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대한민국 정상화 위해 올해 반드시 개헌해야 한다”

[Special report | 사실상 內戰…개헌, 실행만 남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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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5-03-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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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년 개헌, 18차례 여야 회의해 32일 만에 합의안 도출

    • 이재명의 민주당 반대하는 이유, 사법 리스크에 있다

    • 대통령과 국회 모두 권한 나누고 ‘남용’ 경계해야

    • 상·하 양원제, 수도권과 지방 균형 맞추기에 적합

    • 헌재 편향성·선관위 불공정성도 개헌 통해 해소 가능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위원장은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은 폐지하고, 면책특권은 그대로 둬야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위원장은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은 폐지하고, 면책특권은 그대로 둬야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개헌은 시간이 아닌 의지에 달렸다. 1987년 개헌도 여야 중진 8명이 18차례 회의를 거쳐 32일 만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후 개헌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왔지만 한두 사람의 욕심 때문에 번번이 좌초됐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금의 헌법 체계로는 국정 안정을 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호영(66)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위원장은 “올해는 반드시 개헌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단호한 표정과 어조에서 특유의 결기가 묻어났다. 그를 만난 건 국민의힘이 개헌특위를 발족한 지 보름여 지난 3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다. 당 개헌특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직무 복귀를 전제로 한 개헌’을 공언한 직후인 같은 달 27일 구성됐다. 주호영 위원장이 선봉에 서고, 성일종·신성범·유상범·조은희·최형두 의원이 위원을 맡았다. 개헌특위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대구에서 내리 6선을 한 국민의힘 최다선 의원이다. 세 차례 원내대표를 지냈고, 2013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개헌의 필요성과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현재 국회부의장직까지 겸직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에게 개헌과 관련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유통기간 끝난 ‘87년 체제’ 대통령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통기간이 끝났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겼다. 어떤 의미인가.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이,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다. 헌법상 제도 자체는 대통령이 권력을 자제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역대 대통령들이 헌법대로 하지 않고 함부로 권력을 키운 측면이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지금까지 국무위원을 제청한 역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이해찬 정도밖에 없는 걸로 안다. 또 공기업 임원들은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는 곳이 많은데 이걸 대통령실에서 ‘이 사람 임명하라’는 식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어떤가.

    “대통령이 엄격한 법적 통제를 받는다. 법을 넘어선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이 남용 없이 유지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법적 권한을 넘어서도 통제를 받지 않아서 ‘실패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실패했다”는 근거가 뭔가.

    “1987년 9차 개헌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노태우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까지다. 그중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한 명 빼고 나머지는 다 본인이 구속되거나 탄핵소추를 당하거나 가까운 가족이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법 절차를 안 밟아서 그렇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나 탈원전 강요, 탈북민 북송 사건, 해수부 공무원 사건 등 사법 처리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의 권력이 전혀 견제받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한다. 정권이 바뀌면 그걸 사법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 보복이네 하며 대치하니 국력 낭비가 엄청나다. 결론적으로 실패한 제도이고 유통기한도 끝났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법대로만 권력을 행사하게 하면 되지 않나.

    “법대로 못 한다는 것을 (역대 대통령들이) 지금까지 확인해 왔다. 국무총리에게 헌법상 국무위원 제청권이 주어졌음에도 그걸 쓰지 못한 것은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지명도 하고 해임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을 해임할 수 있는데 장관 인사에 대해 제청권을 쓸 수 있겠나. 헌법에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장치를 이제 (개헌을 통해) 고치자는 거다.”

    외국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통제하는 게 가능하다고 들었다. 특별한 방법이 있나.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돼 있어서 법 이외의 권한을 행사할 수가 없고, 언론과 국민의 감시가 철저해 일본 같은 경우 총리 일정이 분 단위로 나올 정도다. 총리가 누구를 만나는지도 다 알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통령의 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언론이 모르게 누구를 만난 게 나중에 다 문제가 되지 않나. 내가 1994년에 법관 연수차 미국에 가 있으면서 헌법학 교수의 연구실을 썼다. 그 연구실이 왜 비었냐면 헌법학 교수가 법무부 부차관이 돼 백악관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그의 보직은 공무원들의 언행이 미국 헌법에 맞는지 안 맞는지만 보는 직책이었다. 거기서는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를 지명해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라면 가능하겠나. 그런 자리들이 제대로 작동해 대통령이 권한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는 거다.”

    언론의 감시 기능이 철저하게 작동한다고 해서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는 언론이 노력해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 없다. 반면 일본은 총리가 뭐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들어놨다. 이를 강제하는 법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관례화돼 총리 일정 공개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 점은 왕조시대보다 퇴보했다. 조선시대에는 사관들이 왕이 가는 모든 곳에 배석해 사초에 기록했다. 지금도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법이 있어서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는다. 대통령이 공개해선 안 될 사람을 만날 때는 기록에 남지 않게 한다. 그런 예외를 둬선 안 된다. 나중에 그런 일들이 꼭 말썽을 일으키고 문제가 된다.”

    4년 중임제, 재선율 낮으면 독 될 수도

    우리도 이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부터 법과 원칙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임과 동시에 법에 있는 권한 이외에는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 장치들이 직업공무원제 같은 틀을 통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쉽지 않으니 일부 권한을 완전히 떼어주도록 제도화하자는 거고, 그걸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

    반드시 올해 개헌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87년 개헌한 후 38년이 흘렀다. 그사이 여야를 불문하고 여러 역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이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금도 많은 정치인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개헌은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현행 대통령제는 유통기간이 끝났고 실패한 제도라는 말이 20년 전부터 나왔는데도 개헌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한두 사람의 과도한 욕심에 있다.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이 개헌을 싫어한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할 때 개헌하자고 하면 권력 누수가 생길까 반대한 것이다. 그러다 국정을 운영해 보면 이 헌법 체제로는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가기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개헌하자고 했다. 그런데 차기의 유력한 대선후보는 이를 반대한다. 개헌하면 정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런 식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 박해윤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 박해윤 기자

    이재명 대표가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지금 이대로 빨리 대선을 치르면 자기가 여론 조사에서 앞서 당선될 것 같으니 상황 변화를 만들기 싫은 거다. 다른 하나는 개헌으로 정치 일정이 늦어지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재판 결과가 그사이 나올까 걱정돼서다. 유죄판결이 빨리 나오면 차기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개헌을 반대하는 거라고 본다.”

    2월 27일 국민의힘 개헌특위가 발족했다. 당 차원의 개헌 논의가 있었을 법한데.

    “매주 목요일 오전 정기회의를 한다. 오늘 2차 회의에서는 권력구조에 관해 위원 전원이 각자 의견을 이야기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책임총리제를 얘기한 사람이 많았다. 국회가 지금처럼 탄핵을 남발하며 국무위원 해임권을 발동하면 안 되니까 국회 탄핵권, 국회해산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대통령의 권한을 지방으로 나눠주는 지방분권, 국회의 권한을 나누는 양원제도 논의 대상이다.”

    4년 중임제와 책임총리제는 서로 보완하는 효과가 있나.

    “그렇지는 않다. 4년 중임제는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잘하면 8년으로 늘어나는 거다. 대통령이 제왕적이라 해놓고 왜 더 오래 집권하게 하려고 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미국이 4년 중임제를 시행하는 데는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한 번 하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보다 잘하면 한 번 더 할 기회를 준다고 할 때 열심히 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5년 집권으로 끝나면 (대통령이)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자기 고집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더 선거를 치를 기회가 있는데도 국민 뜻을 잘 수렴하지 못하면 임기가 4년으로 끝난다. 4년 중임제는 ‘민의를 잘 수렴해서 한 번 더 해야지’ 하는 동기를 유발하기에 전반기에 잘할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거다. 대신 한 번 뽑히고 나면 뒤에 후반기 4년은 잘하게 할 담보가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새로운 대안, 책임총리제와 양원제

    다른 문제는 없나.

    “미국처럼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된 나라는 괜찮은데 우리처럼 행정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이 강한 상태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재선을 위해 공무원 조직 전체를 선거에 이용할 위험이 있어 (5년 단임제보다) 더 나쁜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4년 중임제의 성공 조건은 재선율이 70~80%는 돼야 한다. 4년 중임으로 해놨는데 4년 하고 선거에 떨어지면 3년짜리 대통령이 되는 거다. 마지막 1년은 선거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4년 중임이 가능한데 3년짜리 대통령이 계속 나오면 5년 단임제보다 못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책임총리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나.

    “책임총리제는 대통령 권한을 행정부 안에서 좀 가르자는 취지의 제도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 같은 나라에서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부여되면 국정을 구석구석 제대로 살피기 힘든 측면이 있다. 권한을 총리와 갈라서 행사하게 해야 한다. 해외에도 분권한 나라들이 있다. 다만 분권 제도는 어떻게 분권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일단 총리는 내정에,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에 집중하는 식으로 하면서 보완해 나가면 된다.”

    현행 단원제 안에서 다수당의 입법 폭거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할 수 있는 양원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해외 의회 대부분이 양원제를 시행한다. 우리나라 의회도 예전에는 양원제를 전제로 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 회의장도 실은 상원 회의장으로 설계돼 만들어졌다. 다만 통일될 때까지 양원제를 안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현행 단원제에서 여러 문제가 파생돼 양원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입법은 대단히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두 번에 걸쳐 검토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 단원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하원으로만 운영되는 구조인데, 하원은 헌법상 투표 가치 때문에 인구비례로 의원을 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비례대표를 뺀 254석 중에 122석이 수도권에서 선출된다. 지방은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거다. 그런데 미국 상원은 주마다 2명씩 대표를 두고 인구와 관계없이 지역을 대변하게 한다. 그러니까 양원제를 시행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국회를 이대로 단원제로 두면 머리 숫자에 비례하는 수도권 정책밖에 못 나온다. 게다가 상원과 하원은 다수당이 다를 수 있고, 서로 견제와 감시를 통해 자정작용을 한다. 특정 정당이 일방적으로 입법을 독주하거나 탄핵을 남발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국회 권력도, 대통령 권력도 갈라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게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양원제의 단점은 없나.

    “상·하 양원이 있으면 의사결정이 신중해지는 대신 많이 늦어질 수 있다. 어떤 논제든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상원과 하원의 의견 대립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많이 늦어질 수 있다.”

    그 말끝에 그는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제도의 부작용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제도가 야기할 부작용도 들여다보면서 미연에 이를 해결할 방안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국회에 ‘무기 대등의 원칙’ 적용해야

    우리나라 공무원제도는 미국의 직업공무원제와 결이 다른가.

    “질이 다르다. 직업이 공무원이어서 직업공무원제가 아니다. 신분보장, 권한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공무원이 개별로 부여받은 권한을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외국은 이를 명확히 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총리가 자동차 법규를 위반했다고 경찰이 봐주지 않는다. 당당하게 딱지 떼고 범칙금을 물게 한다. 이런 문화가 확립돼야 직업공무원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겐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다. 미국도 그런가.

    “미국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은 특별검사를 지명해 대통령도 기소할 수 있다. 불소추 특권은 장점이 훨씬 많은 제도다. 대통령이 국사에 집중해야 되는데 이런저런 일로 고소 고발을 수시로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일일이 수사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없다.”

    국회 의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 단일 정당 중심의 ‘제왕적 의회’가 권력을 남용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나라 헌법에 있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그 나름대로 역사적 이유가 있다.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의회를 정치적으로 구속하고 탄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정치적 구속이나 탄압을 당할 위험성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그래서 불체포특권의 경우 나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보고, 또 불체포특권 포기를 여러 당이 공히 약속했다. 다만 면책특권은 계속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팩트가 조금 틀렸다고 해서 명예훼손죄나 허위사실유포죄를 물으면 제 역할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뻔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면책특권 뒤에서 숨어 사는 ‘남용’은 문제다. 그럼에도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훨씬 이득이기에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여소야대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대통령제의 한계를 보완할 방법이 있나.

    “무기가 대등해야 견제가 가능하다. 무기 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국회가 권력을 남용하는 행태를 저지할 가장 효과적 방법은 국회를 해산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다.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장관들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제어할 수 없으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겠나. 대통령이 국회해산권을 가지면 국회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하기보다 자제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헌재와 선관위가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관을 둘러싼 불공정, 편향성, 부정부패와 관련한 문제도 개헌 과정에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헌재 구성 요건 자체가 정파적으로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국회 추천 몫 재판관이 3명인데 한 명은 여당, 한 명은 야당이 추천하라는 식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면 지금과 같은 편파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도 엄밀히 말해 행태의 문제이지, 헌법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선관위의 비리나 부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체 감사나 감사원이 감사할 수 있도록 개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개헌특위의 향후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헌법 전반을 개정하는 쪽으로 해서 개헌에 속도를 내고, 탄핵이 받아들여지면 원포인트 권력구조(대통령제)만 개헌하는 쪽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신동아 4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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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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