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할머니 문제 제기에는 사과·해명 안 해
기자회견문에 李할머니 단 세 차례 등장
李할머니 측 “기부금 유용 의혹, 검찰이 밝혀야 할 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금 유용 등 그간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29일 오후 2시 윤 당선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저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일을 믿고 맡겨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히면서도 의원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당선자는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불과 10시간 앞두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당선자는 “지난 30여 년간 평탄치 않았던 정대협 운동을 전개하면서 섬세하게 할머니들과 공감하지 못한 점과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피해자 분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매순간을 성찰하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한 저 자신을 돌아보며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기자회견 내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기자회견문 전문을 통틀어 윤 당선자는 이 할머니에 대해 단 세 차례만 언급했다. 기자회견문에 이 할머니에 대한 공식 사과는 없었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당선자는 “이 할머니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30여 년간 함께 (위안부 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고 (이 할머니가 나를) 배신자라고 느낄 만큼 신뢰를 드리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사죄 말씀을 드리고 싶어 몇 차례 시도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진심을 전달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 측근 A씨는 “윤 당선자가 국민들께 사과를 드리면서도 어머니(이 할머니)께는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윤 당선자에 대해) 어머니는 별 말씀이 없으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기부금 유용 의혹에 대한 윤 당선자의 소명에 대해 A씨는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검찰이 밝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기자회견 초반 매우 긴장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었지만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윤 당선자는 2012년 이 할머니의 비례대표 출마를 자신이 만류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 “구체적인 정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그는 “할머니가 국회의원을 한다는 얘기를 (그 당시) 별로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30일부터 국회의원 신분이 되는 윤 당선자는 의원직 사퇴 등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원 신분이 되더라도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윤 당선자는 “(검찰 소환 요청에) 피할 생각이 없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이나 그 이후 따르는 모든 책임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 (기자회견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이 때쯤이면 제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