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호

“골프도 인생도 ‘중용’ 욕심날 때 참아야죠”

‘근성 있는 모범생’ 전인지

  • 구자홍 | 주간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1-22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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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 목표’ 향해 나아가는 중
    • LPGA 투어 진출은 대학 졸업 이후
    • 도전보다는 성공 확률 중시
    “골프도 인생도 ‘중용’ 욕심날 때 참아야죠”
    ‘차세대 유망주’ 전인지(21)는 골프 입문이 늦은 편이다. 비슷한 또래의 김효주(20)가 6세, 백규정(20)이 유치원 때 골프에 입문한 데 비해 전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 선수가 되기 전까지 그는 공부를 잘했다. 특히 수학 영재였다. 그런 그가 골프선수가 되겠다니 학교 선생님은 “공부를 계속 시켜야 한다”며 한사코 말렸다. 하지만 딸을 골프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아버지의 선택은 성공했다. 전인지는 2013년 프로 데뷔 첫해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14 시즌에는 3승을 거두며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경기 성남 남서울CC 제2연습장에서 만난 그는 영락없는 모범생 이미지였다. 단정한 용모에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 자기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2014년 투어는 만족스러웠나요.



    “2013 시즌은 부상 탓에 마무리가 아쉬웠는데, 2014 시즌에는 3승을 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요. 프로에 데뷔할 때 처음 세운 목표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매년 성장하는 선수’

    ▼ 처음 세운 목표가 뭔가요.

    “비밀이에요. 아직 누구에게도 공개한 적이 없어요.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 선수 생활을 오래 꾸준히 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매년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 그 목표를 이루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글쎄요. 비밀이에요(웃음).”

    대부분의 프로골프 선수가 꿈꾸는 것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10년 이상 투어 생활을 지속하면서 20승 이상 올려야 하고, 메이저 대회 우승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상금왕’에 오르거나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이 목표가 될 수 있다.

    전인지가 가슴속에 비밀스럽게 담아 둔 목표는 과연 뭘까. ‘비밀’이라며 숨기니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이렇게 물어보고 저렇게 유도 심문해봤지만 별무소용. 끝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의 고집에 문득 ‘사귀게 될 남자 애깨나 태우겠다’는 심술궂은 생각이 든다.

    ▼ 2013 시즌에 비해 2014 시즌 성적이 더 좋았는데.

    “(2013년 시즌 후반) 부상 이후 석 달 넘게 연습을 못 해 (2014) 시즌 내내 샷 감이 좋지 않았어요. 중간에 손가락 부상도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멘털 훈련을 더 하고, 코스 관리에 신경을 쓴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3년 넘게 박원 원장에게 스윙 지도를 받는데, 스윙뿐 아니라 멘털 훈련에도 많은 도움을 주세요.”

    전인지의 스윙 코치는 골프 해설위원으로도 유명한 박원 모델골프 아카데미 원장이다.

    ▼ 멘털 훈련을 받으면 경기할 때 도움이 되나요.

    “코스에서 게임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돼요.”

    “골프도 인생도 ‘중용’ 욕심날 때 참아야죠”
    ▼ 코스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게임을 하다보면 순간적인 욕심 때문에 무리한 시도를 하기 쉬운데, 그러면 리스크가 너무 커요. 인생도 중용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하잖아요. 골프도 마찬가지예요. 욕심이 날 때 참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성공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안전하게 끊어가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도전적으로 샷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추어라고 끊어가고, 프로라고 무조건 공격적으로 샷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선수마다 성향이 다르죠. 저는 성공 확률을 중시해요.”

    열성 팬이 캐디 백 메기도

    ▼ 2014 시즌 전반기와는 달리 후반기에 몰아치기 버디로 승부를 뒤집은 경우가 많았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반기와 후반기 경기 패턴이 달라졌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경기 중에는 당장 해야 할 샷에만 집중하려 노력해요. 앞 홀에서 공이 홀 컵에 들어갔건 안 들어갔건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18홀 게임에 집중하다보면 제가 버디를 몇 개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대회 때도 경기 끝나고 팬께서 ‘다섯 홀 연속 버디 멋있다’고 말해줘서 알았어요.”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에서 치러진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전인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다섯 홀 연속 버디로 김효주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결국 두 타 차 준우승에 그쳤지만, 전인지의 몰아치기는 2014년 시즌 후반기 좋은 성적의 비결로 꼽힌다. 11월 말 국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를 몰아치며 허윤경(26)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에게는 열성 팬이 많다. 출전 대회 때마다 코끼리 모양이 새겨진 노란색 모자를 함께 맞춰 쓴 팬이 수십 명씩 몰려다니며 응원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 때는 팬이 하루씩 돌아가며 캐디 백을 메기도 했다. 전인지는 “저와 팬들께 특별한 기억이 남은 즐거운 대회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 연말에는 팬과 함께 라운드도 즐기고 송년회도 했다.

    ▼ 미국 진출 시기를 대학 졸업 이후로 미뤘는데.

    “학교(고려대 사회체육학부)와 국내 투어를 함께 하는 것도 힘든데, 미국 투어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 좀 더 준비해서 학교를 마치고 (미국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학교생활은 어떤가요.

    “(시즌 중반) 손가락 다치고 성적에 욕심을 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에 빠지다보니 스트레스가 더 쌓였어요. 그런데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고, 학업에 집중하면서 친구들과 자주 만나 대화한 것이 오히려 경기에 도움이 됐어요.”

    ▼ 공부가 힐링이 된 건가요.

    “공부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고요. 학교 가서 강의 듣고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 제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 골프에 늦게 입문한 편인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어요. 그전에도 운동을 좋아해서 아빠랑 배드민턴도 하고, 태권도와 야구도 취미로 1주일에 한 번 정도 했어요.”

    “근성 있으니 시켜봐라”

    “골프도 인생도 ‘중용’ 욕심날 때 참아야죠”

    지난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

    ▼ 골프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어요. 프로골퍼 중에 아빠 친구가 있는데, 그분이 골프채를 하나 주고 ‘연습해봐라’ 하면서 ‘이것밖에 못하느냐’고 놀렸어요. 어린 마음에 화가 나서 3시간 넘게 연습했죠. 그런 모습을 보고 그분이 ‘근성이 있으니 시켜보라’ 했고, 아버지도 그때 결심한 것 같아요.”

    ▼ 어떤 클럽이 가장 자신 있나요.

    “쉬운 건 하나도 없어요. 골프는 완벽할 수 없는 게임인 것 같아요.”

    ▼ 그래서 골프를 일컬어 ‘실수를 줄여가는 게임’이라고도 하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제 경기를)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요. ‘오늘 퍼터가 안 된다’ ‘아이언 샷이 문제다’…. 골프가 그런 것 같아요. 드라이버, 아이언, 숏 게임, 퍼팅…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어요.”

    ▼ 그래도 자신 있는 클럽을 하나 꼽는다면.

    “아이언 샷.”

    ▼ 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제가 생각하기에 보완은 다 필요해요. 퍼터도 그렇고, 드라이버, 아이언, 숏 게임 다 보완할 점이 있어요.”

    ▼ 2014 시즌에 3승을 했는데….

    “우승한 대회라 하더라도 아쉬운 샷은 늘 있어요. 순간순간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려 노력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이죠.”

    ▼ 연습은 어떻게 합니까.

    “시즌 중에는 연습을 많이 못해요. 월요일 하루 정도 집중해서 연습해요. 컨디션 관리도 선수에게 중요한 부분이에요. 시즌이 아닐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트레이닝으로 몸 관리도 하고, 연습도 해요.”

    “피한다고 피해지나요?”

    ▼ 연습할 때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둡니까.

    “스윙 때 맘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치려 노력해요. 숏 게임 연습도 하고요.”

    ▼ 2015 시즌 목표는 뭔가요.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거예요.”

    ▼ 너무 추상적인데….

    “투어 2년 뛰면서 배운 게 많아요. 부상 관리, 컨디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동계훈련 때 부족한 점을 중점적으로 보완해 더 좋은 플레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요.

    “시즌 끝나고 시간 날 때면 언니나 친구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놀러도 가요. 아무래도 바빠서 자유시간이 많지는 않지만요.”

    ▼ 모범생하고 인터뷰하는 기분입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건데요.”

    ▼ 자라면서 모범생 얘기 많이 들었죠?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편이에요.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편이죠.”

    ▼ 일반적으로 힘든 상황에 닥치면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쉬운데….

    “피한다고 피해지지도 않고,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려 거짓말해도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려 노력해요.”



    Lady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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