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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법피아, 그들만의 리그

돈-명예-권력 카르텔…“공직 경력 이용한 사익 추구”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돈-명예-권력 카르텔…“공직 경력 이용한 사익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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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孤高) → 부박(浮薄)

국회는 2011년 변호사법 개정안(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을 의결했다. 퇴임 직전 근무한 법원·검찰청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게 골자다. 대검찰청이나 대법원은 관할지역이 없어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한 변호사는 실태를 이렇게 전했다.

“일부 전관들은 해당 사건 검사, 판사들과 동고동락하던 사이라고 강조하면서 대놓고 영업한다. 수임 제한은 어떻게 하느냐고? 선임계엔 동료 변호사를 올리고 ‘사이드’(선임계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판·검사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검찰 출신 중엔 법무부, 대검 간부 출신이 힘이 세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통설이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으로 되돌아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

‘낫 투데이(Not Today)’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선임되자마자 의뢰인이 체포되거나 소환되면 체면이 안 서니 체포 혹은 소환을 늦춰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직전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전화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격 변호’와 자문에 응하는 형식으로 전관예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지역법관(향판) 출신 변호사 중 일부도 물의를 일으킨다. 선재성 사법연수원 교수(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황제노역 사건과 관련해 “광주 건설업계에서 들은 얘기로는 변호사 비용으로만 50억 원을 썼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고등법원 부장 출신 변호사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원에 있을 때는 고고(孤高)한 태도로 재판하고 행동하던 분이 변호사 개업을 하면 부박(浮薄)하게 바뀐다. 법원 후배에게 고개 숙이고 부탁한다. 법리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게 아니다. 법관으로 일할 때와 이해가 상충하는 사건을 맡는 경우도 있다. 법원에서 나온 사람이 해당 법원 사건을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공직 경력을 사유화해 돈 버는 행동은 부도덕하다.”

전관 출신 변호사가 장삿속에서 전관 경력을 의뢰인에게 강조하는 것일 뿐 판·검사가 실제로 예우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관예우는 오래전 얘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의뢰인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터라 사건이 몰리는 면이 있다. 검사, 판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가 아무래도 능력도 낫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권력’향한 ‘정거장’ 로펌

권력의 핵심이 법조인에게 둘러싸여 있다. 퇴임한 법조인이 대형 로펌을 거쳐 다시 고위 공직에 오르는 회전문 인사가 부쩍 눈에 띈다. 신(新)전관예우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법피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법조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판·검사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청와대에 들어간 전관이 득실거린다. 일각에선 민정 라인 인사들이 안대희 전 대법관의 수임료 문제를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눈높이로 판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12일 교체된 홍경식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냈으며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변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 들어갔다. 판사 출신인 권오창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김학준 대통령민원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일하기 전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종필 법무비서관 역시 판사 출신으로 태평양에서 일했다. 민정 라인이 대형 로펌 출신 일색으로 짜인 셈이다

공직 경력을 이용해 로펌에 취업해 큰돈을 번 뒤 다시 고위 공직에 들어갔다 퇴직 후 로펌에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는, 공직에서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사적 이익을 관철하는 통로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부에선 법관, 검사가 현직 때부터 권력에 줄서기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법관이 정부 고위직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판·검사는 대형 로펌에 취직한 선배가 수임한 사건을 처리할 때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 선배가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공직에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퇴임 후 대형 로펌에 진출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대형 로펌이 고위 공직에 오르기 전 거쳐 가는 곳이 돼버렸다. 몇몇 인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망신을 당한 덕분에 이 같은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한다. 한번 ‘돈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관직에 욕심을 내지 않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 중 하나가 로펌에서 7개월간 7억 원을 받은 것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11년 8월 부산고등검찰청장 퇴임 직후 한 로펌에 취업해 17개월간 16억 원을 받았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1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법무법인에서 2년 동안 6억7000여만 원을 받았다. “월 3000만원은 고액이 아니다”라는 시각이 법조계에 많았다. 황교안 장관,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각각 태평양, 바른에서 일했다. 정 전 총리는 로고스 대표변호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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