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업무 직원 골프 접대 받아
“서울 출장 가니 호텔 숙박료 내달라”
캠코 “업무 전반 개선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A씨가 관련업체 임직원들에게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내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Gettyimage]
A씨가 일하는 부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건설, 설계 등 용역사업 계약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들을 접대해 온 곳은 캠코가 공공계약을 담당하는 용역사업에 관계된 회사들이었다. A씨와 일부 부하 직원은 공공용역 사업 계약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캠코와 국무조정실은 A씨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캠코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가 있었고, 제보의 내용이 구체적이라 감사에 착수했다”며 “4월 15일 국무조정실의 조사가 시작돼 자체 감사를 유보했다가 7월 감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캠코에서 부동산 개발 및 건설 계약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개발사업 관련 계약, 심의, 심사 업무를 했다.
상습적 골프 접대
국무조정실은 조사를 통해 A씨가 2020년부터 2회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20년 6월 A씨는 제주 서귀포시 소재 골프장에서 건설 자재회사 관계자 등 3명과 1박 2일간 골프를 쳤다. A씨는 골프장 이용과 식사, 숙박에 드는 비용을 내지 않았다. 액수로 49만9250원의 향응 접대를 받은 것.지난해 2월에는 캠코 직원 B씨와 함께 충북 음성군 소재 골프장에서 1박 2일간 골프 접대를 받았다. 역시 공공계약과 관련된 업체 임직원 2명과 함께였다. 이날 골프에 소요된 비용은 총 238만6680원으로 1인당 59만6670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돈을 내지 않았다. A씨는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두 차례의 골프 접대 외에도 수차례 직무 관련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진 캠코 내부감사에서 A씨의 통화 내역을 조사한 결과 34회가량 골프 접대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A씨가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지만 접대를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A씨는 골프장에서 가명을 사용했고,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해 결제 내역을 찾을 수 없었다.
골프 모임을 주도한 것이 캠코 관계자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캠코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직원 등 복무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직 캠코 부장 C씨가 제주도 골프 모임을 주도했다. 당초 참석 예정자는 A씨와 C씨, 다른 캠코 직원 D씨, 자재회사 관계자 등 4명이었다. 하지만 C씨와 D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모임에 나가기 어려워졌고 자재회사 관계자 2명이 더 골프 모임에 참석해 A씨의 골프 비용을 부담했다.
이외에도 A씨가 서울로 출장을 와 건설회사 대표 E씨에게 숙박료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2019년 11월 A씨가 서울 출장 중 E씨에게 연락을 취해 “피곤해 쉬어 가야겠다”며 서울 종로구 소재의 호텔 예약을 요구했다. E씨는 어쩔 수 없이 호텔을 예약, 12만 원의 숙박비를 대신 냈다.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A씨는 E씨에게 두 차례나 숙박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E씨가 당시 영수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나머지 한 번은 정확한 금액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용역 심사위원 선발 절차에도 관여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입주한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 [뉴시스]
출장비를 부당 수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2018~2020년까지 2년간 18회에 걸쳐 출장교통비 69만2900원을 부당 수령한 것. 그는 ‘공공개발계약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선정 및 입찰 관련 이의 신청 보고’를 명목으로 출장을 신청했다. 서류상으로는 그가 부산 본사에서 서울로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그는 대전 자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부산과 서울 왕복 교통비를 받아왔다.
A씨는 개발사업 심의에도 부정 개입했다. 공공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설계공모심사위원회’와 ‘건설사업관리용역 종합 기술제안서 평가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당 심사위원은 통상 7명. 모두 추첨으로 결정된다. 이 중 설계공모심사위원회 위원을 A씨가 임의로 선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9월 경기 안양시 복합청사 설계용역 입찰공고 전 A씨는 부하 직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은 모 대학 교수 2명을 신경 써달라는 것. 부하 직원은 이를 반영해 추첨 결과를 바꿔 이 두 명의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월 서울 동작구의 한 위탁개발사업에서는 A씨가 직접 심의 및 업체 선발에 개입했다. 공공개발 건축설계공모 업무요강에 따르면 A씨는 심의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심의 절차에 적극 개입해 절차를 무시하고 원하는 업체를 선정했다.
캠코는 A씨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면직 처리했다. A씨는 캠코를 떠나는 것은 물론 유관기관 및 관련업체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외에도 A씨와 함께 골프 접대를 받은 직원은 1개월 정직, 개발사업 심의 방해에 참여한 직원은 주의 및 경고 처분을 받았다.
“철저한 교육 통해 유사 사건 막겠다”
캠코는 A씨의 추가 비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골프 접대 외에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주기적으로 A씨의 통장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입금됐기 때문. 총 금액은 2억8594만 원이다. 수사를 맡은 부산남부경찰서는 지난해 7월 뇌물 및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조사했으나 올해 2월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입금 내역이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골프 접대와 숙박료도 같은 이유로 형사처분 대상에서 벗어났다. ‘신동아’는 부산남부경찰서에 해당 사건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캠코 관계자는 “수차례 골프 접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접대한 업체가 실제로 공사를 맡게 된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혜를 준 것으로 보이는 업체들에는 골프 및 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캠코 측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공공개발 건설 계약 등 업무 전반을 개선했다”며 “건설 계약 심사·평가위원 선정 및 자재 심의 전 과정을 전산 기록 및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 임직원 대상 윤리교육을 실시했다. 캠코 관계자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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