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가양주공아파트, 마포구 성산아파트 등 저소득층 주거 지역에서는 9월부터 1주일에 두 번씩 ‘ONLY ONE’이라는 창작 악기 제작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천막을 쳐 만든 작업장 안에서 초등학교 3~6학년생 어린이들과 예민(43)씨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를 만든다.
예민씨는 1990년대 중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등 서정적인 가사의 노래로 인기를 모았던 가수 겸 작곡가. 2001년 활동을 중단하고 시골 분교만을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열어왔다(사진). 최근 시작한 악기 제작 프로그램도 분교 음악회의 연장선에 있다. 음악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음악을 만날 기회를 주는 것. 그는 “음악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인도네시아에는 개구리 울음 소리를 내서 비를 부르는 악기가 있다는 거 아세요?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악기가 있고, 저마다 그것을 사용해온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기만의 소리,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노래를 듣는 것과는 또 다른 음악 체험이지요.”
악기 제작은 합창이나 연주와 달리 등수를 매길 수 없는 활동이라는 점도 좋았다. 그는 아이들이 악기 제작을 통해 세상에는 수많은 정답이 있음을 깨닫고, 사람들의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당당함을 갖게 되길 바랐다.
“지난해 겨울 강원도 고성의 한 분교에서 2~6학년 어린이 7명과 함께 처음 이 프로그램을 해봤어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4학년 한 여자 아이는 옷 위에 방울, 나무열매, 자개 등 다양한 재료를 붙인 뒤 ‘소리 지르는 옷’이라고 이름 붙였다. “악기를 연주해달라”고 주문하자 신나게 춤을 춰 보였다. 어깨 팔 손목 등 신체 부위를 움직일 때마다 서로 다른 소리가 나면서 멋진 음악이 완성됐다.
“이번에는 한 아이가 거북 등딱지로 하프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박제거북을 구했어요.(웃음)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도 많은데, 그 애들이 자신감을 얻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집니다.”
2007년부터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여는 등 ‘음악 나눔’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예전에 쓴 곡으로 계속 저작권료를 받고 있고 아직 결혼도 안 했다. 힘이 닿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