 힘 력(力)자를 써서 도깨비처럼 호리는 힘을 말한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매력이 중요한 이유는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데 있다. 상사의 마음, 부하의 마음, 고객의 마음, 유권자의 마음, 애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제로 현대인은 매력적인 스타에 열광하고 매력적인 디자인, 매력적인 서비스, 매력적인 와인바를 찾아다닌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호의를 베풀고 누군가 그를 비난하면 기꺼이 변론에 나서기도 한다.

    다행히 인간은 누구나 매력의 소재를 갖고 태어난다. 키가 큰 사람만 매력이 있는 게 아니다. 키가 작아도 아주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별명이 ‘작은 거인’이다.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등이 바로 이런 이들이다.

    건설업계와 전자업계의 차이

    마찬가지로 꽃미남 같은 얼굴이 아니어도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다. 마음씨가 착해서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것은 ‘천사표 매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내재된 매력을 일깨우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매력은 크게 외적인 매력과 내적인 매력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외적 매력은 주로 용모와 패션을 통해 표현된다. 표정관리, 헤어스타일, 안경, 옷차림, 건강한 몸매 등이 바로 외적 매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적 매력은 인간미, 지식, 열정, 윤리성, 인품 등과 관련이 있다.

    겉모습은 매력적인데 인간성이 거칠고 지적인 매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외적 매력과 내적 매력을 통합해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매력 창조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적 매력과 내적 매력이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 자신이 가진 매력 인자 중에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살짝 보완하거나 가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반(反)매력 요소를 파악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똑똑한데 좀 건방지다거나, 외모는 멀쩡한데 옷 입을 줄 모른다거나, 또는 사람은 성실한데 매너나 에티켓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남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이 반매력요인이다. 아무리 매력적 요인이 많아도 반매력이 두드러지면 ‘옥에 티’처럼 매력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매력적인 인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매력 정체성을 세워놓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세계 IT업계를 이끌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검은색 티셔츠만 입는다. ‘IT업계의 선지자’라는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타이거 우즈는 중요한 대회에서는 검은색 바지에 붉은색 셔츠를 입는다. 심리적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략이다.

    매력이 경쟁력이고 삶의 질인 시대가 되었다. 나만의 매력 창조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은 실력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필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만 라운드를 해봐도 왠지 끌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꼭 골프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딘가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곤지암CC에서 캐디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희열을 느끼지만, 전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퍼팅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스코어 카드를 점검한다는 것. 이 이야기를 듣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필드는 이처럼 직업적 특성뿐만 아니라 개인 특성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조영남의 ‘자기최면’

    그동안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라운드를 했다. 연예인들과 함께 운동할 기회도 많이 있었는데, 역시 이들은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언젠가 가수 조영남씨와 곤지암CC에서 라운드를 하며 “도대체 골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이런 말이 나왔다.

    “골프장은 어른들이 마음 놓고 무모한 짓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놀이터다.”

    400야드 가까이 되는 잔디밭에서 쇠 작대기로 공을 쳐서 조그만 구멍에 네 번 만에 넣으려는 것부터 무모한 짓이고, 모래에 박혀 있는 공을 쳐내서 그린에 올리려는 것도 무모한 짓이란다. 울퉁불퉁한 그린 위에서 공을 굴려서 몇 미터 앞에 있는 작은 컵에 공을 떨어뜨리려는 것도 물론 무모한 짓이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새벽부터 산속을 걸어다니고 30℃가 넘는 땡볕에서 몇 만원짜리 내기에 몰입하는 것도 무모한 짓이다.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것은 원래 어른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점잖은 어른들을 어린애처럼 놀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곳이 바로 골프장이다.’

    나는 그가 10여 년 전에 쓴 ‘놀멘놀멘’이라는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이북 사람인 그의 부친이 즐겨 쓰던 말씀이 ‘놀멘놀멘 하라우(놀아가면서 하라)’였다고 한다. 놀 줄 모르는 범생이들이 지도층 인사가 되고 놀 줄 모르는 운동권 출신이 정치인이 되니까 세상이 험악해지고 빡빡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영남씨는 동료 연기자의 강권에 못 이겨 골프를 시작했고, 요즘은 90타 전후를 친다고 했다. 체계적인 코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스윙 폼은 다소 독특했지만 공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서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았다. 그가 티샷할 때마다 동반자들은 미소가 아니라 폭소를 터뜨려야 했다. 그는 마치 연극대사를 외우듯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지시를 하고 있었다.

    “영남아, 팔을 끝까지 뻗어라!”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조영남의 골프는 성격만큼이나 자유분방했다.

    “영남아, 머리 들지 말고 오른쪽 어깨 집어넣고!”

    보통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주문하는 이런 말을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 자기최면을 거는걸 보니 역시 평범한 개성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나보고 즉흥적이라느니 럭비공 같다느니 얘기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지, 나는 인생은 경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갑자기 화투 그림 그리는 사람 봤어요? 다 평소에 구상했던 거라니까요!”

    가수로 데뷔한 그는 화가로, 방송인으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파격과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흡사 우리 시대의 문화유목민 같다.

    “가수가 노래나 하지 왜 책 쓰고 그림 그리고 방송하느냐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고정관념이에요. 한 구멍만 파야 되는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넓은 세상에는 여러 구멍을 파는 게 좋잖아요. 골프장도 홀마다 다르고 골프채도 서로 다르니까 작품이 되는 거지.”

    조영남씨와 라운드하면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샷을 하는 사이사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누군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배를 잡고 웃는다. 순식간에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형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시작한 후 좋아진 게 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인생 경영을 배우죠, 성깔도 죽이게 되고. 그리고 같이 놀아주는 동반자들이 진짜 고맙죠. 고마운 사람 많은 걸 알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거 아닙니까, 하하!”

    조영남씨의 매력은 자유분방함과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 인생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재주껏 조영남씨와 라운드를 한 번만 해보면 근심걱정이 곧바로 사라질 것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조용필이 한석규를 만났을 때

    연예인 중에 또 한 사람, 조용필씨가 떠오른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가장 라운드하고 싶은 연예인이다. 그와는 안양 베네스트CC에서 골프를 함께 한 적이 있다.

    나에게 가수로서 조용필의 이미지는 ‘작은 거인’ 그리고 ‘절대고독’이다. 그의 대표곡들은 대부분 가슴속 깊은 곳까지 밀려오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특히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허공’ ‘킬리만자로의 눈’ 등은 절대고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청년시절부터 그의 노래를 수없이 듣고 따라 부른 골수팬이다.

    그의 골프스타일은 ‘단정한 샷 +예리한 퍼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담한 체구지만 티샷은 늘 똑같은 리듬과 템포로 끝까지 뻗어주기 때문에 거리도 만만치 않다. 골프를 잘하려면 노래방을 가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골프 샷은 리듬과 템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나는 조용필씨의 샷을 보면서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아웃코스 5번, 6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하면서 39타를 쳤고 인코스에서는 42타를 쳤다. 안양베네스트에서 81타를 친다면 다른 골프장에서는 대부분 70대를 칠 수 있는 실력이다. 안양베네스트에서 점수가 잘 안 나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코스가 길다. 그린 앞에 벙커가 위협적이다. 그린이 빠르다. 그래서 늘 침착하고 예민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

    그에게 골프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취미”라고 답했다. 취미가 있어야 삶의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다. 흔히 여가경영학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라는 이론을 강조하는데, 일에 빠진 사람일수록 여가가 더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조용필이라는 가수야말로 평생 노래에만 광적으로 빠져있는 인물 아닌가. 그는 누구보다 더 삶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원래 인기인들이 더 외로움을 타는 거 아닙니까? 유명인이라 아무나 만날 수도 없고 아무 곳에나 갈 수도 없는데, 골프장이야말로 외로움을 달래기 좋은 곳이죠.”

    조용필씨와 자주 골프를 하는 M 회장의 해석이다.

    이날 그늘집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마침 뒤 팀에서 치던 탤런트 한석규씨 일행과 우연히 만났다. 한석규씨는 대뜸 볼펜과 메모지를 들고 조용필씨에게 다가가더니 사인을 부탁했다.

    “아니, 사인은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조 선배님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오늘은 꼭 사인을 받아야겠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M 회장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인기인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 글쎄 다들 마음을 달래려고 친다니까요.”

    왠지 쓸쓸해 보이는 얼굴과 수줍음을 타는 미소,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할 때의 모습 못지않게 조용필씨는 필드에서도 무척 매력적이다. 이 가을에 꼭 다시 한 번 라운드하고 싶은 이유다.

    심신을 연마하는 곳

    여자 연예인 중에는 이경진, 선우은숙, 고은아, 문희씨 등과 라운드한 일이 인상에 남는다. 내가 봤을 때 골프 실력은 선우은숙씨가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이경진씨는 얌전하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골프장에서는 강한 집념을 보여주었다. 얼굴을 보면 아무래도 악역은 안 어울릴 것 같고 골프도 마냥 예쁘게 칠 것만 같지만, 그러나 이경진씨의 스윙은 매섭다. 자그마한 체구인데 스윙 아크가 크고 임팩트가 아주 강하다. 그만큼 비거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퍼팅할 때는 매우 신중하고 퍼팅을 놓치면 크게 안타까워한다. 심지어 다시 한번 연습퍼팅을 하고 떠난다.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디자이너 김영세씨는 필드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매력을 풍기는 인물이다.

    “아니, 경치 구경도 하고 잔디도 밟으면서 그냥 즐겁게 치면 되잖아요.”

    “그러고 싶죠,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네요. 나는 원래 건성건성 하는 건 질색이에요. 지는 것도 싫어하고요.”

    이경진씨는 1975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벌써 30년을 넘게 작품활동을 해온 셈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물어봤더니 ‘에바다’라는 특집극이라고 했다. 수녀의 플라토닉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제가 원래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고 한때 수녀가 되고 싶어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정말 작품에 몰입했죠. 작품이나 골프나 몰입할 때가 행복하잖아요.”

    동반자들은 “골프를 해보면 성격이 드러난다더니 이경진씨 성격의 특징을 확인했다”고 한마디씩 한다. 골프로 확인한 그녀의 성격은 ‘진지함’이다.

    “사실은 연예인은 잘나갈 때는 골프를 할 시간이 없어요. 야간촬영에 밥 먹을 시간도 없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일거리가 없어서 몇 개월씩 쉴 때가 있거든요. 이럴 때는 생활이 흔들리고 우울해지고 화가 나기도 하죠.”

    이경진씨는 바로 이때 골프장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골프가 고맙다고 했다.

    “불러주는 곳이 없는 실업자 시절에 촬영장 간다고 생각하면서 골프장에 가면 정말 진지하게 공을 칠 수밖에 없죠. 대충대충 치면 앞으로 좋은 작품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골프란 무엇인가. 흔히 가장 잘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잘나갈 때 즐기는 게 골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골프장에는 외로운 사람도 오고 슬럼프에 빠진 사람도 온다. 그래서 골프장은 심신을 연마하는 곳이기도 하다.

    골프도 디자인이다

    사람들을 골프장에서 보면 대체로 평상시보다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어놓고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 사람도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연예인들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드에서 모든 연예인이 다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지나친 스타의식 때문에 분위기를 망쳐놓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만나본 사람 중에 연예인 못지않게 매력을 발산하는 CEO도 적지 않다. 그중 한사람을 꼽으라면 산업디자이너 김영세씨가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산업디자이너인 그는, 빌 게이츠가 ‘디지털 라이프 시대를 여는 제품’이라고 극찬한 아이리버 MP3를 디자인한 당사자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LG전자 냉장고 등 국내외 유명제품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해 최근 수년 사이 각종 산업디자인 상을 휩쓴 이 분야의 국제적 스타다.

    그에게 일류 골프장의 조건을 물어봤더니 역시 코스 디자인을 꼽는다. 그의 철학은 바로 ‘디자인 우선(Design first)’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디자인에는 외형적인 아름다움만큼 이면에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혁신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디자인은 혁신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며, 가장 가까운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는 게 그가 말하는 디자인의 정의다.

    그는 몇 년 전 미국에서 여성용 전동 드라이버를 만들어 히트시켰다. 스크루 드라이버는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사용하는 투박한 도구였다. 전통적인 사용자만을 염두에 둔 디자인을 파괴하고 아름답고 편한 여성용 전동 드라이버를 개발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여성의 즐거움과 행복을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게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드라마보다 좋은 이유

    “골프를 배운 지는 오래됐어요, 1970년대 미국 유학 중(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에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골프는 오래 쳤다고 잘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점수관리보다는 코스 디자이너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즐겁게 치는 편입니다.”

    골프를 통해 무엇을 얻느냐고 물어보았다. 행복감과 절망감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구상한 것이 이중적 장치죠. 골퍼가 공을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거죠.”

    그러고 보니 골프장에 갈 때 상을 많이 받는 날이 있고 벌을 많이 받는 날이 있는 것 같다. 자만심, 무모함, 산만함, 분노, 방심 등에는 가차 없이 벌을 내리고 신중함, 집중, 평정심, 지혜로움에는 상을 주는 게 바로 골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윤은기

    약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 박사, 한국골프칼럼 니스트협회 회장

    저서: ‘時테크’ ‘스마트 경영’ ‘윤은기의 골프마인드, 경영마인드’ 외


    이날 나는 퍼팅감이 좋아서 롱퍼팅한 공이 몇 번 컵에 떨어졌다. 나는 79타를 쳤고 김 대표는 전반 40, 후반44로 84타를 쳤다. 라운드가 끝나자 김 대표는 내 퍼터를 잡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때 이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의 눈빛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가 골프채를 디자인한다면!’

    골프장이란 무엇인가. 나는 골프장이 인간의 매력과 반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라운드해보면 개성도 알 수 있고 인간성도 알 수 있다. 골프는 흥미진진한 18회 드라마다. 필드에서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나면 한없이 행복하고 또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반매력적인 사람은 다음부터 안 만나면 그만이다. 남이 뭐라고 하든 이것이 내가 TV드라마보다 골프를 더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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