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삽질 왕자(MB)’의 대타에서 수성(守城)의 ‘연예인 정치인’으로

  • 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입력2009-11-09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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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이 보는 박근혜 의원(GH) 이미지의 공통적인 속성은 ‘가진 것이 많고 지킬 것이 있는 사람’, 즉 수성(守城)의 이미지다. 이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공성(攻城)의 이미지를 띠면서도 부질없는 일을 밀어붙이는 ‘삽질 왕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삽질 왕자’의 무리수가 부각될수록 GH의 품위와 격은 빛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냥 무리만 하지 않는 수성의 모습이라면 GH에 대해 지지집단이 갖는 ‘훌륭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상징적인 의미에 머물고 말 것이다. 그리고 대중과의 괴리감이 깊어가는 가운데 신비주의 전략의 약발이 점차 떨어지는 ‘연예인 정치인’의 이미지로 전락할 것이다.
    ‘삽질 왕자(MB)’의 대타에서   수성(守城)의 ‘연예인 정치인’으로
    대중이 특정 정치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과거 행적을 자세히 언급하는 것보다 현재 대중이 그 사람을 어떤 이미지로 보는지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대중이 가진 정치인의 이미지가 바로 그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감성 그 자체이자 그 정치인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특정 정치인의 대중적 이미지가 대중적 지지의 근간이 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노무현이 거의 무명에 가까운 정치인에서 대통령후보로,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도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 분석에서도 우리는 유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계천 복원과 같은 서울시장으로서의 업적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모두 대중 이미지 형성의 재료였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뚜렷한 이미지란 곧 분명한 지지집단과 반대집단이 있다는 의미다. 지지집단과 반대집단에 의해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정치인일수록 비교적 높은 대중적 인기나 지지율을 가질 수 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낮은 지지율을 보일 경우 대중이 그에 대해 가진 이미지는 지지와 반대집단에 따라 분명히 구분되기보다는 중도집단이 보는 또 다른 이미지로 나타난다.

    GH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분석하면 바로 현재 대중이 GH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그가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지를 동시에 알 수 있다. GH라는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바로 그들이 그녀를 얼마나 ‘지지하느냐’ 또는 ‘그렇지 않으냐’를 나타낸다. 이미지를 통해 대중이 이 사람에 대해 향후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다.

    박근혜 의원이 가진 이미지의 힘



    한국 정치에서 GH는 대중이 가진 정치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의 기초가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GH는 한국 정치에서 획기적인 공약, 훌륭한 업적 또는 고귀한 희생을 하지 않고 대중적 이미지만으로 얼마나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과거 GH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그녀를 ‘귀공녀’ 또는 ‘에비타’의 이미지 코드로 보았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녀를 집안의 한(恨)을 간직한 ‘토지’의 ‘서희’나 가문의 후광을 입어 일반인과 다른 위치에 있는 ‘퀸(여왕)’의 이미지 코드로 보았다. GH에 대한 이런 이미지 코드들은 그녀가 2004년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고, 한나라당 대표로, 그리고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로 지속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기반이기도 했다.

    2005년 GH는 당시 대통령이던 노무현에 대립되는 귀한 집의 조신한 딸의 이미지를 가지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대중적 지지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GH의 에비타와 퀸 이미지 코드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보다 더 대중의 환호와 신뢰를 받는 요인이었다. 경쟁자이던 이명박 후보가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GH의 대중적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2008년 총선에서 ‘박근혜 의원과 친하다’는 뜻의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급조된 정당이 출현했다. 그리고 단지 그 이름만으로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분명 이변이었다. 이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대통령의 계파라는 친이(親李)계와 대립되는(?) 박근혜 계파가 뚜렷이 형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친박계로 언급되는 이 정치집단은 실체는 불명확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의 지지세력과 대립하는 또 다른 정치집단처럼 비치기 시작했다.

    월박(越朴), 복박(復朴)(월박이란 친이명박계 의원이 친박근혜로 넘어갔다는 의미이고, 복박은 친박계에서 친이계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자라는 뜻)이란 말이 시중에 회자됐다. 낮에는 이명박계로, 밤에는 박근혜계로 이중생활을 한다는 주이야박(晝李夜朴)이라는 말도 나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대통령과 박근혜로 대변되는 친이와 친박으로 나뉜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들이다.

    2008년 이후 GH는 국내 정치에서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 특별한 당직을 가지지도 않은 일반 국회의원임에도 그녀는 ‘여의도 대통령’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알려진 법안 처리 과정에 그의 말 한마디로 전체 기조가 바뀐 일도 있었다.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추진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당내의 대표 선출이나 주요 당직자 인선의 경우에도 그의 의향은 항상 중요한 변수였다. 그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또는 승낙을 얻기 위해 당대표나 청와대까지 나서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경우 항상 원칙을 내세우는 그의 구체적인 의사표현으로 사태가 정리되는가 하면 더욱 오리무중의 상태로 빠지기도 했다.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2009년 GH의 이미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발휘되는 것일까?

    ‘삽질 왕자(MB)’의 대타에서   수성(守城)의 ‘연예인 정치인’으로

    지난 1월16일 전남 나주시 영산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영산강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질문하고 있다.

    2009년 GH 이미지의 정체

    GH의 이미지 변신은 역설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더욱 분명하게 일어났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녀의 중요성이 언급되면서 새로운 변신의 계기가 됐다. 정치적 혼란과 위기 상황에서 대중은 GH를 구세주처럼 보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곧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 특정 인사의 입각과 관련된 문제, 낮은 지지율에 시달려야 했다.

    국회에서는 특정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뚜렷했다. 이럴 때마다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화해나 단합, 또는 박 의원 중용설은 이 대통령에게 단골로 제시되는 메뉴였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 또는 한나라당의 대중적 지지를 높여야 할 때, 그녀는 난세를 구할 수 있는 구세주처럼 언급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의 경쟁상대는 GH가 아닌 세계 각국의 정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실시된 GH 이미지 조사는 한국 정치 속에서 GH의 향후 행보와 정치적 위상을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 대중에게 GH는 대통령 수준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녀의 핵심 이미지 코드는 대통령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왕족이나 재벌 오너 혹은 회장급의 수준에 있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위치가 높을 뿐 아니라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쉽게 접근하거나 스스럼없이 친해지기 힘든 사람의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었다.

    2009년의 GH 이미지 코드와 유사한 실존인물의 이미지는 대중에 노출된 이건희나 김정일과 같은 사람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정치인으로 등장할 때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있었다. 과거 GH는 대중에게 인기 연예인 이상의 호응과 인기를 모은 정치인이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대중은 정당이나 지역 또는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압도적인 지지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선거의 여왕’으로 누렸던 대중의 인기는 그리 뚜렷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중이 이제 GH에 대해 거리를 느끼는 대단한 인물의 이미지 코드로 보기 때문이다.

    대중은 이제 GH가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왕족이나 재벌 오너 수준의 사람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돌아다니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다음 ‘그림 1’은 바로 ‘GH는 그렇다’라고 하는 이미지 코드의 주요 특성과 그 이미지가 지향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자신의 성 또는 기득권을 지켜내는 ‘수성(守城)’의 이미지 코드를 대중이 그녀에 대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GH의 전체적인 일반적 이미지와 대비되는 이미지는 ‘공성(攻城)’의 이미지 코드라 할 수 있다. GH를 ‘신분이 높고 또 가진 것이 많은, 일반인과는 격이 다른 정치인’으로 인지할 때 대중은 또 다른 정치인의 이미지와 GH를 대비시키고 있었다.

    그 사람은 공격적이며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인물이며 사회 현실의 근본적인 모순과 문제를 변화시키고 개선하기 위해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적극적으로 주류에 도전하는 비주류 개혁가의 모습을 띠면서 마치 간디의 철학으로 히틀러처럼 행동하는 사람의 이미지다. 이런 사람은 GH와 달리 현재 지키고 유지할 것이 없는 정치인이다. GH는 자신의 것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공감을 살 수 있지만, 현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기대하는 사람과 소통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는 거의 없다.

    GH는 2009년 5월 자살로 삶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중적 이미지와 대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는 어렵고 힘든 과거를 보냈을 가능성이 높고 또 서민의 입장을 잘 알고 대변하며 속 시원히 그들의 의견과 감정을 주류 사회에 표현하는 사람이다. 수성이 아닌 공성의 이미지다.

    이런 결과는 2009년 6월 조사가 진행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따른 이른바 조문(弔問) 정국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직 대통령의 대중적 이미지가 GH와 대비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다음의 이미지 특성은 현재 대중이 GH에게서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믿는 내용들이다.

    “전통 지배세력(언론, 부유층, 보수지식인 등)을 바꿀 개혁가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양극화 및 빈부격차 해소에 노력한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주위 사람들을 대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다. 결과에 대한 심각한 고려보다는 일단 시행하고 본다. 나눔의 정신(장기기증, 같이 잘살기)을 보여주고 실천한다. 도덕적으로 흠이 있지만 유능하다. 현실의 변화와 개혁을 중시한다.”

    공성의 이미지 코드는 개혁을 강조하고 현실의 모순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인물, 노 전 대통령이나 정도전, 조광조 등의 역사적 인물을 연상하게 한다. 이들은 모두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비주류의 처지에서 주류 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들이다. 대중으로부터 열렬한 감성적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회의 고정관념이나 모순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하고 급진적인 개혁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업적을 이루고 사회를 개선하기보다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었다. 대중이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이런 이미지의 인물들은 지지를 상실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류집단의 공격 대상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대중이 정치인에 대해 공성의 이미지 코드를 연상할수록 GH를 나타내는 수성의 이미지 코드는 대중에게 거부감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과거 GH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간결한 표현으로 노무현의 이미지를 평가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사후 ‘영웅’으로 재탄생하면서 이미지의 복수혈전이 일어나는 듯싶다. 대중은 ‘공성’의 이미지 코드를 연모하면서 ‘수성’의 이미지를 가진 GH의 정체에 대해 점차 의문을 가지게 된다.

    2009년 GH 이미지의 분화와 대중 집단의 속성

    많은 정치평론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미지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큰 위기에 처한 사람은 GH이다. 대중이 GH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계기가 발생한 것이다. 서민의 처지를 잘 알고 대변하여, 그들의 의견과 감정을 주류 사회에 표현한 사람, 변화와 개혁을 공격적으로 단행한 그 사람이 죽음으로 사라질 때, 사람들은 이런 사람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점하는 사람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GH의 든든한 지지자이던 대중이 이제 그녀의 존재 이유, 그녀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2009년 6월 대중이 보는 GH 이미지 조사 결과는 GH에 대해 대중이 가지는 이미지의 혼란이 각기 다른 집단에 따라 노출되는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반대, 지지, 그리고 중도적 태도를 취하는 세 집단은 GH를 각기 다른 이미지 코드로 분명히 보고 있었다. 집단의 속성에 따라 GH의 이미지는 ‘높은 정치인’ ‘훌륭한 정치인’ ‘연예인 정치인’이었다.

    과거 GH 이미지 연구에서는 지지집단의 코드가 먼저 부각됐고, 지지집단이 반응자의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9년 조사에서는 GH 반대집단이 보는 이미지 코드가 더 뚜렷하게 부각됐다. ‘높은 정치인’의 코드는 반대집단으로부터 나왔다. 반면 지지집단은 그녀를 ‘훌륭한 정치인’ 코드로 보고 있었다.

    GH를 ‘높은 정치인’의 코드로 보는 집단은 대비되는 이미지로 ‘참신 정치인’을 연상했다. 언젠가는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유망주 정치인의 이미지다. ‘훌륭한 정치인’의 코드로 보는 사람들은 GH와 ‘삽질 왕자’라는 이미지 코드를 대비했다. ‘삽질 왕자’라는 이미지란 별 의미 없는 일을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코드다. GH를 ‘연예인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로 보는 사람들은 대통령 당선 전의 정치인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시민운동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와 대비시켰다.

    GH 이미지 연구에서 2009년 연구결과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특이한 사실은 이미지 코드의 내용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양한 코드로 분화됐는지다. 과거 2가지 코드이던 GH의 이미지는 이제 3가지의 코드로 분화됐다. 과거에 비해 GH의 이미지가 불분명해졌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대중적 지지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중의 마음속에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일반 여론조사나 구체적인 사회현상으로 다시 확인될 수 있다. 대중의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 조사가 2009년 6월에 이루어졌기에, 이것이 구체적인 설문조사 결과나 사회현상으로 뚜렷하게 확인되는 것은 2009년 연말이나 2010년 초의 여론조사를 통해서일 것이다.

    집단별 GH 이미지 코드의 속성

    ① 반대집단: ‘높은 정치인’ vs ‘참신 정치인’

    2009년 6월, GH 이미지 연구팀이 확인한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높은 정치인’이라는 GH의 이미지 코드는 과거 GH를 여왕으로 보던 사람들의 심리다. 그들은 GH를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아니, GH가 대통령보다 더 높은, 또는 대통령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사람들이었다. 높은 정치인의 코드를 대표하는 세부 문항들은 대중이 이전과 다르게 GH에 대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높은 정치인’의 이미지는 냉정하고, 절제하고, 일반인이 다가가기 쉽지 않고,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대중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향후 GH의 집권 가능성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현재 GH 반대집단이 가진 이런 대중적인 이미지는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의 표는 ‘높은 정치인’의 코드가 의미하는 구체적인 행동문항과 그것이 대중에게 불러일으키는 심리가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높은 정치인’의 이미지는 바로 ‘자신을 잘 관리하고 속으로 계산하는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이다. 게다가 이런 이미지의 정치인은 정치와 관련해서 기득권이나 지지세력만 대표한다. 즉 권위적인 공인(公인)이다.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과는 다른 위치에 있어 더 가까이 가기가 힘들다. 특권의식과 영웅심이 있고, 선민의식을 지닌, 가진 게 많고 지나치게 지체 높은 사람이다. 학식과 권위를 두루 갖춰 매우 잘난 사람이다. 고위 공무원 같은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는 과거에 대쪽 이미지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이회창 총재와 같은 정치인을 연상시킨다. 자기 역할에 완벽하고 충실한 사람이지만, 대중은 이 높은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GH를 ‘높은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로 보는 사람들이 ‘GH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이미지 코드는 ‘참신 정치인’이다. ‘참신 정치인’을 나타내는 이미지 문항을 살펴보면 현재 대중이 정치인에 대해 갖는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그려진다.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통 지배세력(언론, 부유층, 보수지식인 등)을 바꿀 개혁가’일 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즐길 뿐 아니라, 보통사람의 아픔을 위로하는 정치인이다.’ 그 사람은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하며, 신선하고 산뜻한 사고와 행동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그 사람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및 빈부격차 해소에 노력할 뿐 아니라, 사회갈등의 현장에 직접 나타나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이 사람을 통해 대중은 지금보다 미래가 좀 더 나아질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된다.”

    GH를 통해서는 힘든 현실에서 변화와 개선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GH에 반대하는 집단이 가지는 이미지이지만, 대중정치인으로서 GH가 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대중과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하는 사람, 변화와 개혁을 주류 사회에서 실천해줄 것 같은 사람의 이미지를 GH에게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중은 자신의 삶의 아픔을 호소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치인을 기대한다. 사회 양극화와 각종 갈등을 해결해주길 바라며, 내일은 좀 나아지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이런 일을 해줄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 어려운 삶을 극복한 뛰어난 인물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동시에 그렇기에 그가 바로 힘든 이 사회에서 자신들을 구할 영웅의 이미지가 된다. 이런 영웅적인 개혁가의 이미지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대중이 찾았던 모습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리고 죽음 이후의 노무현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GH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GH의 이미지는 다시 죽은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대척점에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중은 현재의 한국 사회가 매우 살기 힘든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은 소통과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사람을 찾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통과 이해, 공감은 그 사람이 특별히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기대하고 또 그 사람을 통해 믿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중 스스로 가진 자신의 믿음에 따라 그것에 맞을 것 같은 사람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등장했지만, 실제로 그가 주장하는 변화의 실체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대중은 오바마를 연호할 때 마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한다. 대중이 체험하는 변화는 경제적 변화나 제도의 변화가 아닌, 자신이 가진 믿음이 특정 인물의 이미지를 통해 뚜렷이 부각되는 것 자체다. 뚜렷한 성과나 결과가 없음에도 자신이 믿는 인물의 이미지가 더 뚜렷해지면 질수록 사회 변화가 이루어지고 또 뭔가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참신 정치인’이 대중에게 던지는 이미지의 마술이다. 그의 이미지를 통해 대중은 어렵고 힘든 삶이 이해받고 또 위로의 대상이 될 것 같은 체험을 한다. 그 속에서 간절히 원하는 개혁과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느낀다.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다.

    ‘참신 정치인’의 이미지 탐색에서 연구진이 확인한 특이한 점은 이런 이미지에 해당하는 현실 정치인을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들 가운데 대중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동시에 향후 정치권에서 어떤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가, 어쩌면 만들어지게 될 어떤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 속에서 대중이 이런 참신한 이미지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만약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아직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참신 정치인’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삼고 대중에게 인식시킬 것을 권고하고 싶다. GH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적 지지도가 있음에도 ‘참신 정치인’의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이 ‘참신 정치인’ 이미지를 현실정치와 관련하여 파악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 그 첫째는 참신함이다. 그동안 MB와 GH 이미지에 실망하고 질린 대중은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참신한 사람을 원한다. 이 이미지를 설명하는 세부 문항을 살펴보면 전통 지배세력을 바꿀 개혁가이면서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즐기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하고 신선하고 산뜻한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요약하면, 이 이미지의 사람은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서 누구보다 더 서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주류 사회에서 실천해줄 것 같은 참신한 정치인이다.

    나머지 한 가지 이슈는 현재 대중이 비주류의 개혁, 비주류의 주류와 대비되어 나타나는 참신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중이 원하는 ‘참신 정치인’은 바로 주류의 위치에서 참신한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비주류로서 주류 사회를 개혁하는 변화를 이끌고자 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이 생겨나고 우리 사회의 분화가 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이러한 비주류가 이끄는 불안정한 개혁과 변화보다는 참신하고 새로운 주류에 의한 안정적 개혁을 원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사람 역시 변화와 개선을 도모하면서 지지자로부터는 높은 기대와 지지를 얻고, 가진 자들에게는 잠재적인 혼란과 불안을 야기할 사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서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대중에게서 이해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으며, 개혁과 변화의 가치 역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삽질 왕자(MB)’의 대타에서   수성(守城)의 ‘연예인 정치인’으로

    7월1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이 끝난 후 참여정부 인사들이 참석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②지지집단: ‘훌륭한 정치인’ vs ‘삽질 왕자’

    지지집단이 GH를 ‘훌륭한 정치인’으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전혀 이상하지 않다.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무엇보다는도 이 사람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행동으로 연상된다. 냉정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표현을 매우 절제할 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 건강 이미지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을 뿐 아니라, 공인으로서 처신이나 생활이 깨끗하고 분명하다.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을 뿐 아니라 당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이미지가 갖는 상징성은 바로 우리 국민이 막연히 선진국에서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국회의원이다.

    어려운 정치상황이라면 이런 이미지의 정치인은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소신과 원칙이 분명하며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람 자체의 품위가 드러나는 정치인이다.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완성된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 사람은 주관과 소신이 분명하다. 그래서 지지자들은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분명한 양당 체제가 형성되어 있고 절차가 잘 정비된 나라에서라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큰 정치를 할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 상황이 험악하다면, 이 사람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들어오는 공격을 묵묵히 잘 방어하는 쪽이다. 자기 소신만을 고집한 채 자기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사람이 가지는 이미지에 허점이 드러나거나 손상이 생기면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보통 소극적이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대중은 이 사람이 왜 정치를 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대중은 GH 이외에 이런 이미지의 인물로 홍준표 의원이나 문국현 의원을 연상했다.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연상한 듯했다. 대중이 일반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이나 정치인을 연상할 때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훌륭한 정치인’의 이미지인 것 같다.

    지지집단의 경우 ‘GH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반대집단이 가진 이미지와 분명히 다르다. 반대집단에서 GH와 반대되는 이미지의 코드는 ‘참신 정치인’이지만, 지지집단의 경우 반대되는 이미지 코드는 ‘삽질 왕자’다. 이 코드가 상징하는 행동특성은 대중이 경험하는 현실 정치인의 모습을 너무나 쉽게 연상할 수 있게 했다.

    “이따금 ‘왜 저러나?’ 싶은 말이나 행동을 한다. 이벤트성 행사를 잘 하고, 쇼맨십이 있다. 자신의 이념 지향이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다. 측근조차 잘 믿지 않는 것 같다. 열심히 많은 일을 하지만, 왜 하는지가 잘 와 닿지 않는다. 타이밍이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고 주변의 평에 개의치 않는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도덕적으로 흠이 있지만 유능하다.”

    상황이나 맥락에서 벗어난, 때로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밀고 나가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혼자 튀고 싶어하거나 막무가네로 밀어붙이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386 국회의원들의 행동에서 쉽게 발견되는 특성이었지만, 2009년의 시점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로 쉽게 받아들여지는 특성들이다.

    그래서 조사에 참가한 응답자들은 ‘삽질 MB’ ‘후진국 대통령’ ‘안 훌륭한 정치인’ ‘개도국 정치인’ 등의 다양한 코드를 사용해 이런 특성들에 대한 이미지를 정리했다. 물론 여기서 삽질은 토목공사, 건설업을 상징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속어로, 아무 쓸모가 없는 일, 부적절하고 의미 없는 일을 무작정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미지를 갖는 사람은 자신이 상당히 훌륭한 인물로 대중에게 지각되고 싶어 하고 또 열심히 노력하는 특성이 있다.

    빠른 가시적 성과로 불안정한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무리해서 많은 일을 추진한다. 과거의 성공 전략에 대한 통찰과 당면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본인 스스로도 정확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막다른 곳까지 밀어붙이다가 위기와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즉시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중심 없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무조건적인 명령에 복종한 경험 탓에 사람들에게 자신이 벌이는 사업의 필요성과 맥락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무시한 채 무조건 밀어붙이며 일하는 모습을 보이기 쉽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인식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결국 GH를 지지하는 집단이 가진 GH의 반대 이미지는 MB의 이미지인 셈이다.

    지지집단이 가진 GH의 이미지는 바로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 또는 훌륭하지 못한 정치인 이미지의 대척점이다. 이 대통령이 마치 후진국 정치인처럼 삽질 왕자의 이미지를 가지면 가질수록 GH는 더욱 더 훌륭한 정치인으로 지각된다. 이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 소위 삽질이 계속될수록 GH는 그 대타의 이미지를 차지하게 된다. 비록 지지집단이 가진 이미지이지만, 국민이 현재의 대통령에 대해 부족함을 느낄수록 GH의 존재는 더욱 부각된다. 취임 첫해 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할 때마다 GH 국무총리 기용설이나 GH와의 대타협이나 화합 따위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언급된 것도 이런 심리의 반영이다. 대중의 마음속에 GH는 ‘삽질 왕자’처럼 보이는 그 분의 대타로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③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 ‘연예인 정치인’ vs ‘시민운동 정치인’

    GH를 ‘연예인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로 보는 사람들은 보통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대중이다. 과거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GH의 이미지 속성이 비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대중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이런 이미지 속성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자신의 생활, 건강, 이미지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공인으로서 처신이나 생활이 깨끗하고 분명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서 소신과 고집이 있다. 냉정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표현을 매우 절제한다. 구체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명분과 원칙을 앞세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치밀한 계산하에 움직인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려고 한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다. 보좌관이나 부하직원들의 노력에 감사할 줄 안다. 국가의 중요한 이슈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밝힌다.”

    대중에게 강한 카리스마와 위엄을 보여주고 비교적 높은 관심과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인이다. 이는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연예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배우 배용준 이영애, 가수 조용필 등이 대중에게 드러날 때 쉽게 연상되는 행동특성이다. 요즘 언론에 투영된 GH의 모습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신문에 노출되는 모습과도 같다.

    대중은 이런 이미지의 사람에 대해 비교적 복잡한 감성을 지니게 된다. 겉으론 비교적 훌륭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미심쩍고 잘 알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진정성이나 의중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이는 그분의 모습은 꾸며진, 연출된 모습뿐이다.

    유력한 공인이지만 신비로운 인물, 그러면서도 믿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의심과 거리감이 조금씩 노출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중요 사안에 대해 모호한 의견을 제시하나 원론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명분과 원칙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람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중요 사안에 대해 내놓는 의견이 대개 “중요한 문제이므로 심사숙고해야 합니다”와 같은 모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명분과 원칙이 분명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모습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과 타협하기가 어렵다

    GH가 칩거와 활동을 반복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 이미지 자체로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대중은 범접할 수 없을 듯한 거리감을 갖는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 이 사람의 역할이나 존재 이유에 대해,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때 위기를 맞게 된다. 마치 연예인 배용준이나 조용필에 대해 대중이 갖는 생각과 같다. 신비화 전략의 극단에 있는 이미지가 연예인과 유사한 정치인의 이미지다.

    GH를 대중 연예인이나 영국여왕 정도의 품위를 지닌 인물로 보는 사람들이 그녀와 대비시킨 이미지는 ‘시민운동 정치인’이다.

    “전통 지배세력(언론, 부유층, 보수지식인 등)을 바꿀 개혁가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 기꺼이 배우려고 한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주위 사람들을 대한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양극화 및 빈부격차 해소에 노력한다. 순수한 동기와 열정으로 일을 한다. 잘못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책임을 진다. 공교육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사회개혁에 힘쓰는 시민운동가의 모습이다. 적극적이며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으로, 다른 별명을 붙이자면 시민 정치인, 공동체 정치인, 개방 정치인, 가치 정치인, 학습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미지 코드는 조사가 진행될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대중은 ‘시민운동 정치인’ 이미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대중에게 급속히 확산된 ‘노무현 신화’의 핵심 이미지였다. 조사 당시 이런 이미지에 해당하는 인물을 언급해달라는 요청에 설문 참가자들은 “이 사람은 죽어서 이제 없다”라고 반응했다. 노 전 대통령 죽음 이후의 조문 정국이 대중에게 GH의 또 다른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시민운동 정치인’은 빈부격차와 양극화 해소, 권위주의 타파, 공교육 문제 해결 등 우리의 당면한 사회 문제에 과감히 도전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열정과 에너지가 있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여 변화하는 데 큰 의미를 두는 개방적인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이런 시민운동 정치인 이미지에 잘 부합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집권시절 그가 기반을 두었던 노사모와 퇴임 이후 형성했던 봉하마을은 개방, 학습, 시민의 가치가 포함된 공통체로 대중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시민운동 정치인’으로 노무현이 부각되면 될수록 앞으로 GH는 단지 ‘연예인 정치인’의 이미지로 남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본다면 2009년 5월의 조문 정국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사람은 MB가 아니라 GH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 GH의 대중 이미지의 핵심 속성

    2009년 들어 대중이 생각하는 GH의 이미지는 분명하기보다는 흐릿해졌다. 2개의 이미지는 3개의 이미지로 분화됐다. 2005년 야당이었던 GH와 뚜렷이 대비되는 이미지 코드는 여당의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2009년 GH와 대비되는 사람은 같은 당에 속하는 대통령이다. GH를 ‘훌륭한 정치인’으로 보면서 지지하는 집단의 사람들에게 GH는 현재 같은 당 대통령을 대체하는 인물일 뿐이다. GH를 훌륭한 정치인으로 보지 않은 사람들은 GH보다는 ‘참신 정치인’이나 ‘시민운동 정치인’의 이미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대중이 보는 GH 이미지의 공통적인 심리적 속성은 ‘가진 것이 많고 또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의 이미지다. ‘수성의 위치’, 즉 안전과 안정, 그리고 보수(保守)를 나타내는 사람의 이미지다. 이와 달리 대비되는 이미지는 모두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뭔가를 쟁취하고 만들어내려는 공성의 모습이다. 심지어 부적절한 삽질만 하는 ‘삽질 왕자’도 끊임없이 업적을 만들어내서 능력을 과시하는 이미지 코드를 갖고 있다. 현재 GH가 공성에 대해 수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면, 대중은 이 사람이 한 일 또는 하려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다. GH는 강한 권력을 가지는 대통령이 아님에도 대중은 GH에게 대통령에 버금가는 최고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높은 정치인’의 GH는 ‘참신 정치인’에 비해 그 신분의 급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급이 높은 GH는 일반 서민과의 신분 차이에서 생긴 거리감으로 인해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하지 못한다. 지금 MB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계속 나오면 나올수록 GH 역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요즘 조용히 활동을 자제하며 간혹 한마디씩 하면서 사태를 정리해주려는 GH는 스스로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트랩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음으로 ‘삽질 왕자’와 ‘훌륭한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는 품위, 즉 격에서 차이가 있다. ‘삽질 왕자’의 이미지 코드를 가진 사람은 항상 쓸데없는 삽질만 한다. 이에 비해 여왕의 수준으로 추대되는 ‘훌륭한 정치인’은 풍기는 품위와 격이 ‘삽질 왕자’와 대비될 때 더욱 뚜렷하게 부각된다. 여기서 격이 낮다는 것은 자기 멋대로 일을 무리해서 추진하거나 쓸데없는 일, 맥락에 안 맞는 일을 마치 군대에서 삽질하듯 일삼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정치인을 ‘삽질 왕자’의 이미지로 코드로 보는 사람일수록 GH를 ‘훌륭한 정치인’으로 보고 싶은 경향이 더욱 강하다. 특히 그 ‘삽질 왕자’의 이미지 코드로 보이는 정치인이 맥락에 맞지 않은 일을 무리하게 진행할수록 ‘훌륭한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를 가진 사람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경우 훌륭한 정치인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중에게 분명한 맥락을 가진 형태로 보여야 할 것이다. 맥락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무리만 하지 않는 모습을 유지할 때 ‘훌륭한 정치인’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에 머물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예인 정치인’은 ‘시민운동 정치인’과 비교해 진정성이 떨어진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정치인 개인이 가진 순수한 동기와 열정을 의미하는데 2005년 사심(私心) 없었던 GH가 2007년과 2009년에 걸쳐 그 순수함을 잊어버리고 구태의연하고 사심 가득한 정치인으로 지각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MB에 대해 대중은 진정성이 없고 사심이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GH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그녀의 이미지는 더욱 ‘연예인 정치인’의 코드로 보인다. 구태의연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대중에게 인식될 위험성이 있다.

    정치인 GH의 대중 이미지의 위기: 과거와 현재

    2009년 이후 GH는 계속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지며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대중 이미지의 심리는 다음과 같은 답을 제공한다. MB의 영향력이 현실정치에서 점차 발휘될 때, 또는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변화함에 따라 GH의 존재감은 점차 흐려질 것이다. 이와 동시에 향후 지방선거나 다음 대통령선거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높아지면, 대중은 GH가 아닌 GH와 대비되는 참신한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다. GH의 핵심 이미지가 아닌, 그녀와 대비되는 대중적 이미지가 뚜렷하게 급부상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과거 그녀의 이미지와 그에 대비되는 대립 이미지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GH 대립 이미지 변화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지집단 사이에서 GH의 이미지는 2005년 ‘양갓집 규수’에서 2007년 ‘출신 좋은 에비타’를 거쳐 2009년 ‘훌륭한 정치인’이 되었다. GH에 대비되는 이미지는 2005년 ‘잡초형 영업팀장’에서 ‘현대 가신(家臣)’으로 바뀌었다. 즉 2005년의 노무현 대통령에서 2007년의 MB로 전환됐다. 2009년 역시 MB를 대변하는 ‘삽질 왕자’ 이미지다. 2007년부터 GH 이미지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 모두에 대항하는 이미지로 부각됐다.

    하지만 2009년 조사에서는 GH에 반대하는 집단이 GH를 보는 이미지 코드가 더 뚜렷하게 부각됐다.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양갓집 딸(귀공녀)에서 에비타로 그리고 훌륭한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로 보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그녀를 ‘토지’의 ‘서희’와 여왕, 그리고 ‘높은 정치인’과 ‘연예인 정치인’으로 더욱 분화된 형태로 보기 시작했다. ‘그림 4’는 이런 이미지의 변화를 대중 집단의 속성으로 구분하여 나타낸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GH 이미지의 미래는 현재의 ‘높은 정치인’ GH와 대비되는 ‘참신 정치인’의 이미지 코드를 차지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 있다. 어떤 특정한 인물을 통해 대중이 ‘참신 정치인’의 이미지를 뚜렷이 가지게 될 때 대중 이미지 정치인으로 성장해온 GH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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