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호

‘정치병자’ 양산 대한민국, 테러 시대 9부 능선 넘다

[노정태의 뷰파인더] 그 남자는 왜 이재명을 찔렀을까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jeongtaeroh@ries.or.kr

    입력2024-01-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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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국가 정치인 ‘극한직업’

    • 신념 확고한 ‘이념형 테러’

    • 이익 지키려는 ‘이해관계형 테러’

    • 과대망상이 낳는 ‘이상형 테러’

    • 인도‧미국‧일본‧에콰도르 사례

    • 팬덤‧유튜브 의존 정치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합니다.”

    1월 10일, 흉기 피습이 벌어진 지 8일째 되던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며 한 말이다. 이재명은 “우리 정치가 어느 날인가부터 절망을 잉태하는 죽임의 정치가 되고 말았다”며 “이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되돌아보고 저 역시도 다시 한 번 성찰하고 그래서 희망을 만드는 살림의 정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목을 흉기로 찔려 속목정맥이 60%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외견상 큰 탈 없이 회복해 퇴원한 것은 매우 큰 행운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살려주신 목숨이라 앞으로 남은 생도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서만 살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왜?’라는 질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 정치는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총칼로 권력을 잡았던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 벌써 30년도 넘었는데, 왜 대한민국 정치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폭력에 물들어가는 걸까.

    세 가지 유형 테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피의자 김모 씨가 1월 10일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피의자 김모 씨가 1월 10일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정치인이란 대중의 열정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직업이다. 마치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노출되는 것과 흡사하다. 소방관은 화재에 의해, 혹은 지속되는 화재 현장 투입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에 사망할 위험이 높다. 정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은 위험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직업군 못지않은 ‘극한직업’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으며, 선거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와 직접 만나는 일을 피할 수 없다. 늘 테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대통령 네 명이 암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46대이니, 미국 대통령 사인 중 ‘타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은 8.6%다.

    이것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미국은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2021년 현재 총기사고 사망자는 총 4만8830명, 인구 10만 명 당 4.31명 수준이다. 물론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지만 미국 대통령 총기 사망률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심지어 전쟁에 직접 뛰어드는 미국 군인보다 대통령이 총 맞아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한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총격으로 살해당한 경우는 1979년 10월 26일 사례 하나뿐이나, 정치인이 직접 폭력에 노출되고 피해를 입은 사례는 빈번하다. 2006년 당시 제1야당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촌에서 커터칼에 얼굴이 베이는 테러를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유튜버 표모 씨가 휘두른 장도리에 머리를 맞아 부상당했다. 계란에 맞는 등의 ‘사소한’ 폭력 사건은 일일이 세기도 어렵다.

    ‘정치가 원래 그렇다’ ‘정치인은 늘 그런 위험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이 폭력에 노출되고 위험에 빠지는 것은 해당 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순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일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치인을 향한 테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첫째는 ‘이념형 테러’다. 범인은 어떤 확고한 신념을 품고 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혹은 그 실현을 가로막는다고 여겨지는 정치인을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바라는 이상을 구현하고자 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리는 정치 테러 유형이다.

    둘째는 ‘이해관계형’이다. 해당 정치인과 이해관계로 인해 살해하는 경우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세계로 시각을 넓히면 그렇지 않다. 이념형 테러보다 이해관계형 테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공권력이 약하고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일수록 정치인에게 직접 폭력과 위협을 가해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불법 조직이 활개를 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과되기 쉬운 세 번째 유형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상(異常)’이다.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행위가 본인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방법인지 등을 반성적으로 고찰할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과대망상이나 착란에 빠져 사람을 죽이고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다. 그런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호가 취약한 유명 인사나 주변의 평범한 이웃을 노리기도 하지만, 정치인을 상대로도 그런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에콰도르에서 일어난 일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피습 8일 만에 퇴원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피습 8일 만에 퇴원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념형 테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치 테러의 대표적 형태다. 특정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행위를 넘어, ‘테러’라는 말을 들을 때 흔히 연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범인은 어떤 사상이나 이념, 혹은 정치적 지향성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으며 그것의 실현을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념형 테러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사건 발생 후 우리는 그것이 이념형 테러임을 곧장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범인 스스로가 자신의 사상을 떠벌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간디를 암살한 범인은 체포 직후 범행 동기를 순순히 자백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는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 지지자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을 암살해 연방 정부를 전복할 의향을 확고히 품었다.

    앞서 언급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념형 테러의 두 번째 특징도 확인할 수 있다. 테러 그 자체는 성공할 수 있지만 상당한 역효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링컨 암살이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이 살해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링컨은 신화가 됐고 미합중국은 그 신화 위에 더욱 공고해졌다. 대통령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면서 남부와 북부는 끔찍한 전쟁의 앙금을 조금이나마 함께 씻어내며 하나의 나라가 될 수 있던 것이다. 독립을 원하는 남부는 링컨 암살 이후 정치적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1960년대 일본에서 벌어진 일도 살펴보자.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가 두 발의 원자폭탄을 맞고 항복했다. 그 후 일본 집권 세력은 미국의 힘을 철저히 인정하고 굴복하는 태도를 취한 반면, 상대적으로 패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좌파는 미국으로부터 벗어난 자주 독립 기조를 선호했다. 대다수는 아닐지언정 상당수 일본 시민이 대미 굴종 외교가 아닌 좌파 외교 정책에 일정 수준 호의를 품었다.

    좌파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이런 균형은 허물어지고 말았다. 전공투(전학공투회의)로 대표되는 대학가의 극단적 학생 운동은 점점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며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폭력과 테러에 의존하면서 더욱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처럼 분단국가가 아님에도 일본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세력이 정치적으로 거의 소멸해버린 것은 그로 인한 반작용인 셈이다.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이해관계형 테러가 더욱 심각한 문제다. 현지시각 1월 9일, 에콰도르 상황만 봐도 그렇다. 총성과 폭발음이 빗발쳤다. 쿠엥카에 있는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 이번에는 에콰도르 최대 도시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10여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해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 모습은 TV를 통해 에콰도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아직 테러 배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에콰도르 사람들은 모두 안다. 감옥에 갇혀 있던 악명 높은 마약 조직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 아돌포 마시아스가 1월 7일 종적을 감춘 후, 정부 요인 및 기간 시설을 대상으로 폭력 테러가 빗발치는 것이다. 2021년 마약과 전쟁을 선포한 후 자신을 감옥에 가둔 정부를 향해 마시아스가 보복 공격을 저지르고 있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치안이 좋은 나라로 평가받던 에콰도르는 마약 카르텔 통제에 실패하면서 10여년 만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러한 무법 상태는 일단 벌어지고 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일은 세계 10위권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도 벌어진다. 마피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인을 납치, 협박, 심지어 암살하는 일이 오늘날까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송영길 피습 사건 사례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퇴원하는 날인 1월 1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퇴원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퇴원하는 날인 1월 1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퇴원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앞서 우리가 지적했듯 이념형 테러에는 역설적 측면이 있다. 이념형 테러를 저지른 사람과 그가 지지하는 정치 운동은, 그러한 테러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으며 결국 더 큰 손해를 본다. 역사를 긴 흐름으로 볼 때 이념형 테러는 자정 작용을 통해 점점 줄어든다고 낙관적 전망을 할 여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해관계형 테러는 그렇지 않다. 한 번 국가 기능이 망가지고 공권력이 제 역할을 못하게 돼,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정치권력에 영향을 미치며 돈벌이하기 시작하면, 국가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국가는 범죄 조직의 사적 폭력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법적으로 신뢰할만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끌어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형 테러가 발생하는 나라, 그런 사건이 ‘있을 수도 있는 일’로 여겨지는 나라가 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정치는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과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토론의 공론장을 제공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당파성을 지니지 않는 중립적 공권력이 사회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야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할 사실이 있다. 이념형 테러, 이해관계형 테러보다 더 해로운 것은 이상형 테러라는 것이다. 이념 때문에,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게 덜 나쁘거나 ‘좋은’ 일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범인이 체포되도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정치 테러야말로 사회를 진정한 혼란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념형 테러는 그 원인이 분명하다. 범인이 품은 잘못된 사상과,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표출하거나 성립시키기 위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체포된 범인은 법의 심판을 받으며, 그가 표방한 이념 역시 대중에 의해 외면당하고 점점 소수파로 고립됨으로써 대가를 치른다. 모종의 인과응보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해관계형 테러는 한번 벌어지기 시작하면 근절하기 어렵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조직 범죄와 폭력 앞에 취약해지면서 국가의 정상 기능을 회복하는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제를 인지하게 된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폭력과 뇌물로 콜롬비아를 지배했지만 결국 국민들이 힘을 합쳐 새 대통령을 뽑고 에스코바르를 체포한 사례를 떠올려 보자.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폭력 앞에 두려워하고 침묵하는 대다수 국민의 정치적 의지가 모이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상형 테러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여기서 ‘이상’이란 의학적으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심리, 정서가 불안정하고 고립된 이가 극단 분위기에 휩쓸려 사회 통념상 저지를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를 때도 ‘이상’한 상태라고 폭넓게 지칭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이들이 사회적으로 늘어나고, 그런 이들을 부추기는 극단적 정치 문화가 만연할 때,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이 감당할 신체 위험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지난 총선 당시 벌어진 송영길 피습 사건을 떠올려 보자. 범인 표모 씨는 한미연합훈련에 반대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는, 민주당 혹은 그보다 더 진보 성향이 큰 정당을 지지할 법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자신과 이념이 다른 정당의 정치인을 공격하는 대신, 당시 민주당 당대표이던 송영길의 후두부를 향해 장도리를 휘둘렀다.

    수사 도중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에 표 씨의 진의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송영길이 입장을 바꿔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술을 남겼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망치로 때려도 될까. 송영길을 살해한다고 해서 표 씨가 원하던 반미주의가 실현될까. 의학 진단과는 별개로 그가 정상 판단력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이상형 테러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정념이 과잉돼 있으며, 그것이 폭력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의료 복지 체계 및 공권력이 그것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형 테러가 발생한다는 것은 온 나라가 이념처럼 반박할 수도 없고, 조직 범죄처럼 소탕할 수도 없는, 말하자면 ‘정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상과도 같다.

    정치권‧공권력‧사법부 책임

    이재명을 습격한 김모 씨는 어디에 해당할까. 일단 이해관계형 테러로 볼 여지는 없는 듯하다. 공교롭게도 이재명이 퇴원한 바로 그날 경찰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그렇다. 김모 씨는 스스로 ‘남기는 말’이라고 이름 붙인, 쉽지 않은 문장 전개로 뒤죽박죽 쓰인 7446자 변명문을 작성했다.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혀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념형 테러일까, 이상형 테러일까.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도 분명하게 말할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치병자’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의존하는 팬덤정치, 여야 할 것 없이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지는 극단 정치 유튜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공권력과 사법부를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김모 씨는 사법부 내 종북 세력으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피해자를 단죄하지 못 는 것을 자신의 범행 이유 중 일부로 제시했다. 물론 비상식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말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던 판사가 돌연 사표를 제출하는 등, 그와 관련된 사건들의 판결이 비상식적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이런 식이면 이념형 테러와 이상형 테러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정도다. 정치권과 공권력, 사법부가 정치를 한층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 아닌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는 우리가 제대로 겪어본 적 없거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그것, 이해관계형 정치 테러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정치를 되살릴 ‘골든 타임’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칩 워’ ‘인간의 본질’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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