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11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28일 통합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당내 여러 세력을 포용하고 아우르면서도 수도권과 젊은 세대에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 색깔로 점철된 통합당의 이미지를 희석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27일 김 내정자는 통합당 전국조직위원장회의에 참석해 “‘보수’ ‘자유 우파’ 등의 말을 더는 강조해선 안 된다.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면서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까지 공언했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예견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김 내정자가 정치권의 대표적인 탈이념주의자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3월 1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통합당이 총선에서 중도를 공략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중도니 보수니 진보니 떠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 나는 진영논리에 관심이 없다. 세상이 바뀌는데 무슨 보수·진보를 따지나”라고 답한 바 있다.
한때 김 내정자와 멘토‧멘티 관계로 불린 안철수 대표가 최근 들어 부쩍 탈이념을 강조하고 나선 점도 정가의 관심거리다. 안 대표는 28일 ‘매일경제’ 기고에서 “다가오는 뉴노멀은 더 이상 진보나 보수 간 가치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기준과 질서는 구질구질한 진영 대결이나 이념 논쟁을 뛰어넘은 변화된 정치와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실용으로 정치하고 실용으로 개혁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세워져야 한다”고 썼다. 발화의 주체를 지우고 나면 누가 말했는지 모를 만큼 김 내정자와 안 대표의 주장 사이에 접점이 많다.
당장 두 사람이 공동 전선을 펼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6월 1일 공식 출범하는 ‘김종인 비대위’는 한동안 통합당의 내실을 다지는 데 에너지를 모을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6일 혁신준비위원회를 꾸리는 등 당 운영의 방향타를 독자노선 쪽으로 잡은 형국이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슈퍼 여당’에 맞서 야권 내 통합‧연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공산이 커 전략적 제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신동아’ 6월호 인터뷰에서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야권 전체의 혁신도 추구하고 있다. 당 혁신위에서도 야권의 혁신적 재편에 대한 비전과 구상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며 “야권 중심으로 변화의 흐름을 가져올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