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시마당

밀랍 양초를 켜둔 청록색 식탁

  • 서윤후

    입력2020-06-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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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이 쌓여가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 싸움의 목적. 식탁에서 먼저 일어나는 당신의 의자가 바닥을 긋는 소리. 시간에 반듯하게 자르고 싶은 절취선이 생긴다. 가장 소중한 것을 꺼내오고 싶은 것. 그렇게 우리는 기울어져서 서로를 다시 기대는 최초의 흉물. 마음에게도 기교가 생겨서 슬픔을 그치게 하는 나팔을 불고, 어떤 여름날의 피크닉을 화두로 오늘치 눈물을 잠근다. 창밖엔 바람이 흔들릴 언덕의 나무를 고르는 중. 둘뿐인데 둘만 모르는 기분이 태어나 칭얼거린다. 아귀가 맞지 않는 서로의 계단을 이어가며 우리는 흔들리는 징검다리를 걷는 심정으로 길게 이어지는 불행. 촛농으로 다시 세운 사람 얼굴에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한 줌 불빛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뚝 뚝 떨어지는 촛농. 은유를 기다리는 장식과 쏟아질 것 같은 샹들리에 아래, 여기 두 사람.

    서윤후
    ● 1990년 전북 정읍 출생
    ● 2009년 현대시 신인상 당선
    ●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 등 출간
    ● 제19회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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