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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골퍼와 골프볼은 운명공동체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4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골퍼와 골프볼은 운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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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골프 역사 격돌’이란 일찍이 골프계를 석권해온 구타페르카 볼과 혜성처럼 등장한 허스켈 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를 가리기 위한 드림매치를 의미했다. 경기의 형식은 유일무이한 것이었다. 존 헨리 테일러와 제임스 블레이드가 A조, 해리 바든과 조지 던컨이 B조가 되어 전반 18홀에는 A조가 구타페르카 볼을, B조가 허스켈 볼을 사용하기로 했다. 후반 18홀에서는 A조가 허스켈 볼을, B조가 구타페르카 볼을 사용한 뒤 좋은 스코어를 계산하기로 했다. 대회를 주최한 신문사는 승리 팀에 30파운드, 진 팀에 20파운드를 상금으로 내놓았다.

경기 당일 대회장인 선데이로지 골프클럽에는 3000명 이상의 갤러리가 운집했고, 가설매장까지 등장하는 등 큰 소란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데일리 메일’ 사장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점심시간에 4명의 선수를 한 자리에 모아 드라이빙 콘테스트를 실시, 두 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수치로 확인하고자 한 것.

스타트 시간이 다가오자 젊은 던컨이 해리 바든에게 물었다.

“선배님, 저는 구타페르카 볼의 특성을 잘 모릅니다. 어떻게 치면 좋겠습니까.”

“구타페르카는 조약돌을 헝겊으로 감싸놓은 것과 비슷하지. 손이 받을 충격도 조약돌을 칠 때와 비슷해. 그러니 우선 그립을 제대로 잡아야 해. 그립이 확고하지 않으면 손이 저리거든. 그런 뒤 단단히 마음먹고 확실하게 내리쳐야 한다. 파워가 없으면 멀리 날아가지 않아. 그런데 허스켈 볼은 그와 정반대야. 강하게 내리치면 칠수록 볼의 휘어짐이 심해져. 정확한 스윙을 몸에 익힌 다음, 완만하게 쳐내야 비거리가 늘고 방향성도 좋아져. 한마디로 ‘볼의 귀공자’라고 할 수 있지.”



“그렇다면 앞으로는 허스켈 볼의 전성시대가 오겠군요.”

“아마도 오늘 확실하게 증명될 거야.”

마침내 볼을 주인공으로 한 신구 대결은 A조의 티오프로 막이 올랐다. ‘데일리 메일’은 구타페르카 볼의 타구음에 대해 “근처에 포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굉음이 울려퍼지고, 많은 갤러리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고 썼다. 표현이 다소 과장되긴 했으나 세기적 명선수들의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예견된 것처럼 비거리와 방향성에서 현격한 우세를 보인 허스켈 볼을 사용한 조가 단연 유리해 오전에는 4업, 오후에는 5업으로 연승을 거뒀다. 드라이빙 콘테스트에선 젊은 던컨이 젖 먹던 힘을 다해 쳐도 구타페르카 볼은 238야드를 날아가는 데 그쳤다. 반면 제임스 블레이드는 화려한 스윙으로 허스켈 볼을 279야드나 날려 보냈다. 두 볼의 비거리 차이 약 40야드는, 골프에선 런던과 뉴욕 간의 거리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구타페르카 참패!’

신문의 머리기사는 구타페르카의 종말을 고했다. 한 세기를 풍미한 구타페르카는 1914년 5월16일, 그렇게 죽음을 맞았다.

투피스볼, 스리피스볼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을 거듭해온 골프볼은 최근 들어 구조상 투피스볼과 스리피스볼로 구분됐다. 투피스볼은 천연고무 또는 합성고무로 만들어진 한 개의 구심에 설린 커버를 씌운 것이다. 스리피스볼은 얇은 고무로 둘러싼 액체를 영하 70℃에서 얼린 구심에 약 30m에 이르는 고무줄을 10배 정도로 당겨 구심을 감은 다음, 겉에 발라타 커버를 씌운 것이다. 스리피스볼은 구심에 들어 있는 액체의 역동에 의해 스핀이 많아져 컨트롤은 좋지만 반발력이 약해 비거리가 짧다. 또 발라타 커버의 내구성이 떨어져 쉽게 흠이 가고 제조과정이 복잡한 데다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값이 비싸다.

골프볼은 임팩트 때 볼이 변형되는 데 얼마만큼의 힘이 드는지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경도가 가장 강한 것을 컴프레션 100, 그보다 작은 것을 컴프레션 90으로 표시한다. 통상 컴프레션 100 볼은 글씨나 마크가 검정색으로 표기돼 있고, 컴프레션 90 볼은 붉은색으로 씌어 있다. 컴프레션 100 볼은 헤드 스피드가 초당 42~43m를 넘는 골퍼들에게 적합하고, 컴프레션 90 볼은 헤드 스피드가 37~41m 되는 골퍼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중에서 가장 흔한 볼은 컴프레션 90 투피스볼이다. 투피스볼은 스리피스볼보다 비거리가 많이 날 뿐 아니라 내구성이 강해 볼 한 개로 몇 번을 사용해도 탄력이 쉽게 줄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피스볼을 사용하는 골퍼들이 라운드마다 새 볼을 사용하는 것은 그저 기분에서 비롯된 비경제적인 태도이거나, 볼메이커들의 선전에 사로잡힌 탓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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