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개교도 하지 않은 대학의 초대 총장직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처음’이라는 것이 큰 부담감을 안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처음’이라는 것에 설레기도 합니다. 울산과기대는 백지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인 만큼 도전해볼 만합니다. 멋진 그림을 그린다면 여느 대학 총장보다 몇 배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총장은 경상대 총장 시절 국내 대학 최초로 미국 명문대학인 퍼듀대와 공동박사학위제를 시행, 경상대를 생명과학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만든 바 있다. 무언가에 도전하기를 즐긴다는 그의 말투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울산과기대 설립이 추진된 것은 울산에 국립대를 신설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2004년 10월 울산국립대학설립추진위원회와 추진기획단이 구성되면서부터다. 2005년 9월 정부와 울산시가 ‘울산국립대학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해 9월13일자로 법인 설립과 함께 이사회가 구성됐다. 그 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 일대 약 100만㎡ 부지를 매입, 지난 11월1일 기공식을 마쳤다. 2010년 말 완공을 앞두고 우선 대학본부, 학술정보관, 제1공학관 등의 필수시설을 지어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입학 정원은 1000명, 대학 정원은 대학원 1000명을 포함해 5000명이며, 교수 인원은 250여 명.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카이스트는 학생 7000명에 교수 450명, 포스텍은 학생 3000명에 교수 250여 명이다. 울산과기대는 그 중간 정도다. 전공 분야는 전자컴퓨터공학부와 기계재료공학부, 생명화학공학부, 도시환경공학부, 에너지공학부, 인간공학부, 테크노경영학부 7개로 나뉜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다수 자리 잡은 산업중심도시입니다. 이런 도시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공급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산업체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국립대학을 만들어달라는 울산 시민들의 오랜 염원에 따라 설립되는 대학이 울산과기대입니다. 또한 정부에서 모든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대학들의 반대로 입법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과기대를 최초의 국립대학법인으로 설립, 국립대학 법인화의 성공 모델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국립대 법인화 모델 대학
국내 최초의 국립대학법인. 이는 울산과기대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국립대학법인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절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립대학의 경우 정부가 모든 것을 주관한다면 국립대학법인은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지라도 법인이사회를 통해 대학이 자율성을 갖는다. 하지만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는 대신 그만큼 책임도 커진다. 특히 재정 문제에서 그렇다.
“정부가 울산과기대를 법인화한 것은 일정 비율의 재정을 지역과 대학이 자체적으로 충당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 경쟁력, 학생 경쟁력, 최첨단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경쟁력, 재정 확보 경쟁력, 그리고 리더십의 경쟁력이 합해져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재정 확보 없이는 불가능해요. 총장으로 발령받고 나서 무엇보다 재정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