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첩첩산중 중국경제… ‘올림픽 후 상승대세론’ 먹구름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입력2008-05-08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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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펀드에 투자하면 대박이 터진다고 했다가 중국 시장이 붕괴하자 “장기 보유하면 오른다”고 말을 바꾼 증권사와 투자운용사. ‘시골의사’는 “왜 반대편의 부정적 시각은 말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금껏 몇 차례 중국 펀드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시골의사가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작심하고 메스를 들었다.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지난 1월 중국 증시가 또 한번 급락하자 괴로워하는 상하이 증시 투자자들.

    지난해 하반기 많은 사람이 보따리를 꾸려 중국으로,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마치 ‘골드 러시’를 따라 캘리포니아로 몰려들던 미국 개척시대 사람들처럼. 그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곤 객장에서 이렇게 외쳤다.

    “중국 펀드요!”

    그냥 중국 펀드. 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그들의 얼굴 위에 10년 전 “코스닥이요!”를 외치던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이 오버랩된다. 수조원을 넘는 자금이 단기간에 그렇게 중국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일등공신은 중국 증시다. 중국 증시는 쟁기를 이고 온 농군, 몇 시간 후 분만대에 누워야 할 산모, 길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공안원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다.

    “주식이요!”



    중국의 흥분은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처럼 순식간에 한국으로 전염됐다.

    짐 로저스 vs 워런 버핏

    짐 로저스라는, 한때 잘나가던 헤지펀드 운영자가 퀀텀펀드라는 불세출의 헤지펀드 회사를 떠나 중국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그곳에서 엘도라도를 보았다. 10억 인민의 눈에 불타는 부(富)를 향한 갈망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중국을 사라! 중국은 향후 10년간 꺼지지 않는 불꽃이며, 중국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 인민들이 먹기 시작했고 입기 시작했다. 거대한 중국이 소비하는 한 세상의 모든 자원은 중국으로 빨려들어갈 것이고, 그 불길은 올림푸스 신전의 타오르는 불길처럼 영원할 것이다.”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증시가 급등하고, 뒤이어 원자재 가격이 속등하는 것을 목도한 사람들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탁월한 혜안에 경의를 표하며 “지금이라도 중국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그의 말을 위대한 복음처럼 여겼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뒤지지 않았다. 언론은 이 위대한 ‘구루’의 일거수일투족을 실황중계하다시피 했고, 금융사들은 새로 만드는 펀드의 절반 이상에 ‘차이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자 한국 투자자들의 가슴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수익 좇기로 치자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지난 여름 중국 열풍에 빠진 둘째 이유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 또 한 사람의 위대한 현인이 있었다. 그는 코카콜라를 마시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것이 건강비결이라고 말하는 난해한 노인이었다. 그는 주식투자로 세계에서 둘째가는 부자가 됐고, 그와 점심 한 끼를 같이 하려면 경매에 참가해 수만달러의 돈을 지급해야 했다. 사람들은 이를 큰 영예로 생각했다.

    그는 네브래스카 주 깡촌인 고향 오마하에 들어앉아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매해 그 회사의 운용보고서를 발표했다. 거부이자 주식투자 대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괴팍한 취미였다. 사람들은 그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오마하로 몰려들었다. 그냥 신문이나 방송에서 전해 들어도 될 텐데, 사람들은 이 위대한 노인의 정기를 듬뿍 받고자 직접 이 시골마을을 찾았다. 그들의 열망은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의 열기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나라면 몽땅 팔겠다”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지난해 초 중국 증시에 몰린 사람들. 그러나 이들은 10개월 후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이 노인의 이름은 워런 버핏이다. 그런데 이 어르신께서 지난해 중반 중국 펀드로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확 끼얹는 말을 했다.

    “중국 주식은 주가 수익배율이 60배를 넘은 거품 중의 거품이다, 나라면 지금이라도 중국 주식을 몽땅 팔겠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분이 드디어 연세가 드셔서 판단력이 흐려진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르신은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실천했다. 자신의 회사가 보유한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몽땅 팔아버린 것이다. 짐 로저스의 처지에선 ‘아니, 이 노인네가?’라며 한마디 쏘아붙일 법한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를 팔았으니 중국과 원자재 주식이 좋다고 한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부인한 셈이었다. 게다가 이 어른은 한창 중국 열풍에 빠져 있던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이렇게 일갈했다.

    “투자자는 주가가 급등할 때 조심해야 한다. 나는 보유한 중국 주식을 모두 팔았다. 중국 시장에 버블 붕괴가 올 수 있다.”

    그 무렵 국내 금융사 가운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모 자산운용사의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선진국은 안전하고 중국은 위험하다’는 도식에 빠져 있다. 중국은 저렇게 호황이고 선진국은 금융위기로 저렇게 부실한데도. 선진국 시장이 위험하고 중국 시장에는 무한의 기회가 있다. 안정적인 선진국에 투자하는 것은 회의적이다.”

    그리고 “워런 버핏류의 투자방식은 포드자동차이고, 내 방식은 렉서스와 같다”고 덧붙였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원용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시장에서 이는 워런 버핏의 말에 대한 공식적인 비토로 받아들여졌다. 그제야 투자자들은 안심했다. 투자자들은 짐 로저스의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긴 싫고, 그렇다고 워런 버핏의 내공을 무시할 수도 없어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 운용사 회장의 한마디로 상황은 완전히 정리됐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2:1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열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들의 얼굴에는 노란 황금빛이 아닌 누런 황달기가 어려 있다. 그의 말과는 딴판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의 중심에 있는 미국 증시는 고작 10% 하락했을 뿐인데, 그와 상관없는 중국은 4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장님의 편지

    급기야 이 운용사 회장은 직원들에게 공개편지 형식으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시장의 하락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08년 신년사를 보시면 저 역시 시장과 관련해 한 번 정도의 부침은 예상하고 있었음을 아실 겁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가져다줄 미국 경제의 침체를 염려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탄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미국은 적극적인 금리인하 정책과 구제금융을 통해 현안에 대처하리라 믿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견고한 기업이익 성장률에 주목했습니다. 일시적 조정 후 재상승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중국 H시장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하락 폭은 컸습니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투기적인 상품가격 상승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만든 미국 시장보다 이머징 마켓이 더 하락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이 교정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중략)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는, 성장하는 이머징 마켓이 미국의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입니다. 치솟는 에너지·상품가격에 대응해서 중국은 위안화 절상과 강력한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고 있습니다.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인플레이션 압력은 최근 중국 경제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1분기는 상품가격 상승과 광저우 눈사태 등으로 상당한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긴축 의지를 천명한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현재 주가는 탄력을 잃었습니다. A시장은 PER이 25배 수준 이하로 하락했고 MSCI CHINA는 15배 수준으로, 기업 이익성장률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매력적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그래프를 인용하면서 ‘IT버블’ 등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있는데 그들의 좁은 시야를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략) 어느 경제, 어느 시장이나 문제점은 있는 것이고 시장은 등락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략) 단기적, 기술적 전망들은 우리의 관심이 아니어야 합니다. 우리의 눈높이를 한 단계 올려 멀리 봐야 합니다. 자본시장에서 성공비결은 오직 한 가지,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이 틀렸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과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고, 또 많은 사람이 중국의 장기 성장론을 부정하지 않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 말이 맞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묘한 비애감을 갖는다. ‘장기적으로’라고 말할 때 그 ‘장기’가 얼마나 긴 장기를 의미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펀드들이 펀드 투자를 권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는 ‘만약 당신이 9년 전에 이 펀드에 가입했다면 과연 얼마나 높은 수익을 올렸을까 생각해보라’는 유의 것이다.

    달러캐리 트레이딩 악순환

    하지만 1990년대 후반 펀드 열풍에 편승한 사람들이 2001년까지 겪은 고통은 설명되지 않았다. 즉 이론적으로 9년간 가입할 경우 낼 수 있는 수익률과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나는 펀드를 보면서 중간에 환매하고 만 투자자들의 현실은 슬그머니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당시 버블 붕괴로 엄청난 사람이 펀드를 환매했고, 이는 여러 가장의 죽음을 불러왔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농약을 마셨다. 그 비극적 결말을 기억한다면 펀드 가입자에게 무조건 ‘장기적으로는 오른다’는 말은 하면 안 된다. 그 말은 그 돈이 없어도 되는 일부 여유로운 자산가 외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는 늘 위험관리를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중간에 눈물을 머금고 환매해야 하는 사람들의 비극을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옳다. 바로 그 점이 오늘날 워런 버핏을 만들었고, 피터 린치를 있게 한 힘이다. 하지만 국내 운용사들은 주가가 하락하면 늘 ‘장기보유하면 결국에는 이익이 난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도 된다. 그런데 그들은 틀린 말이 될 수도 있음을 고지하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중국을 불안하게 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국이 긴축에 들어간 건 맞다. 은행 지준율을 올리고,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 심지어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순간 1달러당 환율은 드디어 6위안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은 경기과열을 막고 연착륙으로 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지금 중국과 미국의 금리격차는 무려 5%포인트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가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보다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즉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게 대두할 수 있지만 폴 크루거먼과 같은 케인지언의 논리에 따라 통화량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본적으로 통화관리에 중점을 둔다. 돈을 풀어 경기를 조절하기보다는 물가를 조절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은 심각한 물가상승 우려는 제쳐두고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다급하고 등 뒤에 불이 붙은 탓이다. 미국은 현재대로 가면 주택을 중심으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그치지 않고 신용카드와 은행도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그래서 마지노선인 연 2.25%까지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중국은 7%가 넘는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미국에서 돈을 빌려 중국에 맡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소위 달러캐리 트레이딩의 여건이 성숙된 것이다. 그래서 홍콩과 대만의 부자들은 너도나도 중국의 주식이 아니라 중국의 은행에 돈을 맡기려고 난리다. 그뿐만 아니다.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아무리 중국 당국이 핫머니 유입을 막고자 해도 투자는 물 흐르듯 중국으로 향한다. 여기에다 위안화 절상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달러를 가져다가 위안화를 사서 예금을 하려드니 위안화 가치는 둑이 터진 것처럼 오를 수밖에 없고,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니 위안화 상승이 불가피하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여야 원자재나 수입상품 가격이 내려가고, 급등한 곡물을 싼값에 사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의 수출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수년 만에 50% 이상 오르고 중국 기업의 인건비 상승률이 40%를 넘은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는 중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최근 몇 달간 무역수지 흑자는 햇볕에 녹아내리는 눈사람처럼 줄어들었다. 두 달 연속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은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축 통화국으로서의 우월성을 충분히 활용, 달러를 마구 찍어댔다. 찍으면 찍는 대로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미국에서 돈을 빌려 중국으로 가져가면 불과 1년 새 환율상승만으로도 10%의 이익을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돈을 빌려 중국에 예금하면 금리격차와 환율상승의 이중 혜택을 입게되는데 어느 투자자가 이를 외면하겠는가.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이 문제는 중국 위안화의 상승이 멈추거나(중국이 경기관리나 물가관리를 포기하거나) 미국 달러가 강해지거나(미국의 금융위기가 해결되고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가 해결되거나), 중국이 금리인하를 시도하거나(중국 경기가 침체되어 부양의 필요성이 증가하거나) 해야 결국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 현실화할 가능성이 감지되지 않는다.

    중국으로 흘러드는 핫머니 행렬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게 뻔하다. 연 15%에 가까운 이익을 위험 없이 낼 수 있고, 그로 인해 위안화는 더욱 더 상승할 것이며 수출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셈이다. 그나마 이 핫머니들이 중국 증시에 투자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인한 상승효과를 노릴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돈들은 음성적으로 중국 은행으로 흘러들고 있다. 가뜩이나 부실대출로 몸살을 앓고,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골머리를 싸맨 중국 은행 처지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이제 중국이 무역흑자 감소를 감내하면서 성장의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완전 이양하는 흐름이 나타나야 하지만, 최근 부동산과 증권시장의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위축된 심리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쯤 되면 ‘중국에 대한 낙관론은 한 가지 측면만을 보는 것’이란 반론이 제기돼야 마땅하다.

    중국의 선택은?

    산적한 반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이미 중국에 들어온 핫머니는 음성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면 2000억달러에 달한다. 그것이 일시에 빠져나갈 때 발생할 금융 시스템의 혼란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감안할 때 외환위기 상황에까지 이르진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상황에서도 외환위기 사태를 맞았다. ‘디폴트’라는 국가부도 사태까지 가진 않더라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하다. 그러나 모 증권사 상하이 사무소장인 C씨는 언론매체에서 이렇게 밝혔다.

    “중국 증시 바닥 확인론이 솔솔 나오고 있는 과정에서 중국 증시가 불안정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증시는 다시금 전저점인 3271.29의 지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이며, 최악의 경우 일시적으로 3000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있지만 3000 아래에서는 강력한 하방경직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등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4200의 저항을 뚫고 올라가기에는 매물대가 상당히 두껍다는 점에서 4월에는 증시 바닥을 확인하면서 저점을 높여가는 기술적 반등만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정부 당국의 증시 진작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인화세(거래세) 인하는 단기적 효과가 있을 수는 있어도 증시의 근본 체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추세적 전환을 위해서는 상장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에 대한 확인과 물가안정, 증시 수급 안정, 그리고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심리회복이 수반돼야 한다. 중국 증시가 회복되려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은 짧게는 3분기, 길게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 증시의 장기적 상승을 위해 매우 건전하고 건강한 에너지 축적 과정이 될 것이다.

    中 증시회복 3가지 조건

    중국 증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완전 유통시장 상황에서 거품이 제거되며 합리적인 가격 수준과 합리적인 프리미엄 간의 조화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예년과 같은 가파른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지난해 10월 고점에 차이나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올해에만 4.3%가 넘는 절상을 이어가고 있는 위안화 강세는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더욱 증대시킬 것이며, 1분기를 정점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기업 성장 역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전히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중국에 둬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현 시점은 비중을 축소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저점 분할 매수를 통해 매수 평균 단가를 낮추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중국 사회의 불안은 중국 증시의 복병이다. 이런 점에서 티베트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잘 살펴보면 기대를 가지라는 논지의 말이지만, ‘상장기업의 이익 증가속도에 대한 확인과 물가안정, 증시 수급 안정, 그리고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심리회복’이라는 세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세 가지 전제가 충족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위에서 설명했다. 그리고 ‘위안화 강세는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더욱 증대시킬 것’이라는 부분도, 현재로선 증시와 큰 연관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LG경제연구소는 중국 증시가 여전히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 핵심요소였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았던 것처럼 중국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말을 누가 처음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최근 20년간 올림픽을 치른 다섯 나라 중 올림픽 이후 증시가 상승한 나라는 한국뿐이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듯하다.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올림픽 전에 모두 집행되는 게 관행이다. 따라서 올림픽 전에는 주가가 오르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그때껏 창출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오히려 SOC 투자에 대한 부담만 남아 주가는 하락한다는 게 정설이다.

    또 하나의 우려 ‘사회불안’

    그런데도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소비시장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의 현재 실적이 밖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구문이다. 기업 실적의 상당 부분이 유가증권 투자, 즉 주식투자 수익이라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다시 말해 중국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열중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메이저 은행인 공상은행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나 주가가 하락하고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의 공시나 회계처리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걱정거리가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중국탈출이 이어지면서 중국 근로자들이 사장을 억류하고 공장을 점거하는 일이 다반사가 된 점이다. 한국에서라면 하나같이 신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내용들이다. 중국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신장되면서 사회보장이나 임금인상과 같은 압력뿐 아니라 탈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만약 이런 불만이 외국계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인 기업으로까지 확장된다면, 그리고 중국의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경제력 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본격화하면 중국 사회는 빠르게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 최근의 티베트 저항운동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우리나라가 1980년대에 경험한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금방 가슴에 와 닿는다. 호구지책에 급급할 때 사람들은 무엇에도 순종한다. 하지만 먹고사는 게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인권 등 권리에 대한 자각이 뒤따른다. 우리는 그 과정을 무려 20년간의 진통 끝에 극복했고, 자본시장은 이후에 안정됐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 중 하나가 바로 사회 불안정이었다.

    중국은 이제 막 사회불안이 태동하고 있다. 시위가 연간 3만건을 넘고 있다.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마무리된 소규모 소요사태는 이제 이야깃거리도 못 된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민족사회인 중국의 사회불안이 현실화하는 것은 중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만약 중국이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한두 군데에서 통제력을 잃는 상황을 맞는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희망, 그 반대편도 말하라!

    ‘차이나 러시’ 경계경보
    박경철

    1964년 대구 출생

    영남대 의대 졸업, 외과전문의

    現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머니투데이 전문위원, 한국소아암재단 고문, 일촌공동체 상임이사, mbn ‘생방송 경제 나침반 180도’ 진행자

    저서 :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정리해보면, 중국의 경우 우리가 듣고 있는 혹은 알고 있는 좋은 소식들과 가능성 못지않게,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요소도 적지 않다. 이 글은 ‘중국이 망한다’ 혹은 ‘중국 증시가 폭락한다’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게 아니다. 많은 금융사가 중국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을 맞춰보자는 데 초점이 있다.

    다시 말해 중국 시장에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적 낙관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 전망이 좋고 장기 투자하면 성과가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면 이런저런 위험도 없지 않으니 투자자들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투자하는 게 좋겠다 ’라는 균형잡힌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다못해 담뱃갑에도 ‘흡연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으니…’라는 문구가 있고, 보험약관이나 기계의 사용설명서에도 ‘주의사항’이 적혀 있지 않은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사들이 좋은 점만 선전하고, ‘결과에 대해선 고객이 책임집니다’라며 반대편의 가능성을 빼먹는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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