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플루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아이를 둔 학부모는 플루 공포에 휩싸였다. 플루 감염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감염 사실만으로 주변에서 배척당하는 ‘왕따’ 현상. 의사들은 과장된 보도와 억측이 신종플루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이 아닌 가상의 플루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종플루의 실체를 현장에서 확인했다.
9월에 1만5000여 명이던 신종플루 누적 확진 환자 수도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일반적인 계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전파 경로가 유사한 신종플루의 감염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게 거점병원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의 경우 신종플루 발생 초기 신종플루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하루에도 자그마치 100명을 넘었다. 약간의 감기 증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 탓에 정작 긴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진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는 얘기가 소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신종플루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그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나친 호들갑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금세 들끓었다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안전불감증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종플루든 독감이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험한 질병인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감기와 비슷한 증세라 여겨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거점병원의 신종플루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지금까지 언론취재를 통해 알려진 신종플루에 대한 정보가 상황을 부풀려 보도하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데 치중한 점이 있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합병증의 위험이 있고,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증세가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신종플루보다 사망 확률이 훨씬 높은 폐렴과 독감을 제치고 마치 신종플루에 걸리기만 하면 모두 대책 없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왜곡된 인식을 심어줘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취재를 위해 접촉한 병원들 중에는 언론 취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 많았다.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알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목을 끌기 위해 과장보도를 일삼은 덕에 사회적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신종플루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김미연(가명)씨는 병원 내 신종플루 검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신종플루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고 해도 감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신종플루 발생 초기에는 자기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하면 마치 사망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울고불고 난리 치는 부모가 적지 않았어요. 제때 발견해서 약만 먹으면 쉽게 낫는 질병을 오해한 거죠. 건강한 사람이라면 신종플루에 감염되고도 모른 채 지나갈 정도로 증세가 미약할 수 있어요.”
실제로 서울 거점병원들의 신종플루 격리병동에서 몇 달째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 대부분이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았으며, 설령 걸린 이들도 타미플루 처방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되었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 신종플루 관련 병동에서 일하던 의사들의 집단 감염 사태 역시 타미플루 복용으로 큰 문제없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보다 사회적으로 확산된 공포의 무게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무조건 병원에 격리 조치하라는 지침이 정해지기도 했지만 현재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집에서 휴식하며 회복 기간을 갖는 자택 격리 형태로 치료받고 있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증세가 심각하나 체력 저하가 심한 경우, 그리고 본래 지병이 있어 합병증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의 환자인 경우다.
교문 막아선 학부모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등하굣길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해 고열이 있을 경우 보건교사와 상담해 신종플루 증세가 확인되면 병원으로 보내거나 귀가 조치한다. 하지만 증세가 확인된 학생들 부모와 그렇지 않은 학생들 부모 사이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가 ‘왕따’당할까봐 학부모가 확진 판정 사실을 숨기고 아이를 억지로 학교로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물론 환자의 부모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고열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확진 판정을 받든 받지 않든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에도 일단 신종플루 증세가 확인되면 타미플루 처방을 해주므로 약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편이 낫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격리하면 아이의 불안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까지 동요해 감염 우려가 없는데도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발생하는 신종플루 왕따 현상은 몹시 심각하다.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이 치료 후 완치판정을 받고 학교에 복귀했으나 다른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교문을 막아서는 바람에 해당 학생이 전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신종플루의 공포가 심하던 초기에 감염된 학생 중에는 실제로 친구는 물론 선생님으로부터도 왕따를 당하면서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 일선 교사의 증언이다. 충분한 휴식과 치료로 완치된 상태에서 아이를 학교로 보냈지만 학교장이 직접 나서서 학부모에게 등교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학교에 다시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다른 핑계를 대며 달래는 것이 더 마음 아팠다”고 고백했다.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해도 소문으로만 듣던 왕따를 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해 난감했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신종플루에 걸린 학생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에요. 다른 학생들에게 행여 바이러스를 전염시킬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완치 후에 학교에 돌아온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죠. 게다가 한번 그렇게 발병이 되면 학급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교사가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학생들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신종플루 거점병원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대부분은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았다.
양천구 모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씨는 다행히 자신의 학교에는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없지만 교사들 사이에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면서 자신의 학급에서 신종플루 감염 학생이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교사 모임에 나가보면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반의 담임은 덩달아 학교장의 눈 밖에 나는 사례까지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신종플루 병동에서 만난 박모씨는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는 쌍둥이지만 한 아이만 신종플루에 걸렸을 뿐 다른 아이는 지금까지 매우 건강하다고 밝혔다. 다행히 같은 반 아이들 중 감염 증세를 보인 아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신종플루보다 더 무섭다는 왕따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확진 판정을 받고 타미플루를 먹였더니 바로 열이 떨어졌어요. 앞으로 5일 정도 쉬면서 매일 타미플루만 복용하면 완치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를 학교로 바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정작 아이는 완치됐는데 감염을 두려워한 같은 반 아이들이 가까이 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거나 선생님까지 그 아이를 외면하고 피하는 사례가 많더라고요. 아직 어린아이가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리 만무하고, 왕따를 당한 충격은 무엇으로도 치유되기 힘드니까 그게 걱정인 거죠.”
다른 병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확진 판정 환자의 엄마의 걱정도 신종플루보다 왕따였다. 그녀가 담당의사와 상담한 내용의 대부분은 아이의 병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언제쯤 다시 학교에 보내면 좋을지, 이전에 신종플루에 걸렸던 다른 학생의 부모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 완치 이후 아이가 다시 학교에 나갔을 때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여 해열제를 복용했지만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당일 확진 판정을 통해 바로 타미플루를 복용했다고 한다. 해열제로는 내리지 않던 열이 타미플루 한 알로 바로 내려 지금은 별다른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 외에 환자의 상태는 매우 양호해 보였다. 밝은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환자의 모습에서 병색은 찾기 힘들었다. 담당의사도 증세가 심각하지 않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에 돌입하면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발레학원을 다녔는데, 얼마 전 대회가 있었거든요. 무리하게 연습을 한 게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계속 피곤해하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연습 때문에 그런 줄로만 알았죠.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력이 약해서 감염된다더라고요. 같이 대회 준비를 했던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걸리지 않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우리 아이만 감염된 걸 보면 감염자와 접촉한다고 모두가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건 아닌 게 확실해요.”
이 학생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 동생 역시 감염되지 않았다고 한다.
타미플루 맹신은 금물
최근에는 그나마 신종플루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잘못된 정보가 조금씩 고쳐지고 있지만 신종플루 발생 초기만 해도 신종플루를 예방할 목적으로 타미플루 처방을 요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아무런 증세가 없는데도 신종플루에 걸렸다며 처방을 내려달라고 떼를 쓰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는 것.
하지만 타미플루는 예방 효과가 전혀 없는 단순 치료제로, 신종플루에 감염되기 전에 먹었다고 해서 효과를 나타내는 일은 절대 없다. 타미플루 품귀현상을 빚던 초기에만 해도 병원들은 확진이 내려지지 않은 의심환자에게까지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대처가 늦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후 거점병원이 정해지고 검사에서 확진까지 24시간 내에 처리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검진을 통해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면 확진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무조건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처방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신종플루 증세가 의심된다 해도 증세가 심하지 않거나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경우 무턱대고 거점병원을 찾기보다 일반 내과병원을 방문해 의사 소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밝힌 신종플루 고위험군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생후 6~23개월 소아, 천식 등 만성호흡기 환자, 만성 신장·간 질환 환자, 당뇨병 환자, 임신부, 혼자 거동할 수 없는 환자나 만성 수용시설 거주자,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 등이다.
물론 일반 내과병원에서는 충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확진 판정을 내리기 어려우므로 의사 소견에 따라 공식적인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거점병원에 따로 마련된 신종플루 검진소를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사 비용은 보험 적용 여부와 검사 방법에 따라 3만~12만원선이다. 신종플루 검사는 컨벤셔널 PCR과 리얼타임 PCR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뉘는데 컨벤셔널 PCR의 경우 결과를 알기까지 2~3일이 걸리는 데 반해 리얼타임 PCR은 당일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비용도 비싸다.
검진소를 찾은 환자는 우선 체온을 재서, 37.8°C가 넘는지를 확인하고 문진표를 통해 현재까지의 증세와 병력 등을 점검한다. 의사 면담을 비롯한 2~3가지의 검진 과정만 거치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합병증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방사선 촬영과 채혈검사 등이 추가로 실시되며, 의심환자로 판별될 경우 확진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도 타미플루를 처방해준다.
“단, 한번 플루에 걸렸다고 다른 플루에 감염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요. 플루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고 매년 새로운 플루가 유행하게 마련이니까요. 변이가 심한 질병이라 언제고 또 걸릴 수 있는 거죠.”
체력관리가 관건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신종플루 검진소 담당의사는 증세가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자택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회복기간을 가지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수건 등의 생필품을 따로 쓰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가족에게 전염될 우려도 극히 적다는 것이다.
평소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면 신종플루에 감염되더라도 금방 치유된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소견이다.
초기에 비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는 많이 수그러든 편이지만 어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은 여전히 감염 위험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신종플루 증세는 발열, 오한, 두통, 기침, 인후통, 콧물, 호흡곤란, 근육통, 관절통, 피로감, 구토 혹은 설사 등 감기 증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자칫 감기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화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고열을 주의해야 한다. 체온이 37.8°C를 넘는 고열 증세를 보이면 신종플루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이다.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모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증세가 심해지는 건 아니지만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자체 방어력이 떨어질뿐더러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확률도 그만큼 높다.
소아의 경우 열이 몹시 높고 밥을 못 먹는 정도의 증세를 보이면 위험하고, 성인의 경우 호흡곤란과 폐렴 증세를 보이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 해도 가벼운 감기로 여기고 지나갈 정도로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는 독감이건 신종플루건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수험생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증세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에 따른 수면 부족과 저하된 체력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라면 신종플루에 감염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수험생이라면 가벼운 운동과 하루 6시간 이상의 수면으로 체력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듯 신종플루 예방에도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자주 환기를 하고 적당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소독과 살균에 신경 쓰는 것,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를 되도록 피하는 것 등이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기본수칙이다.
신종플루 여파로 각종 대중 행사와 지역 축제가 난항을 겪고 영화관, 스케이트장, 콘서트장, 백화점, 쇼핑센터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때아닌 한파를 맞아야 했지만 모든 기업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살균과 소독이 강조되면서 스팀청소기 전문 회사인 한경희생활과학이나 손세정제 회사, 일부 제약회사는 폭주하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의 경우 삶지 않고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을 살균하는 ‘클리즈 친환경 워터살균기’와 스팀청소기 ‘아토스팀’ 판매에서 독보적인 매출기록을 올렸다. 특히 신종플루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남양유업과 제휴해 산후조리원 등에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
손세정제 회사들의 경우 한동안 제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하지만 10월6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비누를 통한 세균 제거 효과 실험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 손세정제의 세균 제거율이 98%로 오히려 비누의 99%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흑사병보다 무서운 속도로 퍼진 신종플루 괴담은 감염자들을 두 번 죽이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늪이 되고 있다. 실제 감염보다 무서운 것이 감염에 대한 공포와 스트레스다. 감염자는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아닌 사회적 냉대와 필요 이상으로 조성된 공포 분위기에 떨고 있다. 감염에 대한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가 이미 감염된 사람에 대한 공포로까지 이어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종플루에 대한 과장된 정보가 만들어낸 괴담의 결과일 뿐이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매년 새로운 플루가 등장할 것이다. 신종플루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지만 누구에게나 치명적인 질병도 아니다. 평소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고 증세가 나타날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 검진과 처방을 받으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소견인 만큼 나도 내 아이도 걸릴 수 있는 흔한 질병이며 처방을 통해 쉽게 완치되는 질병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