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바람이 부는 인천공항 활주로를 뒤로하고 이륙한 지 4시간 만에 비행기는 남태평양의 대표적 휴양지 괌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려서자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상큼한 바다 냄새를 잔뜩 머금은 훈풍이 코끝을 간질였다.
괌 공항은 피한(避寒)차 이곳을 찾은 북반구 겨울 골퍼들의 긴 행렬로 부산했다. 간간이 결혼식을 막 끝내고 날아온 신혼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괌은 미국령이지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고, 수속도 간단하다.
시내로 이동하는 차창을 통해 시야에 들어온 괌 시내는 무척 평온해 보였다. 해변에 인접한 H호텔에 여장을 풀고 커튼을 젖히니 환상적인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강렬한 태양 아래 넘실거리는 장대한 남태평양과 하얀 백사장, 그 곳에 점점이 펼쳐진 각양각색의 파라솔과 그 밑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바다 위엔 바나나 보트와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괌은 한국과 일본 골퍼들에게, 특히 중·장년 골퍼들 사이에서 최고의 겨울철 휴양지로 꼽힌다. 골프에 적합한 기후에, 거리는 가깝고 여행경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1521년 3월6일 마젤란이 항해 중 최초로 발견한 이 섬은 1565년 스페인의 탐험가 레가스피가 영토권을 선언한 후 1898년 미·스페인 전쟁 결과 미국령이 될 때까지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1941년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한때 일본군이 진주하기도 했다. 거제도보다 약간 큰 550㎢에 불과하지만 마리아나 군도에서는 가장 큰 섬이다. 수도는 아가냐. 인구는 11만명이며 원주민인 차모로인이 주민의 46%를 차지한다.
괌에는 잭 니클라우스, 그렉 노먼, 게리 플레이어 등 세계적인 골퍼들이 직접 설계한 7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골퍼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것도 이처럼 다양한 코스와 국제적인 수준의 골프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유명하고 독특한 코스가 망길라오(Mangilao) 골프클럽이다.
전·후반 전혀 다른 코스
1992년 4월에 개장한 망길라오 골프코스는 로빈 넬슨이 설계했으며, 파 72에 백티(back tee) 기준으로 6788야드의 국제 수준급 챔피언 코스다. 이 골프장의 상징은 괌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아열대 꽃인 붉은 부켄베리아. 이곳의 아침저녁 기온은 23℃ 전후이고, 한낮에도 26℃를 넘지 않아 한국의 늦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하지만 무역풍 덕분에 습도가 높지 않아 선선하다.
라운드 등록을 위해 프로 숍에 들어서자 원주민 아가씨가 차모로 언어로 “하파데이(안녕하세요)”라면서 반갑게 맞았다. 그린피는 150달러. 괌에서는 비싼 편이지만 코스를 마친 후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 9홀은 대부분 광활한 데다 OB도 없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깃발을 볼 수 있어 자신감 넘치는 드라이버 샷을 날릴 수 있다. 양쪽 측면에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팜 트리와 연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