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사진공동취재단]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이 ‘신동아’가 5월 29일 보도한 ‘李할머니 측 “국민들께 사과하면서 어머니께는 사과 안 해”’ 제하 기사에 단 댓글입니다. 이 기사는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신동아 홈페이지와 포털에서 조회수 24만여 건을 기록했고 2400개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연령대별 댓글 비율을 공개하는 네이버의 자료를 보면 50대(34%)가 가장 많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40대(27%), 60대(20%) 30대(14%) 20대 이하(5%)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제기한 기부금 유용 의혹에 대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해명을 보도한 것인데, 댓글창은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의 각축장이 됐습니다. 이 할머니를 향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노골적인 조롱을 쏟아낸 누리꾼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댓글 이력을 추적해봤더니 공교롭게도 대다수가 친문(親文) 누리꾼으로 추정됩니다.
“일본군과 영혼결혼식까지 했다던데”
네이버 아이디 ‘**do****’님은 앞의 신동아 기사 댓글창에 “저 할머니 가미가제 특공대에서 전사한 일본군이랑 영혼결혼식까지 했다던데.” “독립운동가보다 일본군 위안부가 더 큰 소리치는 세상이구나. 정부에서 한 달에 300만 원씩 받아먹고. 진짜 위안부가 벼슬이네”라는 댓글을 연달아 남겼습니다.‘**do****’님은 이 할머니 관련 다른 기사에서도 “일본군 위안부질 하고 온 게 그토록 대단한 업적인가? 지원금 월 300만 원씩이나 받아먹고 대학 졸업한 신입사원 월급보다 더 받아ㅎㅎ”라며 혐오 표현과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이 누리꾼의 댓글 이력을 살펴보니 주로 정치 기사에 댓글을 달며 정부와 여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기사 댓글창에서는 “검찰총장이란 ×이 한 사람을 찍어서 가족 친인척까지 80회 이상 압수수색하고 80세 넘은 노모까지 닦달했다. 그런데 지금 나온 게 뭐가 있냐”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회동 관련 기사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추미애 장관님. 검찰을 확실히 장악해 개혁을 이루시어 국민들 마음에 확실한 도장을 새기시고 대선 때 다시 뵙길”이라는 등의 댓글을 수차례 남겼습니다.
이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동아 기사에 댓글을 단 다음 아이디 ‘○○숙’님은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있던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10일 동안 248개 댓글을 남겼는데, 그중 90개가 이 할머니 또는 윤 의원 관련 기사에 단 댓글이었습니다. 그는 “이 할머니 국민 밉상이네” “골 때리는 할매. 추합니다” “나이 값 하세요” 등의 악플을 남겼습니다. 이 누리꾼은 이 할머니 관련 기사마다 “할머니는 독립운동 한 게 아니라 그 시대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반복해 다는가 하면 윤 의원 관련 기사들에는 “윤미향 씨는 반드시 허위 댓글 전부 고소 고발 하세요”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우호적인 댓글을 주로 달아 왔습니다.
2차 가해 도를 넘어선 수준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이 할머니를 향한 2차 가해는 도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정치도 하고 싶고 기부금도 다 갖고 싶은 거냐(다음 아이디 ‘○○○세상’님)”는 식의 비난부터 “위안부 할머니가 위안부를 부정하는 세력과 결탁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된다. 이 할머니의 행동은 그 당시 일본군 정부와 다를 게 없다(네이버 아이디 ‘**en****’님)” 등 자의적 판단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댓글이 쏟아집니다. 이런 식의 댓글은 뉴스 페이지뿐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에도 쇄도하고 있습니다.이 할머니를 향한 친문 성향 누리꾼의 댓글이 논란이 일자 이들을 향해 수많은 누리꾼이 비난 댓글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입만 열면 정의, 공정 외치는 진보 세력의 위선과 뻔뻔함에 기가 찬다(네이버 아이디 ‘**chu**님’)” “앞으로 제2의 윤미향이 안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댓글러 중에서 윤미향과 사고회로 똑같은 이들이 제법 보인다(네이버 아이디 ‘*o18***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전개해온 윤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평가가 폄훼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친문 성향 누리꾼의 심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영 논리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 제기마저 비난하며 차단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댓글사탐’은 ‘댓글의 사실 여부를 탐색하기’의 줄임말로 ‘신동아’ 기사에 달린 댓글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큰 호응을 얻은 댓글, 기자 및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댓글, 사실 관계가 잘못된 댓글을 살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