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인체 치명적 ‘마스크 소독제’ 악덕 상술

일반 탈취·살균 스프레이를 ‘마스크 소독제’로 판매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5-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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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에 넘쳐나는 ‘마스크 소독제’ 검색 상품

    • 탈취제로 신고했지만 살균 효과 있으니 문제없다?

    • 환경부·식약처 “호흡기 닿는 마스크에 탈취·소독제 뿌리면 위험”

    • 환경부 “제조·판매 금지, 회수 명령, 형사고발 조치” 경고

    • 전문가 “임상시험 결과 없으면 인체 안전성 주장 못 한다”

    • 마스크 소독제 관리 부처 모호해 단속 실효성 떨어져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편백나무 피톤치드 성분이 함유된 천연 마스크 소독제!” 

    20대 직장인 박모 씨는 4월 중순 대형 온라인 C쇼핑몰에서 B마스크 소독제 광고 문구를 본 뒤 솔깃해졌다. 해당 제품은 “마스크에 뿌리기만 하면 남아 있는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씨는 B제품 한 개를 주문했다. 며칠 뒤 제품을 받아보니 용기에는 ‘마스크 스프레이’라고 적혀 있었다. C쇼핑몰에 다시 들어가 제품 설명을 유심히 살펴보니 상품명은 ‘마스크 소독제’인 반면, 제품 유형은 ‘탈취제’로 분류돼 있었다. 박씨는 “정확한 용도가 의심된다. 광고 문구만 보고 무턱대고 주문한 게 후회된다”며 씁쓸해했다. 


    마스크 소독제, 알고 보니 물건에 뿌리는 탈취제

    최근 인터넷 쇼핑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마스크 살균소독제’란 이름을 내건 제품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정부기관이 ‘마스크 살균소독제’로 공인한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는 점. 이들 업체 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소비자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악용해 탈취제를 마스크 소독제로 광고·판매하거나 건강에 위험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5월 8일 오전 C쇼핑몰에서는 여전히 박씨가 구입한 B마스크 소독제가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제품에 대해선 ‘뿌리는 마스크 소독제, 천연 소독스프레이, 항균 살균스프레이’라는 상품 설명이 달려 있다. 반면, 제품 분류는 탈취제에 속했다. 해당 마스크 소독제의 주성분은 편백나무 에센셜 오일이고, 스프레이(분사형) 형태로 만들어졌다. 용량은 20㎖, 가격은 개당 9700원이다. 기자가 판매업체에 “제품의 정확한 용도가 뭐냐”고 묻자 관계자는 “마스크에 뿌리는 소독제”라고 답했다. “정부에 신고한 제품이냐”고 물었더니 “환경부에 신고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환경부에 확인해 보니 해당 제품은 탈취제로 신고 완료한 상태였다. 소독제로는 신고한 적도, 신고 신청 서류를 제출한 상황도 아니었다. 탈취제는 악취 제거하는 용도로 쓰는 반면, 소독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이나 독성을 죽이는 용도로 쓴다. B제품을 탈취제로 신고했다고 해서 소독제로도 판매가 가능한 건 아니다. 더구나 해당 탈취제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살균소독제로 신고하지 않았음에도 그 내용으로 광고·판매하는 것이 의심돼 4월 중순부터 환경부의 유통 차단 모니터링 대상에 올라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제품은 C쇼핑몰은 물론 이곳과 연계된 한 포털사이트 쇼핑 채널에서도 ‘신동아’가 취재를 시작한 5월 8일까지 마스크 소독제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마스크에 뿌리는 살균소독제가 다수 판매되고 있지만, 현재 이를 관리·감독하는 부처가 없어 환경부가 선제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업체들이 판매처를 바꾸거나 인터넷 주소(URL)를 변경하는 수법으로 제품을 유통하다 보니, 해당 탈취제도 온라인 유통이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C쇼핑몰 측에 해당 탈취제를 판매하지 말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탈취제로 신고했지만 살균 효과도 있다?

    해당 탈취제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는 이 제품이 소독제로 광고·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제조업체 대표는 “B제품 용도는 탈취제가 맞다”며 “해당 판매업체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5월 8일 오후 판매업체는 C쇼핑몰에 올라온 해당 제품의 상품 설명에서 ‘소독제’라는 글자를 빼고 ‘탈취제’라고 수정했다. 소독제라는 단어는 삭제했지만 위법성이 의심되는 문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C쇼핑몰에 올라온 해당 탈취제 광고에는 ‘항균스프레이로 한 번 더 바이러스를 차단해주세요.’ ‘마스크·섬유·공기 중에 기생할 수 있는 각종 세균을 억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품 사용설명에도 ‘항균·탈취를 위해 마스크 내부와 바깥에 1~2회 뿌리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제조업체 대표는 “해당 제품의 살균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탈취제는 환경부 지정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국제공인시험기관인 FITI(원사직물)시험연구원에서 탈취력과 항균력을 인정받은 제품”이라면서 “실험 결과에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대장균, 포도상구균, 폐렴균을 99.9%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탈취제 광고에도 시험성적서를 공개한 상태”라는 것이다. 

    반면 환경부는 해당 탈취제의 광고·판매에 심각한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탈취제는 살균제로 신고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광고·판매하면 화학제품안전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제조·수입 판매 금지 명령 및 제품 회수 명령 등의 행정처분뿐 아니라 형사고발 조치 또한 내릴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마스크에 탈취·소독제 뿌리면 위험

    환경부는 해당 탈취제를 마스크용 제품으로 광고·판매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날 C쇼핑몰에 올라온 탈취제의 용기 사진에는 ‘천연 피톤치드 마스크 스프레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쇼핑몰에 올라온 광고에도 ‘국내 최초 마스크·섬유 전용’이라고 강조돼 있다. 제품 설명엔 ‘마스크는 물론 의류, 머리·손·얼굴 등 신체 부위 모두 사용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환경부 고시인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에 따르면, 탈취제는 일상적인 생활공간(가정·사무실·차량·다중이용시설 등) 또는 제품(의류·섬유·신발 등) 악취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인체나 동물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탈취제’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해당 제품 제조업체 대표는 “마스크는 의류·섬유·신발 등의 제품에 해당하므로 탈취제 적용 범위에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판단은 다르다. 환경부 관계자는 “마스크는 필연적으로 호흡기에 닿을 수밖에 없고, B제품 성분이 몸 안으로 침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스크 탈취제’라는 문구로 해당 제품을 표기·광고·판매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위법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의 마스크 사용 지침에 따르면 탈취제 성분이 마스크에 닿을 경우 제품 성능이나 필터 효과를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고 부연했다. 

    논란이 일자 5월 9일 오후 판매업체는 C쇼핑몰에 올라온 해당 탈취제 광고 문구를 또 한 번 수정했다. 그러나 위법성이 의심되는 문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환경부는 ‘신동아’에 “해당 탈취제 제조업체와 광고·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제품 이외에도 온라인상에는 마스크에 뿌리면 탈취·살균·소독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대형 W인터넷 쇼핑몰에 등록된 S제품 상품 설명에는 ‘마스크 살균소독제, 뿌리는 휴대용 손소독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당 마스크 살균소독제의 주성분은 차아염소산수(HOCI)이고, 스프레이 형태로 만들어졌다. 용량은 150㎖, 개당 가격은 5900원이다. 

    해당 마스크 살균소독제는 한국식품과학연구원과 한국MSDS시험원의 시험성적서를 각각 공개하고 ‘독성 및 자극 ZERO! 살균력은 99.99%’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 사용 용도를 살펴보니 마스크는 물론 손·발·피부, 휴대전화, 키보드 및 마우스, 의류, 칫솔, 욕실, 주방 등에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기구 소독제를 마스크 소독제로 광고·판매

    물건에 뿌리는 탈취제를 마스크 소독제
로 광고·판매한 B제품(왼쪽). 기구용 소독
제를 마스크 살균소독제 겸 손소독제라고
판매한 S제품.

    물건에 뿌리는 탈취제를 마스크 소독제 로 광고·판매한 B제품(왼쪽). 기구용 소독 제를 마스크 살균소독제 겸 손소독제라고 판매한 S제품.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제품은 2012년 식품 조리기구 등의 살균·소독을 위한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신고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에 근거해 정해진 용도 이외에 사용할 수 없다. 인체에 직접 접촉할 경우 위해성이 우려된다. 해당 제품을 마스크 살균소독제 또는 손소독제라고 광고·판매하는 건 허위·부당 광고에 해당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체에 직접 사용할 수 없는 살균소독제를 마스크 살균소독제처럼 표시한 사실이 확인돼 판매업체에 정정을 요청했다”면서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해당 마스크 살균소독제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이 확인되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판매업체가 허위 사실을 내세우는 점도 문제다. S제품 광고에는 ‘식약처의 식품안전정보포털(식품안전나라) 인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근거로 식품안전나라에서 자사 제품이 검색되는 장면을 캡처한 화면을 게재했다. 식약처로부터 마스크 살균소독제로 인증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 ‘식품안전나라’는 식품 및 식품 첨가물에 대한 정보와 식품 관련 산업체 및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이다. 거기서 특정 제품이 검색되는 것과 인증 여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S제품을 W쇼핑몰에 등록한 판매상은 “식약처에서 ‘인증’ 받은 살균소독제가 맞다. 마스크에 뿌려도 된다”고 주장하다 기자가 “‘식품안전나라’에서 해당 제품이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자 “시스템과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제조업체는 식약처를 통해 “식약처의 연락을 받은 뒤 해당 판매업체가 W쇼핑몰에 등록한 상품 홍보 게시물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식했다”면서 “해당 판매자에게 문제의 문구와 이미지 수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알려왔다. 

    하지만 5월 11일 현재 일부 포털사이트에는 S제품은 물론 ‘손 소독제 겸 마스크 살균소독제’라고 광고하는 각종 스프레이 제품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판매되고 있었다.

    마스크 살균소독제, 관리·감독 부처 모호

    이처럼 일부 업체는 마스크 살균소독제로 검증된 적 없는 제품을 “마스크에 뿌려도 인체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광고한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을 사용해도 정말 문제가 없을까.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당 제품 성분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려면 마스크에 뿌렸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임상시험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상에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탈취·살균·소독제가 판치는 것은 정부의 불법 유통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물체나 실내 공간 등에 뿌리는 탈취·살균·소독제는 환경부가, 인체에 직접 닿을 가능성이 큰 탈취·살균·소독제는 식약처가 각각 관리·감독한다. 마스크에 뿌리는 탈취·살균·소독제는 관리·감독하는 관리 부처가 모호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해당 부처 관리를 받는 제품이 아닌 경우에는 제조 및 금지가 아닌 광고·유통 차단 같은 가벼운 행정처분만 내릴 수 있다. 단속에 한계가 있다”면서 “단속 실효성을 높이려면 환경부와 식약처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관련 규정을 보완한 뒤 협동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판매하는 마스크에 뿌리는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탈취제든 살균제든 사용 방법과 주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탈취·살균·소독 관련 제품 정보는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초록누리’와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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