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 주창자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 [동아DB]
한덕수 국무총리는 6월 28일 세종 국무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1개월 기자단 만찬에서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발언했다. KDI는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이다. 주무기관의 장이 산하기관 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셈이다.
KDI 출신 정치인 윤희숙 전 의원은 “KDI 원장은 법으로 정해진 임기가 있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홍 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위험하다”고 짚으면서도 “임기를 명시한 자리에 (전 정부가) 전문성과 자질이 없는 사람들을 앉힌 것 자체가 문제다. 제도 개선이나 새 인물 추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체를 요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는 거취 문제와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질문하려 홍 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KDI 원장 앉을 때부터 비판 쏟아져
홍 원장은 1960년 9월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구 달성고 졸업 후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 수석 졸업했다.이후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자이던 그가 정치권과 연이 생긴 것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문정책기획위원을 지내면서부터다. 이후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때부터 소득주도성장론을 펴기 시작했다. 이 이론을 장하성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정리했고, 결국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됐다. 홍 원장은 2017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돼 경제정책을 총괄했다.소득주도성장론으로 중책을 맡았지만, 이 이론에 대해 정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윤소영 전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는 1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학계의 비주류 이론이라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국민을 모르모트로 삼아 이론의 실증 연구를 한 셈”이라고 평했다.
홍준표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이던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경제파탄과 청년 실업에 큰 책임이 있는 홍장표 경제수석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홍 원장은 경제수석 자리를 내려놓고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에 임명됐다. 정책기획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시킨 조직이다.
그가 지난해 5월 KDI 원장을 맡을 때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KDI 출신 정치인들의 반발이 두드러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론의 책임자가 원장이 된다니 (문재인 정부는) 염치도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낙하산으로 꽂아져 낙하산으로 근무했다면 낙하산답게 깨끗하게 물러나야 한다”며 “낙하산 방지 법안을 만들거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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