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달랑 가진 조합원에게 전 재산과 다름없는 땅과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결과를 초래할 사업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절차다. 그것만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길인데도 조합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마저 조합의 불법행위를 방치하는 현실은 실로 유감스럽다.
▶ 대책 : 도장을 함부로 찍지 말라
재개발사업은 한마디로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합원이 소유한 헌 집과 땅을 신축될 새 아파트와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업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처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헌 집과 새집의 교환조건이다.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에게 매매가격이 가장 중요한 정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재개발사업에서는 헌 집을 얼마로 쳐줄 것인지, 그리고 새집을 얼마에 공급해줄 것인지가 핵심정보다. 이 핵심정보를 알아야 각 조합원은 계산기를 두드려볼 수 있고 그 사업이 자신에게 득인지 실인지를 따져본 뒤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설립 동의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반드시 내 집을 얼마로 평가해줄 것인지, 시가로 해줄 것인지 공시지가로만 해줄 것인지, 분양가는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인지를 분명히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조합으로부터 그에 대한 답을 들었다면 그 내용을 동의서의 빈 칸에 쓰고 확인을 요구해야 한다.
조합설립 동의서뿐 아니라 조합에서 요구하는 어떤 서류에든 도장을 찍을 때는 조합직원이 찍으라 한다고 무작정 찍어주면 안 된다. 서류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 도장을 찍어야 한다. 서류에 적힌 내용이 어려워서 도통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지 말고 하루 이틀 뒤에 결정하겠다고 한 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문하도록 하자.
끼리끼리 사업진행
‘몰래몰래 비밀작전’과 같은 맥락에서, 조합은 자신들이 주최하는 각종 회의에 조합원이 참석하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는 듯하다. 조합을 설립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창립총회는 물론, 조합원이 헌 집 주고 새집 받는 조건이 확정되는 관리처분계획의 의결을 위한 총회 등 중요한 총회에 조합원이 참석하는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조합원은 서면결의만 하고 총회엔 참석하지 않는다. 조합이 조합원에게 총회에 참석하는 대신 서면결의로 대신하라고 유도하기 때문이다. 총회에 실제로 참석하는 조합원이 많을 경우 비판적인 조합원의 목소리가 여과 없이 다른 조합원에게 전파될 수 있고, 이는 조합이 바라는 바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 대책 : 총회엔 반드시 참석하라
평생 일군 귀중한 내 땅과 집에 관한 문제이므로 재개발사업에 관한 서류나 회의는 당연히 숙지하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법률용어로 가득 찬 서류를 혼자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적어도 조합에서 주최하는 회의에는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총회에 참석해보면 다양한 사람의 주장을 들을 수 있고, 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조합임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이 되어 그들이 부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는 훌륭한 견제수단이 될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