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로또 당첨금’ 기부 권송성 “서로 돕고, 나눠야 축복 받아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20-06-0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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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송성 아태산업개발 회장(왼쪽)은 5월 8일 로또 3등 당첨금에 재난지원금을 보태 176만4520원을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에 기부했다.

    권송성 아태산업개발 회장(왼쪽)은 5월 8일 로또 3등 당첨금에 재난지원금을 보태 176만4520원을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에 기부했다.

    권송성(79) 아태산업개발 회장은 기부가 몸에 밴 사람이다.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났을 때, 특전사 부사관이 선행을 하다 숨졌을 때, 장병들이 서북도서에서 나라를 지키다 숨졌을 때, 크고 작은 기부를 해왔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회갑연에 들어온 돈 전액을 미국 정부에 기부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때도 성금을 보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골드어워드를 수여받은 이유다. 

    “헌신하는 삶을 살다가, 좋은 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 떠올리면 마음이 아픕니다. 어릴 적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하나님, 저를 살려주시면 사랑을 주면서 살겠다’고 기도했어요. 고종황제의 딸인 이문용 여사를 양어머니로 보살피며 살았습니다. 양어머니께서는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라,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선하게 살아라, 사심을 갖지 말고 베풀고 살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사랑, 효도, 나눔을 잃으면 가치 없는 삶입니다. 서로 돕고, 나눠야 축복을 받습니다.”

    고종 황녀 이문용 여사 양아들

    양어머니 이문용(1900∼1987) 여사는 고종황제의 마지막 딸로 알려져 있다. 왕실 족보에 정식으로 오르지 못한 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74년 그의 삶을 다룬 드라마 ‘황녀’가 방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돕고, 나누는 삶을 살면 행운도 따르나 보다. 4월 25일 로또복권 908회에서 3등에 당첨됐다. 당첨금은 170만 원. 세금을 내고 136만4520원을 수령했다. 때마침 방송 뉴스에서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처음 사망한 44세 남성의 사연이 보도됐다. 폐암 말기 상태에서 3월 19일 코로나19에 감염돼 투병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따금 심심풀이로 복권을 구입하는데 덜컥 당첨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손자들 용돈으로 줄까, 맛있는 걸 사 먹을까, 좋은 옷을 사 입을까 궁리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방송에서 44세 사망자의 사연이 보도되는 겁니다. 폐암 말기 환자였는데 남은 가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이 드는 겁니다. 그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로또복권 당첨금이 갈 곳은 이튿날 아침 결정됐다. 코로나19 사망자 가족에게 당첨금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첨금 외에도 1년가량 매달 소액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당첨금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국무총리실에서 가족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망자 가족 분들께서 더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더군요. 5월 8일 어버이날에 용인 수지구청에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기부했습니다.”

    남북협력기금에도 3000만 원 쾌척

    그는 2000년, 2001년, 2018년 남북 간 철도 연결이 합의될 때마다 남북협력기금에 1000만 원씩 기부했다. 2018년 12월 26일 북한 황해도 개성시 판문역에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국민 대표’로 참여했다. 

    “코레일로부터 연락이 왔기에 ‘왜 내가 선정됐느냐’고 물었어요. 기부를 많이 해서 ‘국민 대표’로 뽑았다더군요. 남북 철도 연결이 분단돼 살아가는 우리 민족이 다시 이어지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돌 하나, 모래 한 줌이라도 보태야죠. 민족이 하나가 돼 부강해져야 후손들이 더 잘살 수 있어요. 남북 철도를 이용해 남과 북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오가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국가관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함께 하고, 애국가를 제창한 후 하루를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평생 급여의 일부를 떼어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2013년엔 해병대에 성금 1000만 원을 기부하면서 ‘사후(死後) 안구 기증’도 약속했다. 

    권 회장은 국보디자인 회장, 대우건설 고문, 현대건설 고문 등을 역임한 한국 건설업계의 전설이다. 현재는 시설종합관리와 근로자 파견 전문기업인 아태산업개발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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